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르의 성지. 페루 꼴카 캐년 종주 트레킹.

우리는 때로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에 열광하기도 하는데 사실 남미의 영령이 깃든 Colca 협곡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깊은 협곡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세계 최대 캐년이 무척 오만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그랜드 캐년이 아니며 실제로는 페루의 또 다른 협곡인 코타와시(5,000m)입니다. 지근거리에 있는 아레키파(Arequipa) 인근의 콜카 협곡 (Colca Canyon)은 4,126 미터 깊이로 가히 그랜드 캐년의 두 배에 해당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깊이로 페루에서 마추픽추, 티티카카 호수에 이어 세 번째로 인파들이 붐비는 관광 명소이기도 합니다. 티티카카 호수가 품고 있는 도시 푸노에서 이른 아침 출발을 합니다. 접근성을 따지자면 아레퀴파에서 시작하는 것이 훨씬 가깝겠지만 페루의 수려하고도 특별한 트레킹 다섯군데 말하자면 굳이 특별 범주에 넣자면 월드 100대 트레킹에 들어가는 5개 중 남부 페루에 분포된 3대 트레킹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잉카 트레킹을 마치고 푸노로 이동하여 티티카카 호수를 방문하여 갈대섬 우로스에서 휴식을 취하고 꼴까 캐년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전라남도 크기의 그 망망한 호수에서 서식하는 송어와 킹피쉬를 사다가 회 한점 소주 한잔 즐기고 하루 푹 쉰 다음 콜카캐년으로 출발하는 것입니다.    4천에서 5천 사이를 넘나들며 달려가는 길. 고원 사막형 지역입니다. 농경은 불가능하고 오로지 이 고도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라마와 알파카 만이 이 땅의 주인으로 남아 산하에 숱한 점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콜카 캐년의 거점도시인 Chivay(3,650m) 까지 가는 길 풍경은 다름이 없이 매양 그 풍경들이 단조롭게 이어집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고원에서만 자라는 벼과식물인 Ichu가 가득 채워진 끝없는 고원 평원을 바라보며 여행을 합니다. 버스는 천천히 안데스 산군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가는데 Lagunillas Lagoon의 수려한 경치가 펼쳐지는 전망대에서 거대한 안데스 뜸부기나 안데스 거위인 Ajoya와 같은 희귀한 조류들을 관찰하고 운이 좋으면 Pampa에서는 안데스의 낙타의 일종으로 비쿠냐의 무리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을 보며 마냥 부러운 것은 대분분 7마리 정도씩 무리를 지워다니는데 그중 숫컷 하나가 암컷을 여섯이나 거느리고 산다는 것. 아레퀴파로 나눠지는 분기점에서 길을 갈아타고 치바이로 가는데 4,910 미터 전망대에서 사발팔방으로 솟아오른 6천 미터급 화산들이 흰눈을 이고 포진해있어 잠시 눈을 호사스럽게 해줍니다. 드넓은 고산 평원에는 자그마한 고개를 넘을 때마다 야마나 알파카 보다 더 많은 수로 쌓여진 돌탑이 눈길을 끕니다. 누가 저토록 많은 염원들을 쌓아놓았을까! 이방인들의 심심풀이 장난이었을까 원주민들의 소박하지만 간절한 소망을 담은 축적일까. 이젠 한없는 내림길.높은 산들의 호위를 받고 계곡 아래 차분하게 누워있는 치바이 마을. 대형 소라속을 휘휘 둘리듯 하며 깊숙이 내려갑니다.    마을 통과세라는 자치 과세 $25을 개인적으로 내니 영 마음이 언짢은데 콜카 캐년으로 진입하며 또 다른 마을 통과세를 내게 되니 어지간히 뒷골이 달아오릅니다. 콜카 캐년이 시작되는 넓은 계곡에 집성촌을 이룬 치바이에 내렸습니다. 긴 차량이동. 숙소에 짐을 던지시피하고 거칠게 가방을 뒤져 수영복과 새옷들을 챙깁니다. 이 마을 유서깊은 명물. 라 칼레라(la Calera)의 온천욕. 지은지 꽤나 오래된듯도 한데 제법 인파들이 가득 풀을 채우고 있습니다. 