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권의 파타고니아. 알라스카 유콘의 칠쿠트(Chilkoot) 종주 트레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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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찾던 황금은 이제 사라지고 풍경이 황금이 된.. 침낭 밖으로 내놓은 얼굴이 싸한게 잠이 깹니다. 물론 고관절의 통증과 오른 종아리의 저림과 쥐내림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운은 뚝 떨어져 있었고 장작불은 꺼진지 오래. 오늘 가야할 험난한 길을 생각하니 세시밖에 안되었지만 더이상 잠이 오지 않습니다. 침낭속을 나와 우선 장작불을 지피고 배낭을 쌉니다. 누룽지로 아침을 지어먹고 해우소가서 근심을 해결하고 양치하고 세수하고 모든 걸 여유있게 해도 다섯시. 이십분간 스트레칭을 하며 근육들을 이완시키고 해드램프를 장착한 후 비장한 마음으로 결전에 나섭니다. 아무도 없는 외로운 길. 무념무상으로 걸으려 하지만 내 안에서는 서로의 내가 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동행중에 산을 가는 이유가 무어냐고 했을 때 산신령과 대화하러 간다고 말한 이가 있었는데 우스개로 한 소리같았지만 어찌보면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호젓한 홀로산행에서 아무래도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되는 수단은 대화이며 대상은 날수도 또는 산신령일수도 있다며 나홀로 피식 웃게 됩니다. 시원하게 흘러가는 강물소리가 가까워 지면서 25미터 길이의 가장 큰 서스팬션 다리를 건너게 되고 Sheep 캠프를 지납니다. 아직 여명도 들지 않았는데도 벌써 많은 이들이 길을 나서거나 준비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먼동이 트고 모든 산하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서는데 길은 더욱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주변 산들은 가까이 다가와 매우 인상적인데 프레이저 밸리(Fraser Valley) 북쪽에서 시작한 화강암산의 물결이 가히 장관이 아닐수 없습니다. 리틀 파타고니아 혹은 북극권의 파타고니아라고 불리는 칠쿠트 트레일. 이 길은 미국의 알래스카 해안 Dyea라는 과거 황금향의 본촌에서 출발 크레스트 칠쿳 패스(Crest Chilkoot Pass)까지 1천 미터 이상 고도룰 넘겨 30km 이상 산악지대로 이어지며 종착지인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Bennett 호수가 있는 3백미터 고도까지 53km 길이의 트레일로 골드 러시 동안 걸었던 오래된 삶의 길인데 대체로 해안 우림, 고산 지대 및 툰드라 지역을 통과하게 됩니다. 과거 풍요로웠던 금광 채굴자들의 역사와 함께 문명과 완전히 차단된 알래스카와 캐나다 유콘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이고 이 지역의 거친 야생과 광활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설적 하이킹 코스로 떠오르며 수많은 백패커의 모험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개척자들의 꿈의 길이 지금은 장대한 툰드라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행길로 변모하였고 이 길 위에 새겨져 있는 역사적 경이를 볼수 있습니다. 그들이 찾던 황금은 이제 사라졌지만 그토록 넘기 힘들었던 칠쿳 고개(Chilkoot Pass)를 포함하여 골든 스테어(The Golden Stairs)와 스톤 크립(The Stone Crib), 스케일즈(The Scales)등지의 아름다운 풍경이 황금이 되어버렸습니다.   길은 비교적 잘 표시되어있어 놓칠 염려는 없으나 날씨가 관건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이곳 날씨는 여름에도 춥고 습하며 바람이 강하여 발길을 붙잡곤 합니다. 해안에서 밀려오던 난기류가 높은 Sheep 산군과 Chilkoot 고개에 막히니 모인 구름이 비를 쏟아놓기는 다반사. 가파른 너덜지대인 황금 계단을 오를 때는 늘 조마조마하다 합니다. 언제나 이 지점에서 맑던 기상조건이 급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구름 안개가 조금씩 조금씩 발밑에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내 걸음도 급해집니다. 