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안 안데스의 숨은 보석 3. Isla del Sol(태양의 섬) 트레킹.

산등성이를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산악 휴양도시 코로이코의 찬연한 아침을 열고 긴 이동에 들어갑니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서너시간 걸려 라 파즈로 돌아가 다시 행랑을 꾸려 티티카카 호수를 품고 있는 호반 마을 코파카바나로 버스타고 네시간을 달려갑니다. 붉은 빛의 도시를 벗어나 외따로 덤성덤성 지어진 농가들이 있는 들판을 달리다가 다시 티티카카를 만납니다. 다들 버스에서 내려서 배를 타고 건느는데 볼리비아 국경 수비대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합니다. 페루와 볼리비아는 이 티티카카 호수를 양분하여 국경으로 하고있어 검문을 하는 모양인데 사는 꼴이나 수준이 서로 도토리 키재기인데 어디서 눌러앉아 살던 크게 살림이 펴지거나 더욱 윤택해질것도 없을것 싶어 나도 모르게 실소를 흘리고 맙니다. 건너는 호수의 폭도 좁아 다리 하나 지으면 편하고 여행자의 시간도 절약할수 있을 것을 버스는 버스대로 바지선으로 옮기고 사람은 사람대로 각기 작은 배를 타고 도하합니다. 아마도 여기에 매달려 먹고사는 입들이 많아서 그렇게 두고 있는 것 같은데 나쁘지 않은 것이 괜스레 아날로그적인 노스탈쟈를 건드리기도 합니다. 게다가 지리한 이동에 스트레칭도 할 수 있고 청아한 호수의 바람을 마음껏 들이킬수도 있어 좋습니다. 특히 부두에서 좌판벌려 파는 아낙들의 튀김 안주. 티티카카에서 갓잡은 멸치같은 작은 빙어와 송어를 가루 뭍혀 기름에 튀겨 파는데 생선좋아하는 나에겐 갈때마다 사먹는 최고의 간식이자 곡차한잔에 곁들이면 아주 그만인 최고의 안주입니다. 이를 위해 이제는 숫제 미리 한잔 술을 준비해가는데 오늘은 버스에 다시 타고 맥주를 마시며 달립니다. 펼쳐진 드넓은 호수의 풍경들을 감상하며 애호하는 안주에 낮술을 즐기는 여행의 맛. 길고도 지루한 버스 여행이지만 그 맛을 더욱 찰지게 만들어 준답니다.    티티카카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 사이에 있는 호수로 해발고도 3,812m에 위치한 운송로로 이용 가능한 호수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이며 남미에서 수량이 가장 큰 호수이기도 합니다. 티티카카는 케추아어로 ‘퓨마의 바위’라는 의미이며 호수 주변 원주민들이 퓨마와 재규어같은 동물을 숭배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호수의 면적은 약 8,300㎢에 이르며 호수 형상이 다소 복잡하여 천차만별이긴 하나 지도에서 전체적으로 봤을때 동에서 서로는 대략 80km, 북에서 남으로는 대략 190km쯤 됩니다.수심은 평균 130m 정도이나 동쪽의 볼리비아 방향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구조라 어떤 곳은 최대 수심이 276m에 달하는 곳도 있습니다. 한때는 수면이 점점 낮아져 호수가 점점 말라간다는 설이 있었으나 실은 계절에 따라 수면이 올랐다가 내려가는 것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 아무튼 이처럼 수심이 깊은 이유는 2개의 코르디예라 사이에 이 호수가 있기 때문인데 나스카 해양 지각판이 남아메리카 해양 지각판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지표가 휘어져 습곡이 생긴 것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호수중에는 특이하게도 섬이 많으며 크고 작은 섬을 모두 합하면 41개나 되는데 몇몇 섬은 원주민이 거주까지 하고 있고 어업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송어가 많이 번식하고 있어 우리는 초고추장 준비해가서 소주 한잔에 회로도 즐기는데 원주민들은 트루챠라는 송어 튀김요리를 전통음식으로 내 놓습니다. 식사대용으로도 안주감으로도 먹을만 하죠.