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빙하위를 비상하는 콘도르. 그 길위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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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무한한 열정을 품고 끝없는 도전을 이어갈 때 이루어 지는 법. 내가 꿈꾸는 내 인생의 마지막 여정인 세계 100대 트레킹 완주 중 머나먼 하늘아래 땅 콜롬비아를 밟고 다른 세상을 살았던 타이로나 원주민들의 잊혀진 고대도시를 찾았더랬습니다. 보고타로 돌아와서 잠시 몸을 추스리고 걸음의 축제를 연결하여 엘 코쿠이로 향합니다. 여행은 삶의 거울 같아서 마주하는 낯선 풍물을 통해 또는 비슷한 생각을 품은 다른 여행자들을 통해 나를 봅니다. 저만치 두고온 나의 일상을 원주민이든 여정의 동행이든 타인의 삶을 통해 견주어 보기도 하면서 우리의 인생은 더욱 농익어 갑니다. 세상의 저 끝 버려진 오지의 길 위에서 흘린 땀과 눈물의 의미를 되새기고 산정 마다에 속깊은 족적을 남기며 걸어왔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분명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해지고 치열한 삶이 기쁨으로 승화되는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그동안 그 길 위에서 나눈 우정과 따스한 손길은 우리가 앞으로 세상에 나아가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야 할지 알려준 또 한방향의 이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홀로 떠난 이 길. 시간의 촉박함이 주는 굴레에서 벗어나 참으로 오랜만에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고 찾은 남미. 그 중에서도 콜롬비아. 그저 세계 최고의 마약 카르텔이 형성되어있는 나라라는 단편적인 인식이 깊숙이 깔려있어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고 보고타에 내립니다. 남아메리카 대륙 북서쪽에 자리한 우리나라 면적의 10배가 넘는 이 나라는 남미 대륙에서 네 번째로 큰 영토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세계에서 가장 긴 안데스산맥의 장대하고 험준한 태초의 설산 뿐만 아니라 생태계가 전혀 다른 내륙의 아마존 정글까지 품고 있어 다양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데 국립공원이 60개나 된다하니 그 상상을 초월합니다. 비행기의 작은 창에 담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은 안데스 설산들의 긴 행렬에서 유난히 우뚝솟아 빛나는 하얀 진주 같습니다. 안데스 산맥 동쪽 끝에 위치한 코쿠이 국립공원(El Cocuy National Parque)은 두 산맥에 걸친 길이 25km에 너비 4km의 빙하군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25개 이상의 봉우리와 거대한 화강암 첨봉들과 남아메리카 북부의 최대 빙하들이 담뿍 담겨져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판 데 아수카르(Pan de Azucar : 5,120m). 풀피토 델 디아블로(Pulpito del Diablo : 5,100m). 토티(Toti : 5,010m). 콘카보스(Concavos : 5,200m). 리타쿠와스(Ritakuwas : 5,410m). 피코 구이칸(Pico Guican : 5,057m)으로 이어지는 설봉들이 장관을 이루며 부족한 산소로 고산증에 몸은 괴로워도 순간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걷는 이들의 로망입니다. 특히 이 지대는 현재까지도 지구의 가장 뜨거운 부분인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있어 오랜 세월동안 간단없이 용암을 토해내던 화산이 독특한 지형과 산세를 창조해냈습니다. 문명이 벗어간 가난의 대지 위에 천혜의 대자연을 선물로 받은 엘 코쿠이 국립공원. 그 품에 안기려고 머나먼 여로의 밤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역시나 버스는 제시간에 오지도 출발하지도 않습니다. 페루의 산타 크루즈와 와이와시 트레킹을 하기 위해 닿는 도시 와라스로 달리던 야간 버스를 상상했던 기대는 무참히 깨져버립니다. 과연 10시간 이상을 아무 문제없이 달릴수 있을까 싶은 낡고 정갈하지않은 미니버스에 몸을 맡기고 차내에 베어있는 묘한 그들만의 체취를 느끼며 애써 익숙해지려 합니다. 보고타에서 북쪽으로 400km 가야만 닿는 보야카 지역의 엘 코쿠이 국립공원. 아직 하늘길이 열리지 않아서 접근하기에는 너무나 멀고도 험한 길입니다. 하지만 지구상에 얼마 남지않은 미지의 세계가 그곳에 있다하니 미답의 길을 확인하며 살아가는 나의 마음을 뺏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정원 제한 따위는 안중에 없고 바닥에 주저앉아 갈 정도로 승객들을 태우고 재껴지지도 움직이지도 않는 의자에 몸을 의탁한채 무척 긴 오늘밤이 되리라는 편치않은 예감이 들게합니다. 저마다 삶의 무게만큼 가져온 보따리들이 버스 천장에도 못다 실어 의자밑에도 쑤셔넣고서 잠을 청하는 산골 사람들의 모습은 투박하지만 온화합니다. 무장 게릴라니 마약의 소굴이니하는 꼬리표로 따라다니는 그 악명은 이들에게서 전혀 찾아볼수 없습니다. 웅장하면서도 선이 고운 그들의 자연을 닮아서일까! 지구 땅끝에서 시작해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들락날락거리다가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를 거쳐 콜롬비아에서 세갈래로 찢어지고 베네수엘라에서 끝나는 무려 7000km의 이 거대한 안데스 산맥. 신비롭고 다채로운 풍광을 지닌 안데스의 한자락에 걸쳐있는 콜롬비아의 엘 코쿠이는 남미 고산 지역에서만 볼수 있는 장쾌한 설산 풍경과 독특한 생태계는 걷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황금향의 내음을 따라 마음속 엘도라도를 품은 개척자들처럼 전율로 다가올 비경들을 꿈꾸며 애써 잠을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