사방이 빙하 협곡과 눈으로 뒤덮인 풍경이 아스라하게 지워져가지만 크론다이크 골드러시 국립공원의 화려했던 그 시절의 숨쉬는 역사는 여전히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희미해지는 길가 양쪽으로는 금광채굴자들이 버린 증거들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녹슨 커다란 수레 바퀴, 말 뼈, 밧줄 조각, 오래된 말굽, 거대한 톱날 등 그들이 남긴 수많은 유물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긴 박물관”으로 골드러시의 역사가 그대로 묻어나는 곳입니다. 잠시 클루아니 화산 호수를 따라 걷는 평지길도 수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유물들을 감상하는 것도 호수의 정경에 빠지는 것도 지금의 나에게는 그저 호사스런 짓거리. 서서히 조여오는 고관절의 통증으로 자주 쉬어야 했고 오른쪽 종아리부터 아래로 쥐내리는 고통으로 홀로 다리를 껴안고 치유를 위해 바둥거려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낭은 지구를 통째로 집어넣은 무게같고 계단은 오를수록 새롭게 더 생성되는 것 같고 내 뒷길은 무너져버려 정상이 더 높이 고무줄처럼 늘어난 것만 같습니다. 안간힘도 견디는 힘도 힘이라고 하던데 아무리 삶이 힘들더라도 어떻게 견디다보면 그 어두운 겨울을 지나고 또 찬란한 새봄이 오듯이 나도 시간이 흐르면 아늑한 캠프의 셸터에 몸을 쉬게하고 있겠지하며 희망을 풀무질 합니다. 그렇게 나를 달래니 오히려 비바람이 더쎄질수록 심지가 굳어지고 몸도 따라 상황에 맞게 진화하나 봅니다. 마침내 최고 정점인 칠쿳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빗줄기만 거세지고 안개마저 산하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끝에서 나홀로 버려진듯 아프고 서럽습니다.    먹고는 살아야 하는 우리 인생. 바람을 막아주는 고갯마루 비상 대피소로 들어가니 방금 누가 머물며 남기고 간 온기로 춥지는 않습니다. 외투를 벗어 걸고 쪼그려 앉아 버너불을 피우고 물을 끓입니다. 아예 버너를 끌어 안듯이 하며 말입니다. 따스해지는 실내 온기를 즐기며 한모금의 술과 담배로 정상을 오른 나자신에게 포상을 내리고 라면을 끓여 먹는데 가히 꿀맛입니다. 한방울이라도 흘리면 안될것 처럼 핥듯이 코펠을 비우니 굳이 설겆이도 필요없습니다. 최대 난제를 해결하고 난후의 시원함을 만끽하며 또 작은 공간의 온기를 마음껏 누립니다. 이제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시작해야 합니다. 셸터를 나서 바윗길을 십여분 걸어 내려가니 이제는 거짓말처럼 바람의 기세가 죽어들고 날씨마저 개고 따스해지는 것 같습니다. 허리 통증은 오르막 보다 하산길이 더 한것이라는 것은 상식. 아예 두알의 진통제를 털어넣고 어떻게든 가야하는 Happy Camp로 내려갑니다. 하늘도 나의 고군분투에 감읍했는지 비가 개면서 푸른 하늘을 한뼘두뼘 열어줍니다. 쪽빛 호수를 따라 걷는 이 오후의 여정은 날것 그대로의 야생에서 가을이 풍기는 그 후각의 행복을 맛볼 수 있습니다.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오지중의 오지로 들어와 숨 막히는 고원 절경과 대자연의 광활함이 끝없이 펼쳐지는 북극권 가까운 곳에서 홀로 행하는 백팩킹은 나에게도 평생 기억에 남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오늘 새벽 캠프를 떠나 거의 13시간 만에 셸터로 들어서게 됩니다. 서너명이 들락거리는 천막안은 이미 피워둔 장작불로 따스하여 나른해지기만 하는데 한없이 허물어질수는 없어 졸음에 겨운 눈으로 취사를 하며 밤을 준비합니다. 누가 우스개 소리를 반어적으로 낙서해놓았습니다. "Happy Camp – 행복이 사라지는 곳" 하루의 여정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으면 그랬을까 결코 행복한 곳이 아니라 가졌던 행복마저도 잃어버린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하며 쓴웃음을 짓습니다. 일상적으로 해야하는 모든 일련의 행위들을 실행하는데 이 캠프에서 상주하는듯한 파견 레인저가 마지막 점검을 하러 왔습니다. 아주 청명한 일기가 보장된다는 내일의 기상 정보를 전해주고 곰의 출현 때문에 설치해둔 철제 음식 보관통에 남은 먹거리를 넣었는지 확인을 합니다. 레인저에게 다가가  절뚝거리는 움직임으로 무언의 시위를 하며 내가 오늘밤 이 셸터에서 자야만 하는 이유와 당위성을 강조하는 통사정을 합니다. 그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흔쾌히 허락합니다. 고마움을 표하고 잠자리를 만들어 침낭속에 들어가 내일을 계획합니다. 20km를 걸어 하루에 하나밖에 없는 3시 열차를 타고 Skagway로 돌아가는 것은 도저히 안될것 같고 하루를 더 연장하는 일정에 내일의 목적지를 어디에 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일까 머릿속에서 비교검토가 한창입니다. 