하와이안 드림을 품고.. 3. 빅 아일랜드. 이끼 분화구 트레킹

카우아이섬 칼랄루아 트레킹을 마치고 호놀룰루를 거쳐 하와이 군도 중 가장 큰 하와이 섬의 또 다른 이름인 빅 아일랜드의 거점 도시 힐로로 날아갑니다. 섬 전체가 들끓는 용암이 지표면 아래 가까이 흐르고 화산활동의 흔적이 덮어져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라도 온 듯 착각이 일게 하는 이방의 땅. 칼라우에아 화산 지역으로 들어섭니다. 하와이 섬은 어쩌면 해발고도 4천 미터가 넘는 마우나로아, 마우나케아. 이 두 개의 태산으로 이루어진 섬으로 그 두 거산이 우뚝 솟아 지붕을 이루고 바다로 바다로 향해 내려가면서 때론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며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순종하며 일궈 낸 천혜의 땅입니다. 킬라우에아 화산. 펠레호누아메아 여신의 영역입니다. 그녀는 위대한 창조신으로 하와이 섬 사람들은 펠레를 파괴의 여신이면서 생명과 창조의 여신인 두 얼굴을 가진 여신으로 믿어왔습니다. 폭발은 거대한 대자연의 섭리중 일부일 뿐인 그 엄청나고 지속적인 거대 화산 폭발은 파괴이자 창조의 시작으로 1,100도 진홍빛 용암이 흐른자리에는 인고의 세월이 지나면서 새로운 식생들이 자라나 숲을 만들었습니다. 용암이 굳은 땅 위로 비가 내리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비옥한 옥토중의 하나가 되고 황량한 용암 대지위에서 생명이 싹트고 이름모를 이끼와 식물들이 하나둘 땅위로 모습을 보입니다. 수천년 동안 해류와 바람에 실려 식물의 씨앗과 새들이 파도를 가로질러 이동해오고 한번 생명이 안착하자 이곳은 마침내 동식물의 낙원이 되었습니다. 천차만별의 지질과 기후 그리고 해발고도로 인해 하와이에는 아주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가 존재하고 섬에 고립된 종들은 독특하게 진화해 왔습니다. 생명은 이렇게 황량한 잿더미에서도 싹을 틔웁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극한 자연환경중의 하나인 킬라우에아 화산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과정을 겪어 지금은 천국같은 낙원을 이루었습니다. 한때 인간의 손길이 닿지않던 원시의 섬 하와이는 이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고 오늘날 매년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찾습니다. 느긋한 휴식과 관광지로 거듭난 하와이는 다시찾은 낙원처럼 여겨지는데 하와이 원주민들은 지금의 하와이를 만든 화산의 존재를 잊지않고 있습니다. 화산의 여신 펠레를 축복하고 기리기 위해서 많은 하와이인들은 아직도 펠레 여신에게 봉헌을 드리는데 함부로 대적할 수 없는 그녀의 신성함에 대한 존경입니다. 그들은 언젠가 자신들의 땅을 빚은 펠레여신이 더이상 킬라우에아에 머물지않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기를 깊이 소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그 파괴와 창조의 변화가 필요하지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그날이 오면 어딘가 다른 땅에서 파도가 섬을 낳고 펠레 여신은 다시 바다와 싸우게 될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와이는 그 자체로 눈부신 자연의 아름다움의 보고입니다. 수억만년 동안 그저 바다였던 곳이 20만년전부터 화산폭발이 일어나면서 용암층이 쌓여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굳은 영암을 뚫고 분출이 반복되면서 층층이 쌓여 산이 되기도 했습니다. 