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의 메카.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2

The Top of the World. 해발 8,848m의 에베레스트는 히말라야 산맥의 최고봉이자 세계의 지붕이라 불립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트레커들의 로망으로 추앙받는 아름다운 길로서 “The Steps to Heaven” 으로도 표현됩니다. 안나푸르나 지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트레커가 방문하는 곳이며 유명한 세르파의 고향 솔루 쿰부(Solu Khumbu) 계곡을 트레킹 하면서 경치가 더욱 아름다워지고 숲, 언덕 및 흥미진진한 셀파 마을과 티베트 수도원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히말라야 풍경을 제공합니다. 더욱 더 감동스런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입니다. 이길에는 최고봉 에베레스트 외에도 로체(8501m), 마칼루(8463m), 초오유(8153m) 등의 눈에 띄는 히말라야 대표 최고봉들이 함께 합니다. 또 네팔 히말라야의 트레킹 피크 33개 중 16개가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 그런 수사를 확인해 보는 날입니다. 하루 5,616미터의 낭카르 전망대 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고도 적응일로 정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와 Kala Patthar 전망대(5,545m)를 수월하게 오르기 위한 전초전으로 등반을 행합니다. 오늘 날씨는 깨져서는 안되는 완벽한 구도처럼 구름 한점없는 푸르른 창공이 설산을 배경으로 창연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오늘만큼은 미봉 아마 다블람도 어느 곳도 가리지 않은 나신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풍기며 산객들을 환영합니다. 마을을 떠나 뒷동산으로 오르는 비스듬한 길을 크고 작은 규모의 행렬이 간단없이 줄지어 갑니다. 예의 탑이 만들어져 있는 곳에서 한숨돌리면 그 행렬은 두갈레로 나누어집니다. 한줄은 우리처럼 오른쪽 산비탈을 따라 낭카르 전망대로 향해 오르고 한줄은 최종 목적지 칼라파트르로 향해 용맹정진하며 갑니다. 길이 가파르다보니 한발 올리기가 무섭게 차오르는 가픈 숨. 그저 참을 인자를 마음에 새기며 천천히 올라갑니다. 도저히 더 이상 못올라 가겠다며 포기 의사를 피력하는 선배님들을 무리하지 말고 쉬었다가 천천히 오를 수 있는 만큼까지만 오시라고 격려하고 정상을 향합니다. 드디어 5천 고도를 넘깁니다. 노선배의 표현대로라면 대기권을 벗어나는 상황이라 더욱 희박해진 산소 농도로 숨을 쉬기도 어려운데 아무리 고도적응 훈련하게 만들어둔 길이라지만 왜 이리 가파르게 냈는지 욕을 섞은 푸념을 하며 나름대로 지그재그 선을 그으며 정상을 향합니다.    그 너덜길의 정상에 섰습니다. 이제는 제법 개스가 차 산아래 마을이 아스라이 옅은 안개를 덮고 있고 전망대 탑에 얼기설기 엮어둔 펄럭이는 깃발 너머로 주변 설산들이 구름띠를 두르고 의연하게 히말라야를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어느 한 방향도 무시할 수 없는 완전한 일망무제의 빼어난 풍경. 그래서 우리는 이 맛에 이런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등정을 자축하며 가장자리에 터를 잡고 가지고 올라온 맥주를 한모금씩 나눠 마시며 무언의 격려를 또한 나눕니다. 깊은 숨 들이키고 담배 한대 맛있게 피는데 호들갑스런 서양 여자가 오마이 갓을 연발하며 이런 고산에서 술을 마시고 더구나 담배까지 피운다며 대단하다고 별 달갑지도 않은 칭찬을 해댑니다. 뻔한 대답이 나올줄 알면서도 너도 한잔 하실겨 라고 의미없이 권해보고는 우리의 세레머니를 계속 이어갑니다. 땀이 식으며 바람이 차다고 느껴질 즈음 차오르는 개스로 시야가 더 가려지고 더이상 머물 이유가 없기에 우리는 하산을 서두릅니다.    순례의 길은 로부체를 거쳐 고락셉으로 향합니다. 이제 몸은 지칠데로 지쳤고 마음마저도 허약해졌지만 한가지 품고있는 목표를 위해 참고 오늘도 고난의 길을 나섭니다. 수없이 찾아드는 트레커들을 위해 세워진 그 많은 로지들에게 물자들을 수송해대는 말과 야크의 무리들이 이제는 무슨 대형 상단을 꾸린듯 대열이 길고깁니다. 