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의 정갈한 얼굴. 우유니 소금사막.

비현실적 풍경이 펼쳐지는 우유니 소금사막.  꿈은 무한한 열정을 품고 끝없는 도전을 이어갈 때 이루어 지는 법. 내가 꿈꾸는 마지막 여정 세계 50대 트레킹 완주 중 세곳이나 포함된 이번 걸음의 축제는 끝이 나고 이제 돌아갈 머나먼 길만이 남아 있습니다. 여행은 삶의 거울 같아 마주하는 낯선 풍물을 통해 또는 비슷한 생각을 품은 다른 여행자들을 통해 나를 봅니다. 저만치 두고온 나의 일상을 원주민이든 여정의 동행이든 타인의 삶을 통해 견주어 보기도 하면서 우리의 인생은 더욱 농익어 갑니다. 차디찬 아르헨티나 피츠로이와 세로 토레를 잇는 통토의 대지위에서 비박도 해보고 칠레 파이네 W트랙 길 위에서 흘린 땀과 눈물의 의미를 되새기고 잉카 문명의 길 산정 마다에 속깊은 족적을 남기며 걸어왔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분명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해지고 치열한 삶이 기쁨으로 승화되는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그 길 위에서 나눈 우정과 따스한 손길은 우리가 앞으로 세상에 나아가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야 할지 알려준 또 한방향의 이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동지달 기나긴 밤. 우리네 부모님들이 얼마나 진한 사랑들을 많이 나누었는지 23일 일정동안 아름다운 동행 14명 중 네명이나 생일을 끼고 있었습니다. 해서 잉카 트레킹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늦은 시간이지만 쿠스코의 장인에게 예약 주문한 대형 케익을 가운데 두고 합동 생일 파티와 더불어 트레킹 종주의 자축연도 함께 즐겼습니다. 그 길고 험했던 야생의 길 위에서 나누었던 정을 되뇌이며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면서 그 진한 감동을 다시 회상 합니다. 일행들이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입니다. 힘들고 고달팠던 순간들이 이제는 웃음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의 뒤켠으로 돌아선 지금입니다. 오늘부터 남은 여정은 남미 최고의 관광지 순례입니다. 세상의 배꼽 쿠스코에서 잉카인들이 뿌려놓은 문화를 들여다 보고 고산 소금 사막 호수 우유니를 체험하고 세계 3대 폭포중 하나인 이과수의 물세례도 받아보고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는 남미의 빠리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삶의 기쁨을 찬미하며 외쳐 보는 것. 마음이 참 홀가분합니다.  정열의 나라 볼리비아의 수도 라 파즈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남미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의 그 뜨거웠던 심장의 온도가 그대로 전해오는 혁명의 발상지. 주황색으로 뒤집어 쓴 도시와 황량한 거리 뒤엔 만년설이 병풍처럼 드리워진 생경한 풍경이 참 이색적입니다. 5시간이나 지연된 페루 항공의 몰상식함 때문에 하늘 아래 첫 동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 1위인 3천 6백 미터 고도의 라파즈에서 그저 허락된 밤시간을 즐깁니다. 공중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케이블 카 시스템. 산간도시라 이산 저산을 연결하여 도시위를 나르는 케이블 카는 우리네 지하철 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하늘을 나르며 감상하는 라 파즈의 야경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한 바퀴 모두 돌아보는데 무려 두시간이나 걸리는 기나긴 노선입니다. 무척 고풍스럽고 격조 높은 숙소는 그 옛날 한 때는 번창했던 남미 국가들의 영화가 엿보이며 지금은 나락으로 떨어져 쇠퇴해버린 국운이 지도자를 잘못 만난 때문에 벌어진 불행임을 보면서 동병상련의 마음까지 입니다. 남미의 쇠락이 더욱 가슴 저미게 하는 이유는 이 땅의 가난이 언제나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 속에 얼싸 안겨있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저렇게 크리스마스 트리마냥 경사진 산비탈에 불을 밝히고 살아가는 라 파즈의 사람들. 그 모습 속에는 처량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었습니다. 짧은 머뭄. 긴 여운. 대형 식탁에 모여 앉아 바람에 날린다는 알랑미 밥에 어줍잖은 짜장을 볶아 와인 한잔 곁들여 늦은 저녁을 해결합니다. 시내 중심지라 오가는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너무도 고요했던 오지의 트레킹과 비교되면서 저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라파즈의 밤이랍니다. 