용암이 흐르면서 켜켜이 쌓여 만든 것이 하와이 제도이고 해저에 잠긴 산의 높이를 합치면 1만 미터를 넘기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되는 것입니다. 1983년부터 발생한 이 빅 아일랜드에서의 화산폭발은 15억 입방미터의 용암을 분출해냈고 그로인해 섬의 지형까지도 변화하고 70만평의 땅을 새롭게 만들어냈습니다. 바다까지로 흘러들어간 용암을 바람과 비와 파도가 어루만지면서 벗겨진 때가 해안에 쌓이면서 곳곳에 하와이섬만의 특별한 블랙 샌드 비치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마우나로아 산자락에 안겨있는 킬라우에아 화산 지역에서 살아 연동하는 세계 최대이자 세계 유일의 드라이브 인 활화산을 경험하는데 유황과 마그마 그리고 화산구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 특별한 표면 위에서 우리들의 족적을 남기고 해질 무렵 최고봉 마우나케아에 올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풍경을 감상하고 하늘이 더욱 가까워져 선명하고도 밝은 별들을 관측해보는 이색적인 트레킹을 실시할 오늘의 일정입니다. 공항에서 내려 필요한 장비를 급히 구입합니다. 특히 버너를... 우리가 떠나온 카우아이 섬은 공항에서도 공용어인 영어와 더불어 자기네들끼리는 원어민 언어를 쓰고 있을 정도로 다소 미개한 느낌을 주더니 아주 불쾌한 헤프닝이 벌어집니다. 보안요원들의 의도적인 강탈의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드는 행위가 있었으니 버너 등 캠핑 장비의 기내 반입을 불허하고 수화물로 부치는 것도 안 된다고 하니.. 그것도 모두 고가품의 브랜드만을.. 갖은 욕을 퍼부어 주고서는 포기하고 나옵니다. 참 울화통이 터지는 처사인데 특히나 종주 트레킹에는 가장 필수품이 버너라는 것인데 어처구니 없이 몰수해버리니 섬에 내릴 때마다 구입해서 쓰고는 압수당하는 일회용이 되어버렸습니다. 할수 없이 마트에서 버너 대신 산 부르스타를 소중히 여기며 음식을 데워서 바다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는 해안선 공원에서 점심을 즐깁니다. 한바탕 소낙비가 지나간 자리는 더욱 선명한 자연이 원색으로 드리웁니다. 미풍은 감미롭게 야자수를 흔들고 지나가고 파란 하늘에는 우유빛 구름이 유유히 흘러갑니다. 너무도 평화로운 풍경에 잠기마저 스며드는데 그 나른한 느낌이 참 좋습니다. 우선 킬라우에아 화산 국립공원 내의 방문자 센터를 들러 레인저들이 설명하는 화산의 형성과 활동역사 등 간단한 지식을 습득하고 용암이 살아 생동함을 확인 할 수 있는 자욱한 수증기가 품어져 나오는 Steaming Bluff를 감상하는데 아직도 식지 않은 마그마의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자동차로 이동하여 킬라우에아 거대 칼데라를 휘도는 17km의 순환로를 드라이브 하며 우리가 걷게 될 트레일이 아련하게 그려져 있는 분화구 속을 확인하려 했으나 고르지 않은 일기 때문에 진입로를 폐쇄해버려 아쉬운 마음으로 차를 돌려 이키 트레일 트레킹을 바로 하러 가게 됩니다. 킬라우에아 화산의 주 분화구인 할레마우마우(Halemaumau) 칼데라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이키 칼데라 속에는 4마일 정도 되는 킬라우에아 이키 트레일(Klauea Iki Trail)이 이어지는데 순회(LOOP)길입니다. 이키란 단어는 원주민어로 작다는 의미라 하니 새끼 분화구 길이라 생각하면 쉬울 듯합니다. 깊이 2,3백 미터가 푹 파여진 분화구 속으로 내려가 걷는데 1959년 마지막 용솟음을 치고 난 후 지금은 비록 활동을 멈춘 휴화산이라 해도 한때 뜨거운 용암을 분출했고 아직도 연동하는 마그마가 지하 50미터 정도 가까운 곳에도 흐른다는 것이 색다른 이질감을 느끼게 하면서 가슴 떨리게 하는 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넘치는 방문객으로 방문자 센티를 뒤졌으나 우리들 두 대의 차량을 주차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인 양. 