이 생각도 잠시. 내가 고는 코소리에 깨버리는 밤이 이어집니다. 깨서 보면 어스름한 달빛이 천막 천정에 어른거리고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소리만 간헐적으로 들릴 뿐 칠쿳의 고요한 밤은 깊어만 갑니다.    새벽을 열고 아침을 준비하는 많지않은 군상들의 들락거림도 무시한채 침낭속에서 몸을 더 구겨서 버팁니다. 모두들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출발한 후에도 잠을 더 청합니다. 더욱 더 묵직해진 허리와 다리. 통증을 참고 여러가지 체위로 스트레칭하며 몸을 달랩니다. 까칠한 입맛에 인스턴트 된장국 만들어 한그릇 마시고 여유있게 길을 나섭니다. 마침 케빈 숙소 앞에서 계단을 정비하는 어제 그 레인저에게 목례로 감사함을 한번 더 하고 온전치 못한 걸음걸이로 Deep Lake로 향합니다. 이곳이 최종 목적지가 될지 Lindeman City가 될지는 오늘 이 칠쿳 산길과 주변 풍경이 나를 얼마나 유혹하는지에 달렸습니다. 또 내몸의 상태가 관건이 되겠지요. 느릿느릿 반시간 정도 스틱에 상체를 실어 유연하게 오르다 내림갈로 꺾이는 지점에서 문득 뒤를 돌아보니 오늘도 칠쿳 고개를 잔뜩 불쾌해진 구름이 가득 덮고 있습니다. 어제 그 고난의 길이 떠올라 잔저리를 한번 치게됩니다. 작은 물웅덩이 부터 큰 호수까지 수많은 호수의 그 티없이 맑음을 감탄하며 트레일을 따라 가는데 부실했던 조식이 허기로 몰려옵니다. Deep 호수가 시작되는 남쪽 전망좋은 곳 또 지반이 가장 반반한 곳에 자리잡고 취사를 합니다. 의식을 다 마치고 아예 드러누워 하늘을 봅니다. 열기 식은 태양이 하늘 한 가운데 있고 부드러운 구름들이 유유히 흐르는 풍경아래 누리는 이 여유와 평화로움. 오수마저 밀려옵니다. 다시 길을 터고 가는데 Deep Lake의 북쪽 끝 쯤에 파손된 철제 보트의 프레임이 녹슨채 버려져 있어 어떤 참혹했던 참사를 예시하고 있습니다. 이어 Deep Lake로 부터 Lindeman Lake까지 이어지는 급류의 협곡을 따라 점진적으로 내리막 길을 걸어가는데 그 풍경이 발길을 가로막아 자주 사진을 찍게 되어 오후 4시나 되어서야 도착하게 됩니다. Lindeman Lake. 산의 정령이 그대로 깃들어있는 듯한 미려한 호수에 나의 남은 하루도 맡겨버립니다.    또 하루의 여정을 축복하듯 맑고 높은 하늘이 드리우고 찬연한 해가 어두운 암산위로 차오릅니다. 이슬에 젖은 숲길도 호수의 일출도 빛고운 물빛도 모두 랜즈에 담으며 이른 아침나절을 보냅니다. 종주의 마지막 날이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어 최대한 느린 속세의 시간으로 출발 준비를 다하고 호숫가를 걷는데 의미 심장한 안내 표지판이 이곳 역사를 설명해줍니다. 그 시절 한겨울 그 추운 한파를 헤치고 칠쿳 고개를 넘어 이 얼어붙은 Lindeman호수에 이르러 호변으로 수천의 천막과 텐트가 쳐지면서  Lindeman City를 만들어 냈고 클론다이크와 도슨 시티로 향할 전진기지로 삼았습니다. 봄날이 오면 서둘러 보트를 만들어 띄우려는 계획이었는데 Lindeman의 보트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도박이었습니다. 해동이 시작되고 항해가 시작된 린드만 호수와 베넷 호수 사이 1.5km 길이의 급류는 보트 뿐만 아니라 장비들과 심지어 수많은 생명까지도 삼켜버렸던 것입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 상흔의 파편들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데 이렇게 Chilkoot Trail을 걷는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길을 따라 환상적인 고산 경관도 즐비하지만 트레일을 밟는 발자국마다 가장 뚜렷하게 각인된 채 강렬한 인상으로 서려있는 역사가 남아 있습니다. 엘도라도의 황금을 찾아나선 이들을 따라 걷다보면 금을 품에 안고 환하게 웃는 부자가 된 자신들만의 꿈을 품고 개척한 그 험난한 길의 길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순박한 욕심으로 북쪽으로 향한 그 힘든 모험의 여행을 성공시켰는지 무척 궁금할텐데 그 답은 바로 이 길위에 서보면 알수가 있습니다. 무척이나 경치가 좋은 Bare Loon Lake를 지나는 길이 부드럽게 이어지지만 가슴은 무척 뜨거워집니다.    Chilkoot 트레킹 상의 가장 고전적인 전망 중 하나는 베넷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배기에서 만나게 됩니다. 한걸음 한걸음 내릴 때 마다 펼쳐지는 수려한 산하. 오늘따라 유난히 많이 쏟아붓는 태양광에 비친 호수의 빛깔이 너무도 고혹적이며 노랗게 절정으로 물든 자작나무의 단풍색이 익어가는 유콘의 가을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멀리 왕래하는 열차를 품는 역사가 아련하게 보이니 이 종주길도 끝이 나나 봅니다. 