그들이 지나칠 때면 기다리며 한숨 돌리는 기회로도 삼는데 반드시 그 위치를 산기슭 쪽으로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벼랑쪽에 서있다가 무심한 야크의 떠밀림에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버려 한사람이 목숨을 잃어버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십여분전에 벌어진 절벽 아래 흐르는 강가의 참혹한 현장에는 분주하게 사고를 수습하는 십여명이 눈에 띄고 그가 밀려 떨어진 지점으로 부터 강바닥 까지의 궤적이 한번에 알아볼수 있도록 나무들이 훼손되어 있습니다. 죽지 않으려고 얼마나 발버둥치며 나무가지라도 잡고 의지해보려던 필사의 노력이 그대로 연상되는데 이렇게 수목도 제법 무성하거늘 어이 그것 하나 붙잡지 못해 낙사했는지 아쉬운 마음 뿐이었습니다. 생과 사의 찰라 같은 운명. 이날 여기에서 생을 마감하리라는 그의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었을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이지만 그간 길위에서 만나서 기억되는 모든 이들의 얼굴들을 떠올리며 명복을 빌어줍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활주로를 가졌다는 루크라에서 경비행기와 헬기의 충돌사고로 세명이 죽었다는 사고 소식까지 들려와 마음이 뒤숭숭한데 이런 추락사 사고까지 목격하게 되니 마음이 불길해지며 어두워집니다. 허나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고 더욱 우리도 조심하자며 마음을 다잡아 먹고 고개 하나를 힘들여 넘습니다.    이른 시각부터 시작된 인부들의 돌 다듬는 망치소리에 잠을 깹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세계 3대 트레일의 하나를 확인하고 걷고 싶은 순례자들을 머물게 할 로지들을 계속 짓고 있습니다. 산하에 흩어진 그 흔한 돌과 바위로 바탕을 깔고 담벽을 쌓아올리는데 페루비안이나 잉카인 처럼 고산에 기대에 사는 사람들은 돌 다루는 기술이 매양 뛰어난가 봅니다. 해머와 망치와 정. 이것이 사용하는 그들의 연장인데 커다란 바위는 한사랑이 정을 잡고 다른 사람이 해머로 내려치는데 실수하면 어쩌나 싶어 보는 우리가 가슴 조마조마 합니다. 생긴 홈에 물을 부어가며 한참을 반복하면 그 큰 바위가 반조각이 납니다. 작게 부서지면 망치와 정으로 마름질하여 건축자재로 씁니다. 이런 원시적인 방법을 보면서 어쩌면 때론 디지털 보다 아날로그가 더 나을수도 있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정상을 향해 오던 길 중 축대를 쌓고 길을 넓고 평평하게 잘 정비해둔 유난히 편안한 길이 길게 이어져 있어 참 순하게 걸어왔는데 그 지역 고령의 한 촌부가 평생을 여기에 정성을 바쳤다 합니다. 그 길이 끝나는 지점에 모금함을 두고 그 역사의 인물이 앉아 있는데 다들 그 고마움을 박스 안에 넣어줍니다.    사람의 몸은 특히 인간의 다리는 참으로 위대합니다. 한숨 돌리면 몇십 몇백 걸음 걸을 수 있고 한밤을 지내면 또 하루 주어진 몫의 걸음을 걸을수 있습니다. 그리하며 걸어온 7일간의 족적을 따라 이 쿰부 계곡을 되돌아 봅니다. 과연 우리가 저 길을 정말 걸어왔던가 하며 의아해 하기도 대견해 하기도 합니다. 저길을 어떻게 왔나 싶을 정도로 걸어온 길 장대합니다. 그러나 결코 우리는 저 길을 쉽게 오지는 않았습니다. 고소로 얼굴 손발이 붓고 깨지듯 아픈 두통을 참으며 똥물까지 토해내며 올라온 길. 말이 로지지 그저 비바람 하나 피할 뿐이지 짐승들 조차도 꺼릴 화장실에 양치 세면할 세면대조차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 욕나올 시설물들. 이 세상 가장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이르른 마지막 정점. 이 개고생을 하면서 걸어온 우리는 다들 가슴에 무엇하나 새기고 돌아 갈까! 적어도 우리는 한계에 다다른 나를 넘으며 가슴 한가득 넘치는 자부심과 완등을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세상에 나아가 더욱 열정적으로 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런 후 부상으로 주어지는 대자연의 감동적이며 극적인 풍경을 선사받습니다. 내 평생 살아가면서 몇번 접하기 어려운 그런 비경들을 내 눈높이에 두고 확인하는 이 숭고한 여행. 