포기하고 조금 걷기를 희망한 지친 두 분이 차량을 산행이 끝나는 지점인 Thurston Lava Tube 쪽으로 이동해주기로 해 나머지 일행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림을 돌며 나무들 사이로 보여주는 이색적인 풍경을 감상하다가 분화구의 입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하산을 합니다. 짙은 수목들이 계절을 망각하고 그저 편하게 피었다간 지고 무성했다간 앙상해지고 하는데 오늘은 스산한 가을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서편으로 제법 기운 햇님 때문일까요? 재그재그의 하산 길을 마치니 전방에는 모든 것이 검게만 칠해져 있는 화산암 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마치 아스팔트길이 지진으로 인하여 쪼개진 모습과 흡사한데 어떤 곳에서는 공룡의 비늘처럼 가지런히 층을 이루며 반짝이고 어떤 곳에서는 제법 넓은 바위들이 천년을 살아온 대형 거북의 등짝처럼 균열이 되어있습니다. 그 검은 바탕위에 그저 사람들이 지나다닌 발자국이 쌓여 희뿌옇게 길이 되어 있습니다. 간혹 순례자들이 쌓아놓은 돌무덤을 이정표 삼아 걸어가며 바닥으로 눈길을 던지면 참 묘한 생명체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용암으로 뒤덮인 불모의 땅에 그저 아무 것도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이 척박하고 황량한 자연환경에서 풀과 꽃과 나무들이 새로운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55년 세월이 흐른 지금 자연은 다시 살아나는 것입니다. 그 검은 세상에서 강인한 생명력으로 꽃을 피운 하와이 산 오헬로 베리와 오히아 리후아가 칙칙한 마음에도 다시한번 꽃을 피워줍니다. 석양을 등에 지고 에둘러 오는데 가장 짙은 수증기를 뿜어내는 작은 언덕위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용암의 흐름은 관측할 수 없었지만 바위틈으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수증기는 아련한 유황 내음을 풍기고 있습니다. 장난스런 일행은 힘든 여정에 항문 쪽이 정상이 아니라며 쪼그려 앉아서 그 수증기로 좌욕을 시도합니다. 한참을 그리 앉아 있다가 일어나 개운하게 완치된 기분이 든다는 너스레에 모두 한바탕씩 웃어줍니다. 작은 계곡이 형성된 속에 들어가니 사방에서 분출되는 지열과 수증기로 한증막이 되어 천연 화산에서의 사우나를 즐기게 됩니다. 한잔 소주도 곁들여 가면서 말입니다. 얼굴과 팔 등 볕에 내어놓은 피부 위에는 촉촉한 습기로 적셔지며 뽀송뽀송한 느낌이 제법 좋습니다. 마냥 지체 할 수 없는 기약의 시간. 서둘러 주차장으로 돌아와 용암 동굴인 써스톤 라바 튜브(Thurston Lava Tube)를 연장해 걷습니다. 모든 것을 순식간에 녹여버리는 그 뜨겁던 용암이 흘러가다 멈춰서는 다시 급히 빠져나가서 만들어진 동굴의 형태. 한기 머금은 지금의 동굴이지만 눈을 지그시 감고 연상해보면 그 시절의 용암 불덩이의 화력이 느껴집니다. 그 주변에는 밀림처럼 아열대 식물들이 가득 채워져 있는데 자연이던 인간이던 자아 치유능력이 있고 원래대로 돌아가고픈 회귀지심이 있나 보다 여겨집니다. 다시 림 위에 서서 내려다보는 황량하고도 광막한 분화구. 우리는 그 뜨거운 활화산의 심장부를 가로지르며 우리도 진정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함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