다시 50분의 비행으로 흙먼지 뽀얗게 이는 우유니 공항에 내리고 수화물조차도 수레에 실어 장정 서너명이 끌고 이동하는 낯선 풍경 속으로 안착합니다. 우유니 사막 투어로 가장 잘 알려진 브리사 투어 여행사. 조니라는 못생긴 가이드가 한국민들에게는 꽤나 알려졌는데 차기 한국 대통령으로 출마할 거라는 농담이 참 마음을 아프게 하는데 이럴려고 브리사를 찾았는지 자괴감이 드는 순간... 저녁 황혼 투어와 별보기 투어를 합한 상품을 예약하고 점심식사 맥주 없이는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맛이 없는 맥시칸 쿠젼으로 때우고 저녁 투어에 먹을 고무보다 질긴 고기 넣은 햄버그 하나씩 싸서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이십년은 족히 넘어보이는 그야말로 똥차 지프를 타고 허물어져가는 태양을 향해 달려갑니다. 백색의 우유니 소금호수는 남미 볼리비아 포토시주에 위치하는데 볼리비아 수도인 라파스로 부터 남쪽으로 200㎞ 떨어져 있고, 칠레와 국경을 이룹니다. 거대한 소금 평원이 끝없는 지평선으로 펼쳐져 있으며 10852 평방 km의 면적을 지니고 고도 3692m의 장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소금 총량은 최소 100억 톤으로 추산되며 두께는 1m에서 최대 120m까지 층이 다양합니다. 고고한 시절 안데스 융기의 지각변동으로 거대한 고산 호수로 위치해있다가 오랜 동안 물이 말라 4등분 되면서 깊은 쪽의 호수는 페루의 티티카카 호수로 남았고 수분이 증발하고 소금만 남은 곳이 우유니 소금 호수입니다. 동서로 안데스 산맥에 둘러싸인 분지에 갑자기 펼쳐지는 새하얀 대평원은 방문한 사람만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 비밀 장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낮에는 30도 정도의 기온으로 습도가 없기 때문에 덥기도 하지만 하지만 밤에는 -25도까지 내려가는 별스런 땅입니다. 비는 거의 내리지 않으며 우기인 12~3월에는 20~30㎝의 물이 고여 얕은 호수가 만들어지는데 낮에는 강렬한 햇살과 푸른 하늘, 구름이 마치 거울처럼 투명하게 반사되어 절경을 이루고 밤이면 하늘의 별이 모두 호수 속에 들어 있는 듯 하늘과 땅이 일체를 이루어 장관을 연출합니다. 사막 가운데에는 선인장으로 가득 찬 '물고기 섬(Isla del pescador)'이 있어 잠시지만 걸음의 행복도 누릴 수 있습니다. 멀리 산들은 구름 위에 떠 있고 아지랑이 처럼 가물거리는 모든 사물들. 물론 착시 현상이겠죠. 우기에 방문한 우리는 모두 긴 장화를 착용하고 거울 위에 내렸습니다. 가이드의 지시대로 원근감을 이용해 특별한 설정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데 풍경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워 아무렇게나 서 있어도 멋있는 사진이 나옵니다.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모르니 굳이 수평을 맞출 필요도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에 따라 보이는 풍경 또한 달라지는 법. 적극적으로 즐기자고 달려들어 함께 어울리니 연배의 차이도 없어지고 다들 나이가 무색할 만큼 모두 동심으로 돌아갑니다. 언어 소통이 거의 되지않는 초보 가이드와 손짓 발짓으로 의사 전달하면서 부대끼다 보니 어느새 힘겨운 태양이 사위어사는 황혼녘. 개벽같은 노을이 집니다.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또 하나의 일몰 풍경인데 투영된 그림자가 그 풍경에 합세하니 절경이 만들어집니다. 차가와진 발이 시려운 만큼 또 저 노을이 슬프도록 붉게 타오르는 만큼 한잔의 술이 갈증처럼 다가오는데 고즈넉하면서도 화려한 이 이역의 풍경이 나그네의 심정을 애잔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제는 역광을 이용한 반영 사진을 찍습니다. 실루엣 사진 예술의 정점. 아무렇게나 서서 아무렇게나 찍어도 작품이 되고 예술이 됩니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한컷이라도 더 남기기 위한 분주함으로 고요한 지구의 변방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집니다. 마지막 빛을 발하고 어두워질 때 우리는 모두 가지런히 놓은 의자에 앉아 물끄럼이 하늘을 봅니다. 참 아름답다 라는 표현 뿐 그저 함께 가만히 그 빛속으로 풍경 속으로 빠져듭니다. 마지막 빛 마저 호수 속으로 빠져들고 잠시 어둠에 익숙해질 시간이 지나니 찬연한 별빛들이 사방 천지에 가득합니다. 청정한 하늘아래 첫동네의 별빛은 더욱 영롱한데 호수마저 가득채운 별들이 흔들리니 온 세상은 별빛 잔치. 무수히 쏟아지는 그 빛들을 몸으로 받아들이며 의자를 연결해 누워있는데 마치 우주선을 타고 스페이스를 항해하는 착각이 입니다. 천구속에 떠 있는 이 신비롭고도 생경한 느낌. 이따금 유성들이 선을 그으며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