유황냄새 제법 풍기며 온천다운 면모를 보이는데 다양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고 가이드가 침을 튀깁니다. 풀이 5개며 그 중 둘은 현지 주민들을 위해 제공되고 수온은 40도 내외로 조금씩 다르다합니다. 그 온도 조절이 매우 원시적이면서도 단순합니다. 온천수 발원지에서 물을 끌어와 일반 수로처럼 노출된 채 풀로 흘러들어가게 헸는데 흘러 가면서 물이 식으니 가장 가까이 있는 풀의 물이 가장 뜨겁고 그 다음 먼곳이 그 다음 뜨겁고 하는... 이런 외진 곳에서 그나마 유황 온천욕이 어찌 호사가 아닐수 있겠습니까! 그 개운한 몸과 영혼으로 동네 식당 극장에서 민속공연을 관람하며 저녁 만찬을 즐깁니다.비록 초라하게 여길수도 있겠지만 정성을 들여 만든 식사와 춤 공연과 전통음악. 한잔 오른 취기에 용기내어 함께 춤도 추며 노니 농익은 산촌의 밤이 술과 함께 익어갑니다.    새날이 밝아오고 여명이 들 즈음에 모두 모여 종주를 위해 카바나콘데 트레일 시작점으로 달려갑니다. 그 길은 콜카 캐년으로 들어서는 시작으로 계곡은 더욱 좁아지고 높고 깊어지는데 골마다 비탈진 밭을 일구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가적인 평화스러움이 빼어난 산수의 풍경과 어우러져 참 보기 좋습니다. 이 길을 달려가다 보면 가장 높은 지점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안데스의 신성한 명물인 거대한 콘도르의 비상을 볼수 있는 콜카 캐년 최고의 전망대에 내렸습니다. 깊은 협곡에는 아침 안개로 가득 채워져 있어 신비함을 더하는데 아침 기온이 높아지니 그 구름도 하늘로 도망가는 형국입니다. 바람에 실려오는 짙은 꽃향기가 가득한 저 구름속에서 거대한 콘도르가 솟아오를 것같은 기대김으로 기다려 봅니다. 이 지역이 캐년의 골이 가장 깊고 좁아 콘도르의 출현이 단연 빈번한 곳입니다만 전날 내린 비로 날개가 젖은 콘도르는 마를 때 까지 날수 없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약간은 실망을 하게 됩니다. 거대한 몸을 지닌 콘도르는 자신만의 날개힘으로 날아 오를수 없어 고공 절벽같은 곳에서 뛰어내려 그 추진력과 거속도를 이용해 날수 있기에 이런 콜카 캐년같은 깊은 계곡에서만 살수 있다합니다.    트레킹의 시작이자 마지막인 카바나콘데(Cabanaconde) 마을로 들어서고 드디어 계곡 최저점으로 행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이곳 콜카 캐년 트레킹은 캐년의 사이드 트레일까지 다 걷자면 몇날을 보내도 부족하겠지만 전형적인 종주는 2박 3일 프로그램으로 진행이 됩니다. 이 짧지만 매우 흥미로운 트레킹은 카바나꼰데의 울창한 계곡 마을에서 시작되는데 건조한 대지에서 강인하게 성장한 선인장 군락을 지나고 한번씩 퍼덕이는 날개짓 소리에 쳐다보면 신성하고도 거대한 콘도르들이 협곡에서 힘찬 비상을 보여주는데 이 순간 우리 트레커들의 움추려진 마음을 활짝 열어줍니다. 산자락마다 삶의 터전을 마련한 촌락들과 어우러진 산하 그리고 만년설산의 풍경. 이 캐년만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자랑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자연스레 미서부의 그랜드 캐년 종주와 비교하게 되는데 매우 유사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1박 2일로 진행하며 우선 캐년의 바닥으로 천이백이나 천오백 미터를 내려갔다가 강변길을 한두시간 걸어 이동하여 다시 림으로 치고 올라오는 것은 동일한데 그 캐년안에 채워진 구성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랜드 캐년이 불모지로 그저 황량한 바위와 건초들로 채워져 있지만 꼴카 캐년은 3천이 넘는 고지대임에도 불구하고 고온다습하여 열대성 식물과 식용 작물들이 재배되고 계곡이 녹색으로 가득 무성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물론 이 비탈에 기대어 사는 페루비안들과 얄과 소같은 가축들도 함께 그들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녹색지대가 올라가면 수목 한계선을 그리고 그 산 정상에는 만년설이 덮고 있는 묘한 풍경. 한 시공에 사계이 고스란히 채워져있어 대단히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됩니다. 