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알프스. TMB 그 길위에서.. 1
>

누구나 열심히 살아가는 일상속에서 삶의 쉼표를 찍으며 어디론가 훌훌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 때 우리는 어디가 가장 우선 순위로 떠올랐습니까? 듣기만 해도 귀가 솔깃해지며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 일순위. 사실 그곳이 나에게는 프랑스 파리였습니다. 파리는 왜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을까? 첫사랑의 열병처럼 나의 마음을 들뜨게 했던 회색빛 파리는 오래된 돌로 깔린 포도위로 트랜치 코트 깃을 세우고 시인 보들레르가 묘사한 고독한 낙엽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쫓아 인생을 찬미하는 가난한 몽마르트의 예술가들, 서로에게만 집중한 채 시간이 멈춘 듯 사랑을 나누는 세느 강변 벤치의 젊은 연인들. 고색창연한 중세 도시의 후미진 카페에서 한종지의 커피잔을 감싸고 듣는 빗소리. 영화의 한 장면같은 동경이 넘칠것만 같았습니다. 그런 파리를 막상 다녀와보니 남은 것은 어딘가 속은듯한 허틸함 같은 것. 그냥 꿈으로 남겨둘걸 그랬습니다. 그리고 알프스. 세계 명산 아름다운 길을 걷고 인도하는 것이 직업이 되어버린 후에는 이곳이 버킷 리스트 1위가 되었고 가면 가볼수록 속깊은 정이 듭니다. 특히 고풍스러우면서도 소담스런 중세 풍경과 만년 설봉들이 가득한 알프스의 품에 안기면 마음의 고향같은 푸근함을 느낍니다. 적어도 감성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면 한번쯤은 꼭 가야할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서 전세내어 샤모니 몽블랑으로 달리는 버스는 덩달아 신이 나서 춤을 추고 잔잔한 레만 호수는 하늘빛을 닮아 더욱 푸른 옷을 입고 우리 일행들을 품어주려 합니다.  알프스는 근대 등산의 발원지입니다. 4천미터급 산봉 58개와 수많은 빙하를 품고 천킬로 미터가 넘게 장대한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동으로는 오스트리아와 쥴리앙 알프스로 유명한 슬로베니아에서 시작해서 이탈리아와 경계를 이루며 서쪽으로 이어지다가 독일과 스위스 그리고 프랑스까지 뻗어서 서녘의 피레네 산맥과 동녘의 코카서스 산맥과 맞닿는 유럽의 지붕입니다. 몽블랑을 품고 있는 산악마을 샤모니는 근대 등산의 발원지로 최고봉 몽블랑(4,807m)을 중심으로 드류, 그랑 드 조라스, 에귀 드 미디, 에귀 제앙을 비롯해 수많은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빙하가 지나가며 깎아놓은 협곡을 중심으로 산기슭에 자리한 이 산촌은 인구 겨우 만여명으로 수려한 경관과 순수하도록 티없는 공기가 가득한 청정 마을입니다. 샤모니를 언제나 풍요롭게 적시며 흐르는 아흐르 강(Arve)은 계곡 마다 채워진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서 형성된 하천으로 빙하에 함유된 석회질을 품고 있어 그래서 그레이 리버입니다. 이 강의 활기찬 유랑은 멀리 스위스 제네바의 론 강으로까지 이어진답니다. 아흐르 강변에는 언제나 풍성하고 소담스레 피어있는 꽃 화분으로 치장한 아름다운 유럽풍 식당들과 카페들이 늘어서 있고 방문객들의 나들이로 북적댑니다. 비록 콘크리트 기본 골격에 목재로 마무리한 눈속임도 있었지만 거의 원목으로 지어진 모든 건축물들이 이 마을을 더욱 청정하게 느끼게 해주며 잠시 머무는 우리들도 흡족한 마음으로 깊은 호흡을 한답니다.  시내 번화가인 다리 위 광장에는 거의 230년 전 이 몽블랑을 초등한 발머와 그의 후원자 소쉬르의 동상이 있습니다. 발머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을 따라가면 바로 몽블랑 산정인데 발머는 유럽 귀족이자 과학자였던 소쉬르의 후원으로 1786년 몽블랑(4807m)을 최초로 오른 이로 하잘것 없는 수정 채취업자였지만 인생 반전이라고 이 역사적 행위 이 후에는 알피니즘을 논할 때 그는 언제나 숭상의 시조가 됩니다. 