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으로 가는 관문으로 포구에 정박해둔 수많은 보트들이 한폭의 바다 풍경을 그려내는 호반마을입니다. 티없이 맑은 물이 찰랑대며 은빛 편린으로 빛나고 포구 가득 채워진 크로작은 배들이 한가로이 정박한채 물결따라 뒤뚱대며 멀리 점점이 흩어진 섬들의 등뒤로 안데스의 흰봉우리들이 스카이라인을 그으며 이어져있습니다. 작은 부두를 둘러싼 언덕마다 마치 파스텔로 그려놓은 듯한 숙소와 카페와 레스토랑들. 중심가를 따라 상가가 형성되어 선물가게. 찻집. 편의점. 식당등 거의 모든 업종들이 들어섰는데 예의 그 호객 소리들이 정겨워지기도 합니다. 이 풍경이 너무 좋고 물가도 싸니 그들 얇은 지갑을 생각한다면 가성비가 특출한 연유로 장기간을 그냥 눌러않아 머무는 히피나 집시풍의 젊은 서양인들이 많이 어슬렁거립니다. 그들중 하나인 청년이 호수를 바라보며 뜯는 기타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수 있는 전망좋은 카페 창쪽에 앉아 기가 막히는 호수의 풍경을 보며 어중간한 시간의 식사와 함께 또 한잔 마시며 잔잔한 기타의 음률을 음미하며 안락한 의자에 깊이 파묻혀 달콤한 휴식을 만끽합니다. 제법 오랜 시간을 그렇게 멍때리다가 소슬한 한결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그림같은 언덕에 황토를 사용해 지어진 숙소에 여장을 풀다가 맞딱들인 넓은 창으로 보이는 호수의 풍경 하나. 스테인드 글라스풍으로 한면을 모두 유리창으로 장식했는데 쪼개진 프레임안에 놓인 그 구도의 호수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모든 손을 놓고 그냥 바다같은 호수만 응시하고 있습니다. 땅거미가 지고 포구의 밤이 시작될 때까지.. 우리 모두도 호수에 비끼는 황혼빛에 물들어가며 상큼한 서정에 젖다가 하늘과 땅의 구분이 없는듯 한 검은 화판위에 반짝반짝 빛나는 수많은 별들과 함께 오늘 하루를 포근하게 뉩니다.    밤드리 흥청거리던 호반마을이 채 깨어나기도 전에 바람을 가르며 호수를 잘라 보트는 태양의 섬을 향해 달립니다. 티티카카 호수. 4천미터 고도에 거대하게 누워있는 안데스가 낳은 캐추아와 잉카인들의 양수입니다. 우리나라 전라남도 면적과 같다는 광대한 수원지. 수만년 아주 오래전 지각의 대변동으로 대융기가 일어나면서 바다가 산이 되어버렸는데 효시는 지금 호수의 20배가 넘는 거의 바다 수준이었다 합니다. 그 후 물이 고갈되며 4개의 호수로 나뉘어지면서 2개는 건호로 전락하여 이름만 남기고 하나는 볼리비아의 최고 관광명소로 소금으로 남아있는 우유니 호수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 티티카카 호수가 가장 수심이 깊어 수많은 세월동안 흘러들어온 물들이 더해져 담수호로 자리하게 되었다합니다.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에 어어 두 번 째로 큰 고산 호수로 남미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증기기관선으로 항해가 가능한 별난 곳입니다. 페루 쪽 푸노(Puno) 인근 연안은 침략자들과 호전적인 다른 부족들을 피해 우로스라는 갈대로 엮은 섬을 만들어 풀집을 짓고 캐추아들이 수십대를 걸쳐 살아오고있어 생활용수의 무분별한 방류로 물이 지저분 합니다만 이곳 코파카바나는 대양처럼 넓디넓어 물빛이 곱고 수질도 최상입니다.    이 호수와 더불어 빚어내는 풍경의 수려함뿐만 아니라 섬이 품은 잉카인들의 유적과 삶 그리고 목가적 전원을 즐기며 걷는 길이 바로 태양의 섬 트레킹입니다. 잉카인들 사이에서 '태양의 섬'은 태양의 신 '인티(Inti)'가 태양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어서 아주 신성시 하는 곳인데 호수 건너편에 장엄하게 드리운 만년설을 이고있는 안데스의 산군들을 조망하고 블루칼라의 티티카카 호수 빛에 빠져드는 여정입니다. 소담스런 잉카 마을 코파카바나에서 대중교통으로나 사적으로도 자주 운항하는 보트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항해하면 닿을 수 있는데 섬을 한바퀴 에둘러 도는 트레킹 코스를 걷게 됩니다. 