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도시를 찾아가는 그 길위에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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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에 불이 켜집니다. 오전 5시. 한낮의 무더위를 가능한한 피하기 위해 일찍 출발하고 이르게 마감하는 형태로 진행하는데 오늘은 15km 정도를 6시간 걸어 카바나 파라이소(Cabaña Paraiso) 숙소까지 이동합니다. 아직 어두운 시각에 헤드 램프를 이마에 두르고 배낭을 꾸린 후 수프가 있는 부드러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길을 나섭니다. 이제사 정글이 일어나며 새들의 노래소리도 협주로 변해가니 옅은 안개를 헤치며 비탈길을 오릅니다. 적도의 나라는 새벽 시간인데도 더위로 푹푹찌니 과연이라는 시인과 함께 피할수 없다면 즐기라는 격언을 되뇌이며 소풍가는 마음으로 고쳐먹습니다. 그렇게 고갯마루에 오르니 어제의 그 수박과 과일 펀치가 기다려주고 다시 한참을 걸어 3시간 만에 카사 무마케(Casa Mumake)에 도착합니다. 트인 하늘에 작렬하는 태양볕이 내려쬐니 어제 못다 말린 옷가지들을 양지에 널어놓고 수영복 차림으로 폭포로 향합니다. 20분을 걸어오르니 유장하게 내리는 폭포수 아래 거대한 용소가 천연 풀장이 되어 이미 다수의 트레커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티없이 맑은 물에 몸을 던지고 바위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다이빙을 즐기기도 합니다. 시에라 네바다에서 발원하여 골짜기를 굽이굽이 돌아온 물은 아직도 데워지지 않아 그리 오래 몸을 담구고 있지 못하게 합니다. 제법 피부에 소름이 돋을 정도니 피서로는 이만큼 좋을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준비해놓은 점심을 먹고 해먹에 누우니 이내 감미로운 오수에 빠져듭니다. 천진스럽게 잠들어가는 동행들의 표정이 마치 요람에 누워 쌕쌕거리며 잠든 어린아이들처럼 평화롭기 그지 없습니다.  아쉬운 낮잠을 털고 남은 9km 길을 이어갑니다. 브리타카(Buritaca)강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며 걷다가 이 지역의 원주민인 코기(Kogi) 부족 마을을 방문합니다. 우리네 초가지붕을 연상케 하는 토담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 의지하고 정을 나누면서 살아온 이들이 정겹기만 합니다. 20분 동안 그들의 독특한 유산으로 성인들에게만 용인된 코카와 마리화나를 즐기는 포포로(Poporo)의 사용법과 그들의 사회에서 고도로 훈련된 영적 지도자인 마모스(Mamos)의 중요성과 같은 그들 문화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설명들을 듣습니다. 주위가 어두워져 오더니 후두둑 비내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심상치 않습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준비하는 만큼 즐겁습니다. 비를 대비해 헌운동화 하나와 아쿠아 슈즈를 가져왔습니다. 가이드 후안에게 무엇이 좋을까 물으니 씨익 웃으며 미끄럼 타기를 즐기려면 아쿠아 슈즈가 좋다합니다. 장난기도 발동하고 진흙탕 길을 눈밭 지치듯 미끄러져보는 상상을 하며 무겁지않은 배낭을 후안에게 맡기고 판초우의 뒤집어쓰고서 완만한 내리막길을 출발합니다. 정말로 흙길은 아이스링크가 되고 트레킹 폴을 양손에 쥐고 원치않는 피겨 스케이팅 시연을 보여주게 됩니다. 길은 다시 오르막으로 변하고 한발한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가는데 비가 억수같이 내리니 노출되어 젖어버린 팔뚝엔 소름이 돋습니다. 어느 정도 비가 잦아들면서 숙소 카사 파라이소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 강을 건너는데 불어난 강물을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이동합니다. 건너온 강가에서 신발을 벗어 세척하고 발을 씻으며 마사지도 해줍니다.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마지막 바위구간을 오르며 다시 땀에 젖습니다. 초대형 막사같은 숙소 카바나 파라이소(Cabana Paraiso). 내일 잃어버린 도시로 향하는 모든 트레커들이 모였으니 수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라 시장통 같습니다. 30℃의 무더위 속에서 3일을 꼬박 정글을 걸은 후 비로소 만나게 되는 비밀의 땅 잃어버린 도시를 꿈꾸며 일찌감치 모기장 속으로 기어들어갑니다.  D 데이입니다. 마침내 잃어버린 도시를 찾는 날입니다. 가이드 후안이 여권이랑 지갑등 중요한 것들을 넣고 배낭은 두고 가라고 작은 가방을 줍니다만 나는 배낭을 비우고 나서 신발 둘과 수건등을 챙겨서 매고 나섭니다. 출발하자마자 이내 도강을 해야하니 아쿠아 슈즈를 신고 헤드 램프를 착용하고 나섭니다. 새벽 강물은 잠이 확 달아나게 하는데 수위도 무릎까지 올라와 두개의 로프를 사용하여 급류에 대한 몸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강을 건너고 나니 간단없는 오르막길이 기다리는데 경사도 가파르고 길도 험해서 속력을 내기가 쉽지않지만 땀으로 목욕을 합니다. 마지막 1,200 계단을 올라가니 마침내 울창한 초목 사이에 시우다드 페르디다의 테라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차오르는 태양이 신전이 있던 자리를 비추니 인디아나 존스 영화의 한장면 같습니다.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1981년에 처음 제작한 일련의 모험영화인 동시에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가공의 인물인 고고학자의 숨겨진 성전과 보물을 찾아나서는 탐험의 과정을 다룬 영화였는데 문득 그 영화들의 독특했던 장면들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영화처럼 찬란한 문명이나 휘황찬란한 보물들은 사라지고 그저 그들의 옛터전만이 남아 있습니다. 가지런하게 쌓아올린 수많은 석축과 모남이 없고 결도 흠잡을 곳 없는 건축물 잔재들은 그 옛날 잉카와 아즈텍인들이 다루든 불가사의한 석조기술과 흡사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잃어버린 도시를 페루의 마추픽추와 비교하기도 합니다. 규모면에서 마추픽추와는 비교가 되지않을 만큼 작지만 아직도 감추어진 곳으로 3일을 꼬박 걸어야 비로소 만날수 있는 은둔과 비밀의 땅입니다. 물 만난 고기처럼 가이드 후안은 급하면 스페인어를 보태면서 시우다드 페르디다(Ciudad Perdida)의 역사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합니다. 타이로나 문화 연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고고학적 장소 중 하나이며 원형 광장을 비롯해 계단, 길, 돌로 된 수로가 남아 있습니다. 토착민들이 살아온 방식과 마약류인 코카 및 마리화나 소재인 양귀비의 재배방법부터 사후 매장방식까지 많은 이야기를 떠벌립니다. 이 신성한 장소가 발산하는 신비로운 에너지와 다양한 관점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하며 구석구석을 누비며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