이 발마의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은 사실 소쉬르가 아니라 파카드였어야 했는데 역사의 오류로 빚어진 그들의 수치스런 헤프닝입니다. 몽블랑 초등과 관련해서는 초기에는 발머의 단독등정으로 알려졌으나 샤모니의 의사 파카드가 동행했고 오히려 먼저 정상에 발을 디뎠다 합니다. 부질없는 명예나 금전에 초연했던 의사 출신으로 파카드의 초등 사실은 150년 후에나 세상에 알려지면서 등산 역사가 새롭게 평가되었습니다. 오늘날의 셀파같은 역할을 했던 전문 직업 산꾼 발머와 오로지 몽블랑 초등의 열정으로 참여한 의사 파카드 중 누가 더 역사의 추앙을 받아야 했을까요? 다리 하나 건너에 몽블랑에서 보면 발머와 소쉬르의 동상 한 발치 뒤에 세워진 파카드의 동상. 그의 동상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고 두 사람과 몽블랑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듯 합니다. 트레킹 기점인 이곳에서 하루 머물며 트레킹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를 합니다. 알프스의 대표 도시이자 몽블랑 등반의 베이스캠프로 여기는데 산촌은 언제나 방문객들로 넘쳐납니다. 여름은 산악인들로 겨울은 스키를 타기 위해 봄. 가을은 여행객들로 항상 붐빕니다.  그 알프스의 중심에 우뚝 서있는 하얀산 몽블랑. 인류역사가 시작되고 알피즘이라는 개념이 생긴 건 불과 2백여년전 이 몽블랑 등정이 성공하면서 서서히 전파되어 나갔습니다. 그전에는 하얗게 쌓인 만년설과 빙하는 경외의 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세상을 주관하는 신이 머문다는 소박한 샤머니즘 신앙의 외경이거나 한번씩 눈사태나 빙하의 붕괴같은 재앙을 당할때는 악마가 산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그런 미지의 세계에 인간의 발을 디뎌 확인해주면서 인류 등산역사가 시작된곳인 샤모니 몽블랑. 그래서 알피니즘이란 용어도 여기에서 부터 비롯되었고 몽블랑 초등을 효시로 잡기에 그래서 몽블랑 등정은 산악인들의 성지순례로 여겨집니다. 몽블랑을 비롯해 3천미터급 이상의 주변 산군을 돌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국의 국경을 넘어가면서 이어가는 170km 클래식한 종주길이 바로 몽블랑 둘레길 Tour De Mont Blanc(TMB)입니다. 알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일의 하나로 몽블랑 산군 주변을 오르내릴 때 길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은 장관으로 발길 닫는 곳마다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드라마를 연출해냅니다. 또한 알프스의 품에 안겨 살아가는 세 나라의 전통적인 산악문화와 음식도 음미해볼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길을 따라 넓은 계곡, 광활한 초원, 울창한 숲들을 지나고 높은 알파인 고개를 넘기도 하며 또한 유쾌한 산악 마을에서 머물며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산책도 하게 됩니다. 이정표가 잘 표시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으니 산장만 사전에 예약해 두었다면 솔로 트레킹도 어렵지 않습니다. 모든 장비를 짊어지고 캠핑을 하며 완주하는 백팩킹도 가능하고 금전적인 투자를 좀하면 산장에서 잠을 자고 음식도 사먹을 수 있고 좀 더 투자하면 개인 물품을 담은 가방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받을수 있습니다. 종주는 체력에 따라 9일에서 12일로 융통성있게 관리할수 있으며 일부 구간을 생략하거나 케이블카나 버스등을 이용하면 일주일만에도 끝낼수 있습니다.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 아니라 둘레길이며 길도 느슨하게 지그재그로 풀어내니 일반 주말 하이커들도 어렵지 않게 종주할수 있는 대중적인 코스인데 걷기 좋은 적기는 6월부터 9월까지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