이 콜카를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됩니다. 우선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도록 침식된 강이 흐르는 콜카 밸리와 그토록 깊이 파진 협곡의 캐년 그리고 곳곳에 남겨진 페루인들의 유적을 이르는데 관람 포인트로 여겨서 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여기저기 불쑥 솟아오른 봉우리 사이로 경악스런 정도로 가파른 절벽을 타고 협곡으로 걸어 들어갈 때 나 혼자 이세상을 독차지 한듯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뿌듯할 것입니다. 세시간에 가까운 가파른 내리막 길. 1,200 미터를 마땅히 해를 가릴 그늘도 없이 내려가는 송알송알 맺히는 구슬 땀에 말라가는 목을 적시기 위해 제법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합니다. 들리는 작은 마을마다 간이 음식점을 겸한 매점이 있어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기도 합니다. 다리가 제법 뻐근하다 싶을 즈음에 화산지역의 특징같은 황금빛 산아래 강물가에 사막의 오아시스 처럼 무성한 숲에 둘러싸인 상갈레(Sangalle, 오아시스)동네가 펼쳐집니다. 마지막 지루한 내리막 길을 걸어 내려오니 더욱더 울창해지는 숲과 풍부한 폭포물이 왜 여기를 오아시스라고 부르는 지 이내 알수 있었습니다. 깊은 협곡 아래 따뜻한 기온과 포근한 기후로 빛고은 꽃들이 만발하였고 그 향기에 취한 온갖 새들이 현란하게 가지를 날아다니며 노래하고 있습니다. 별스럽게 지어진 제법많은 리조트들은 제각기 특징을 지니고 축성되었는데 한가지 공통점은 모두 수영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인데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둑을 쌓아 저장한 자연 노천 풀장입니다. 높은 산을 타고 내려오면서 적당히 데워진 그 물에 몸을 담그고 와인 한모금씩 음미하면서 지긋이 눈을 감고 노독을 풀고 있으니 아련하게 빠져드는 감미로움에 세상 부러울게 없는 순간이 됩니다.    그 깊은 대협곡 아래서 달콤한 여름밤을 지새우고 여명을 헤치며 계곡에서 다시 올라갑니다. 새벽 네시부터 서두는 이유는 해가 뜨면 낮 더위에 산행이 힘들어 질수도 있고 계곡 시작점에 다시 올라 일출의 장관을 보려함도 있겠지만 매일 시작되는 이 가이드 트레킹의 시간을 맞추기 위한 여행사의 꼼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협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법 다리가 뻐근해지는 등반이 있습니다만 트레킹은 건강하고 적합한 사람에게는 매우 쉽습니다. 오를 때의 경관은 내려올 때와 또 다르니 아침 붉은 햇살이 비치는 계곡과 마을과 빙하산의 풍경들은 수려함을 넘어 어떤 경외감을 불러 일으키게도 합니다. 콘도르의 날개짓에 어둠이 걷히자 말을 탄 일단의 무리가 올라와 지나갑니다. 일단은 체력이 부족하여 말을 이용하는 것이겠지만 세 부류의 사람들로 유형이 나눠집니다. 이 좁은 길을 말로 이동하여 불편하게 한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 조금도 부럽지 않은데 저 혼자 뻐기듯이 의기양양한 얼굴. 자신의 하중으로 말에게 고통을 주며 한번씩 미끄러져 낙마하며 보이는 부끄러운 얼굴. 계곡을 탈출하는 세시간 동안의 등정은 매우 가파르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도전의 길이기에 마지막 피치를 오르면서 나도 말을 탈걸하는 약간의 유혹은 있었으나 이내 그런 약한 생각을 떨쳐버립니다. 이 자부심으로 가득 채워진 오름길의 향연을 마감하고 계곡의 최고점에 도달하니 먼저 도착한 이들이 축하의 박수세례를 해줍니다. 약간은 계면쩍기도 한데 손을 들어 답례를 해보이고 대신 나도 나보다 더 늦게 도착하는 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종주의 노고를 위로하고 성공을 축해해줍니다.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전혀 낯선이들과 어울려 행한 콜카 캐년 종주길의 아름다운 동행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