우리는 그것으로 족하고 그것으로 충분히 위안받습니다.    눈 내린 고락셉. 오천 이백 미터 고지에 지어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하늘 아래 로지들. 세상은 더욱 하얗게 변해있고 산마다 골마다 들마다 바위마다에도 한켜씩 눈을 이고 있습니다. 다들 아이젠에 스패츠를 신고 마지막 우리의 목적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향해 올라갑니다. 줄이은 순례의 행렬처럼 모두 한방향 한줄로 이어지는 백색의 바탕위에 뿌려진 걷는 이들이 표현하는 원색의 흩어짐이 참으로 미려합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로 가는 길. 로체며 아이슬랜드 피크며 주변 고산 설봉들이 장엄하게 도열한 채 막판 스퍼트를 올리는 우리를 응원해줍니다. 녹녹치 않은 히말라야의 길. 왜 이들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가듯 이렇게 굴곡이 심하게 길을 내었을까 원망스럽습니다. 이제는 세찬 바람이 쿰부 계곡으로 몰아치더니 눈보라가 휘날립니다. 옷깃을 여미고 장갑이며 목도리며 모자를 꺼내 방한 무장하고 흩날리는 눈을 헤치고 나아갑니다. 마지막 언덕에 올라서니 산세는 눈발에 가려 보이지를 않고 그저 클라이밍을 하기 위해 설치된 수많은 텐트들이 노랗게 펼쳐져있습니다. 창연한 하늘. 장엄한 설산을 기대하고 오른 길이었지만 오늘 우리에겐 히말라야 신의 허락이 없나 봅니다. 비록 그 기대가 허물어지는 허무함이 없진 않지만 인생 열심히 살아 후회없듯이 우리도 이 길위에 뿌린 땀과 눈물이 적지 않기에 이정도 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됩니다. 베이스 캠프를 휘두른 설봉들이 눈보라에 가려져 아련한데 우리의 장도를 고무하듯 가만히 내려다 보며 인자한 웃음을 던져주는 듯합니다.    에베레스트 마운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클라이머들 만을 위한 꿈의 목적지가 아니라 8,848m의 피크를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싶어하는 트레커들의 로망이기도 합니다. 대참사. 조난. 고난도의 고행 등등 에베레스트에 관한 모든 부정적인 인식을 털어내어 버리고 이길이 품고 있는 히말라야의 광대하고도 장엄한 풍경에 젖고 또 그 자연에 기대어 사는 순박한 네팔리들의 삶의 향기도 맡아보았습니다. 오랜동안 이 땅에 뿌리내린 셀파 문화들이 깊이 새겨져있는 Namche Bazaar 및 Khumjung의 유서깊은 마을에서 형언할수 없는 어떤 묘한 위안 같은 것도 얻었습니다. 에베레스트베이스 캠프(EBC)로 가는 트레킹은 네팔 히말라야에서 가장 극적이며 그림 같았습니다. 정령이 깃든 네팔리 말로 Sagarmatha인 8,848m의 에베레스트 산을 직접 대면 할뿐만 아니라 에드먼드 힐러리 경(Edmund Hillary)과 텐징 노르게이 (Tenzing Norgay)와 같은 훌륭한 등산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의미심장한 길이 었고 많은 현수교와 서스펜션 다리를 건너고 설산들을 배경으로 유유하게 풀을 뜯는 야크들. 콧물자국이 선명한 볕에 그을린 얼굴로 수줍어 하는 산촌의 아이들. 어수선한듯 가지런한 다랭이 밭이 깊은 정감을 일으키고 삶의 행복은 정녕 어디에 있는지 깨달음을 주는 네팔리들을 만나는 이 여행. 사가르마타(Sagarmatha)로 향한 이 순례 여행에서 얻은 감동과 환희 그리고 눈물이 있었기에 그러한 것이며 나와 함께 고락을 나누었던 열명 동행들은 훗날 그들의 남은 생애 동안 늘 가슴에 품고 살아갈 것입니다.    [이 글을 12일간의 미션에서 함께 고락을 나눈 아름다운 동행 9분들. 언제나 청춘이신 홍성표님, 가녀린 체구로 흐트러짐이 없이 완주한 안지원님, 재치와 위트로 팀을 이끌어준 오승관님, 어떤 불편함도 이겨내며 모범을 보여준 오옥순님, 삶의 큰 시련을 맞닥뜨리고 의연히 자연속에서 평정을 찾아가던 진신범님, 얼굴에 온통 화상을 입고도 천리마의 강건함을 그대로 보여준 박동수님, 걸음에 철학을 부여해준 김도엽님, 막내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준 김승남님 그리고 특히 78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EBC 정상까지 거의 사투를 하다시피 등정에 성공하신 이방부 선배님께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