숲으로 들어가 그늘이 고마운 길을 걷는데 Cut-Off 트레일의 흔적이 남아있는 지점을 지나면서 뚱뚱한 나무 한그루에 붙여놓았을 사이드 트레일의 안내판은 없어지고 직진을 종용하는 사인만 남아있음을 봅니다. 2010년에 폐쇄한 이길은 걸어서 Fraser 또는 Carcross까지 갈수 있는데 이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입니다. 또한 이 칠쿳 트레킹만 마치고 클론다이크 하이웨이(2번 도로)로 차량이 접근할 수 았는 Log Cabin으로 가는 길마저도 차단한 것입니다. 하이커들이 철도를 걸어다녀서 그들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통제할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은 이곳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다 그 가식에 비웃습니다. 하루 오고가는 단 한편씩의 열차가 생명을 위협한다? 궁색합니다. 편도 한시간 남짓 서행 기차 요금이 $100에 이르는 돈을 받기 위한... 베네트 간이역에 도착하니 무려 두시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호수 쪽으로 다시가 전망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배낭을 뒤져 남은 음식물로 조리하고 많지않은 곡차로 홀로 만찬을 베풀어줍니다. 머리위로 헬기가 배럴 두세통을 늘어뜨리고 날아갑니다. 각 캠프장을 지키는 레인저들을 위한 생필품 운반중이라 하니 우리가 지불한 퍼밋 비용이 여기에 쓰이나봅니다. 종주를 마치면 문명으로 귀환하는 방법은 전술한 기차를 타고 스케그웨이로 돌아가는 것외에 또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베넷 호수에서 알파인 항공사(Alpine Aviation)의 수상비행기를 타고 45분간만 날면 화이트호스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 알게되었습니다. 제법 구미가 당기는데 다음에 오게된다면 이것저것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 한번 따져봐야겠습니다.    스캐그웨이(Skagway)에 이르기까지 화이트패스(White Pass)와 유콘철도(Yukon Railway)를 이용하는데 해발 9백미터의 화이트 패스까지 총 32km를 달리는 화이트 패스&유콘 루트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경사가 심한 철도 노선 중 하나로 알려져있습니다. 시내가 흐르는 계곡을 통과하는 어떤 구간은 나무로 다리를 설치해뒀는데 과연 이 거대한 열차의 하중을 견뎌낼까 하는 근심에 카산드라 크로스 영화의 다리붕괴 장면이 오버랩 되기도 합니다. 이 클론다이크 금광 개발 기간은 겨우 10여년에 불과했지만 알래스카 역사상 가장 화려한 시절로 인구에 회자됩니다. 골드러시가 절정기에 이르자 아일랜드 출신 금광개발업자 마이클 헤니가 영국인들의 투자를 유치하여 화이트 패스 트레일과 화이트호스를 잇는 철도를 건설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것입니다. 정상에 오르면 미국과 캐나다의 경계를 이루는 화이트패스가 훤히 내려다 보이고 객실에 앉아 넓은 창밖을 보면 글래시어 고지, 데드 호스 협곡 및 브라이들 베일 폭포까지 숨막히도록 찬란한 절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그래도 크루즈 여행객들을 봉으로 잡고 살인적인 요금으로 하루 한두번씩 운행하는 그들의 낯두꺼움이 결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스케그웨이로 돌아와 택시타고 4일전 들머리에 세워둔 랜트카를 몰고 화이트홀스로 달립니다. 도착하기 20여분 전 Takina 온천이 있는데 이곳에서 뜨거운 노천 온천욕을 하며 밤을 맞이합니다. 눈을 감고 숨가프게 지내온 시간들을 되짚어 봅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이 트레킹의 유랑. 나 자신을 넘는 고된 여정이었고 한다리를 쩔뚝거리며 배낭마저 메지못하고 끌고 다녀야 하는 지경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풍요롭고 행복합니다. 무엇보다도 부질없이 허비할뻔 했던 시간들을 귀중하게 쓸수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 마저 가득합니다. 비록 계획도 없이 도전했던 북극 한계선(Arctic Circle) 트레킹의 하나인 칠쿳을 마감하며 어떤 생에 대한 자신감마저도 다시 가지게 됩니다. 울타리를 따라 심어둔 주변 자작나무들의 황금빛 단풍너머로 아름답게 스러지는 일몰의 풍경. 머나먼 땅. 동토의 이방. 유콘의 밤은 서서히 겹으로 내리며 길손의 마음을 애잔하게 헤집어 놓고서 깊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