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 트레킹. 7 밴프 국립공원 Wilcox Pass 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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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년 기억을 더듬어.. 윌콕스 패스 트레일.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밴프와 또 다른 로키의 보석같은 존재의 국립공원인 푸른 옥이라는 뚯의 자스퍼를 이어주는 세계 최고 비경을 품은 꿈의 드라이빙 코스로 300킬로 미터를 달려야 합니다. 제법 기나긴 길이지만 그리 서둘러 갈 길이 아닙니다. 산허리 돌 때마다 펼쳐지는 비경들이 마치 풍경 사진첩을 넘기듯 나타나고 곳곳에 숨어있는 로키의 진수들이 무진장으로 묻혀있는 길.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풍경들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아브라스카 빙원을 품은 코발트 빛 미려한 호수 보우. 보우 호수를 채우는 보우 폭포에서 발원한 물이 캐나다 대륙을 적시고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고 곰의 앞발을 닮고 또는 보는 각도에 따라서 우리 한반도의 지도 모양도 하고 있다는 옥빛 고운 자태 페이토 호수. 피 정복자의 서러움이 인디언 소녀의 눈물로 통해 흘러내리는 통곡의 벽, 설상차를 타고 수 만년 빙하의 숨결 위에 서보는 생경한 경험의 콜롬비아 거대 빙원. Athabasca 설원과 까마귀의 발을 닮은 Crowfoot 빙하. 그리고 자스퍼에 거의 다다를 즈음에 위치한 웅장한 리틀 나이아가라라 불리는 아사바스카 폭포. 눈길 닿는 곳마다 미려한 풍경이 만들어 지고 마주하는 그 풍경마다 탄성을 제어하기 힘듭니다. 19세기에 활동했던 유명한 등반가 에드워드 윔프가 이 로키 아이스필드를 지나며 유럽의 알프스 절경 50군데를 여기다 풀어놓은 것 같다고 했다는데 그만큼 첩첩이 이어지는 거벽 만년설산의 위용이 대단하여 위대한 신만이 지을 수 있는 창조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오랜 이동으로 묵직해진 몸을 추스릴 양으로 천상의 길을 품고 있는 윌콕스 산을 오르는 트레킹을 합니다. 밴프와 자스퍼의 경계쯤에 있는 3500미터 높이의 아스바스카 빙산을 바치고 있는 서울의 절반 크기인 콜럼비아 빙원에서 시작되는 트레일. 눈앞에 영화 닥터 지바고의 촬영장으로 이용된 콜럼비아 빙원이 그 장면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트레일은 컬럼비아 빙원을 방문하는 바퀴가 집채만 한걸로 달리는 우람하게 생긴 설상차를 타고 탐험하는 시발점인 컬럼비아 빙원 디스커버리 센터에서 남쪽으로 몇킬로미터 떨어진 월콕스 트레일 주차장에서 시작이 됩니다. 이 길을 개척한 프랑스의 탐험가 윌콕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으로 캐나다 로키의 개척사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합니다. 루이스 호수를 지나 북쪽으로 진군하며 아이스필드 길을 개척하던 탐험대는 아사바스카 빙원 아래서 장애물에 도착되었고 말을 타고 가기에는 순와프타 계곡은 너무나도 험준해 우회하며 오른 길이 이 윌콕스 패스랍니다. 그 당시 지금보다는 더욱 더 태고의 지순한 풍경을 간직했을 로키의 풍경을 보며 그는 얼마나 가슴 벅차고 마냥 흥분을 했을까? 그 낯설고 생경한 미지의 땅에서 치명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접하고 그는 얼마나 행복해 했을까? 천상의 화원으로 이르는 듯한 야생화의 군무를 바라보며 오른 이 천국의 계단에서 그는 얼마나 삶의 희열을 느끼며 올랐을까? 하는 생각에 접어드니 마치 내가 그가 된 듯 몸이 뜨거워집니다. 초반 사면을 오르면 여느 로키의 트레일처럼 울창한 침엽수림을 지나면서 반마장도 못가서 이내 나무들이 키를 낮추는데 이어지는 자갈밭 길을 지나면 오랜 세월동안 민 몸을 드러내놓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거목들의 뿌리가 길에 가득 얼기설기 얽혀있어 참혹한 북반구의 기후를 짐작하게 합니다. 로키 영역 내 가장 낮은 기온의 분포를 보인다는 이 지역. 광활한 콜럼비아 빙원을 넘어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일 것입니다.   이 길에 오늘은 살포시 늦게 찾아온 봄이 내려 앉아 있습니다. 계곡. 들판. 산비탈 할것없이 가득 초록으로 채색되어 있습니다. 짙은 빛의 전나무 숲길을 벗어나 이제 능선 길로 접어드니 시야가 트이며 시원하고도 선명한 전망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왼쪽 사면이 급경사를 이루면서 이제는 다소 길이 험하다 하여도 환희의 기쁨을 안고 오를 수 있겠습니다. 눈앞에 가득 채운 저 수려한 로키의 또 다른 명경을 보며 오르는 길인데 무엇이 두려울 것이며 이처럼 가슴 떨리는 비경과의 조우는 또한 몰핀처럼 진통제를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관광객을 태우고 왕래하는 설상차들의 오고감이 조망되고 그 뒤로 아사바스카 빙하가 거대한 컬럼비아 빙원으로 연결되어 펼쳐진 장관을 보여줍니다. 전방에는 날카롭게 서있는 윌콕스 산이 야무지게 자리를 잡고 있어 풍광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데 아주 인색하게도 허락할 듯 말 듯 하는 다른 트레일과는 달리 짧지만 거침없이 장대하게 펼쳐 보여주는 이 길은 우리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이 윌콕스 트레일은 초반 경사면을 등반하면서 보는 풍치가 압권이라 짧게 걷고 싶은 이들의 방문이 많아 다른 곳과는 달리 줄을 지어 오르는 이변을 보게 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잠시 이어지는 드넓은 초원. 영겁의 세월동안 다져온 이끼들이 두텁게 깔려있고 겨우내 맹추위에 생기 잃은 목초는 허리를 펴지 못한 채 누워있는데 아직도 가득 평원을 채운 눈과 그 사이사이로 여러 지류를 만들어 하얗게 흐르는 빙하 녹은 물들은 마치 사막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부드럽게 굴곡진 구릉마다에는 앞 다투어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야생화가 불타고 있습니다. 멀리는 컬럼비아 빙원이 장대하게 펼쳐집니다. 이곳에서 녹은 빙하수는 세 지류로 나뉘어져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북극해로 녹아들어간다 합니다. 그러니 가히 캐나다 로키는 세계의 지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찰나의 순간에 겨우 촌지의 거리를 두고 각기 세 갈래로 나뉘어 운명을 달리한 채 머나먼 항해를 하며 가마득히 멀어져 가버리는 물들의 인연은 거기까지 인가 봅니다. 로키의 동물과 식물 그리고 바람과 구름과 바위. 모든 자연의 요소들을 풍요롭게 하는 물의 근원이 이 산마루에서 시작됩니다. 인류의 생명도 그에 바탕을 두니 산은 우리 모두의 고향이기에 산을 오른다는 것은 정작 우리의 고향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아닐까요? 그래서 아늑할 수 있는... 저 흘러가는 무수한 물들이 다시 하늘로 올라 산으로 내리고 또 수많은 세월을 거쳐 빙하가 되듯이 우리도 돌고 도는 생의 연속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