섬 곳곳에 남아있는 잉카인들의 문화와 유적지를 둘러보며 하늘에 닿는 호수 티티카카와 어우러진 풍경은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옵니다. 한 폭의 명화처럼 그려지는 안데스 설산군을 품은 티티카카 호수. 슬프도록 아름다운 여명과 석양의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기도 한데 그 호수에서 잡아올린 송어로 조리한 이곳 전통요리 트루챠나 우리 입맛에 맞는 송어회에 매운탕으로 한잔 걸치면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습니다. 하루밤을 그들과 함께 하면서 접하는 모든 경험은 이 여행을 더욱 값지게 할텐데 태양의 섬의 어느 한갓진 호스탈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보내도 좋고 갈대섬 우로스에서 민박하며 호수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보내도 좋습니다.   대부분 이 섬을 걷기 위해서는 북섬 관문인 찰라팜파(Challapampa)로 배타고 접근하여 트레킹을 마치고 남섬의 유마니(Yumani)에서 끝내고 되돌아 오는 것이 정석인데 북섬 접안지를 자주 봉쇄하고 취소하는 바람에 유마니로 많이들 접근하게 되고 그 덕에 유마니가 태양의 섬 관광지의 최고 아이콘이 되어버렸습니다. 순수 하이킹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은 찰라팜파(Challapampa)에 내리면 허접한 수메르기다(Sumergida) 박물관을 방문하고 18km 길을 6시간 걸려서 섬을 완전히 한바퀴 돌고 귀환을 합니다만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유마니의 아늑한 언덕 숙소에서 하루밤 머물며 석양에 물들어봄도 좋은 일정입니다. 길은 찰라팜파에서 시작하면 2,3백미터의 구릉을 이어가며 올랐다 내리며 수려한 구도의 어촌마을과 바다같은 호수의 풍경들을 감상하게 되는데 한고개 넘으면 또 나타나서 제법 힘들여 오르게되는 고갯마루에 서면 어김없이 광대한 티티카카호수와 장쾌한 안데스 설산군이 조화를 이룬 거대한 풍경화를 만나게됩니다. 그렇게 적당하게 오르내리면서 돌을 잘 다루던 케추아들이 만들어놓은 돌길을 따라 걸노라면 산을 메우듯 만들어진 다락밭에는 그들의 주요 먹거리인 콩밭이 조성되어있고 언덕 가득 샛노란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기에 우리로 하여금 서편제를 촬영한 청산도의 한 풍경이 혹은 메밀꽃이 만개한 봉평의 한 들길을 연상시키게 합니다. 꽃향기에 취해서 귀밑머리 간지럽히며 지나가는 호수를 건너 불어온 바람에 몸을 맡기고 콧노래 부르며 유유자적하며 걷는 길. 평화의 여정입니다.   거의 험산고봉만을 오르던 내 트레킹의 삶에서도 한번씩 이렇게 여유있는 걸음의 길도 걸으며 느림의 미학을 접해볼 필요가 있음직하다 여겨집니다. 소박하게 조성된 섬의 북단에는 로카 사그라다(Roca Sagrada)라 명한 전망대가 있어 푸른 호수와 하얀 구름 그리고 이어달리듯 펼쳐지는 안데스 산군의 시원스런 선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산에서 내려다 보면 발아래 갈라진 계곡마다 색색의 지붕을 이고있는 몇채의 작은 집들이 채워지고 주변엔 작은 얼굴의 라마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정박해둔 배들이 찰랑대는 물결에 춤을 추고 있으니 이 얼마나 평화스럽고 여백이 있는지 참으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더없이 가득한 마음의 정화를 얻게 됩니다. 전망대를 향해 불어오는 안데스의 바람을 기분좋게 온몸으로 맞으며 온갖 잡념들을 날려버리고 한 가슴 가득 자족의 영글음을 채우고 돌아섭니다. 하늘이 유난히 맑은 오늘의 이슬라 델 솔(Isla del Sol). 태양의 신 인티가 멀리서 온 이방인에게 주신 큰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