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영혼의 킬리만자로. 그 길위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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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 가이드의 매김소리에 우리들의 받는 소리. 마타타! 킬리만자로 산길에는 이 소리가 메아리칩니다. 아무 문제 없다. 괜찮다. 걱정 마라 등등의 뜻을 품고 있는 탄자니아 말로서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트레커들에게는 현지 가이드들이 격려하는 차원에서 외치면 따라하게 하는데 천천히 하면 못 이룰게 없다는 의미로 전해집니다. 이 구호를 복창하며 힘을 북돋아 산정을 향해 느릿느릿 오르는 군상들이 길따라 가득한데 이곳만의 특별한 풍경입니다. 조용필의 히트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한국인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곳. 미답의 땅을 밟는 계획을 세울 때면 아직도 어린아이들처럼 가슴이 설레며 대상지를 마음으로 그려보며 짚어보는 일은 늘 즐겁습니다. 종주를 위한 트레킹 일정은 준비할 때는 즐겁고 종주 자체는 나 스스로에 대한 도전과 극복의 작은 역사이며 성공적인 마감후에는 마침내 성취감이 있습니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사무치도록 애착이 갔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대륙에서 가장 높은 킬리만자로. 적도의 나라에서 만년설을 본다는 흥분과 또 보리라는 기대로 꿈을 키워왔던 나날들. 최고봉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내친김에 세렝게티 사파리 게임도 즐기고 마지막 남은 세계 3대 폭포중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도도 만나보고 남아공으로 넘어가서 세계 100대 트레일중 오터 트레일과 호에리콰고 트레일을 종주하자. 그래 아프리카로 가는거야. 라고 결심을 세웠습니다. 그 간절했던 소망을 품고 오히려 마음을 비운채 툭 던진 한마디에 기꺼이 동참해준 동행들이 고마웠고 그들 덕분에 그것은 현실로 다가와 지금 아프리카의 이 평화롭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갑니다. 케냐 나이로비 공항을 출발해 국경을 넘어 긴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 끝에 탄자니아의 아루샤 한 숙소에 들어 석양빛을 받아 붉게 타는 만년설봉의 킬리만자로를 바라보며 깊은 감동의 소회를 품고 있는 것입니다. 한 덩어리로 존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산암으로 형성된 산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최고봉임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화산에 속합니다. 아프리카 전체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이며 정상을 향한 하이킹은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있습니다. 실제로 매년 약 3만명의 등산 마니아들이 이 정상등정을 시도하고 또 대다수의 사람들은 근 정상에 올라 감격의 눈물을 흘릴기도 합니다. 정상에 서면 일망무제 거리낌없이 펼쳐지는 대단한 풍경은 가히 장관을 이루며 특히 킬리만자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예술의 경지에 오른다 하겠습니다. 정상까지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데는 일반적으로 체력 수준과 적응 속도에 따라 약 5~7일이 소요됩니다. 내일이면 그 대단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킬리를 만나러 가면서 내가 아마도 오래된 정보를 입수했었나 봅니다. 지금은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공항이 생겨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옛날 방식으로 케냐의 아디스아바바에 내려 아루샤를 향한 그 기인긴 차량이동을 해야만 했습니다. 하루를 꼬박 허비한 시간 낭비. 언제 멈춰서버릴지 모르게 시끄럽게 털털거리는 엔진. 때에 절은 자동차 내부와 비릿한 인내가 사라지지 않는 동승객들과 동행. 차비보다 더 많이 불필요하게 지불해야하는 국경넘는 입국비. 그래도 경험삼아라고 조금 위안을 줄수 있었던 것은 길위에서 펼쳐지는 풍경과 풍물들이었습니다. 아프리카를 난생처음 방문해보는 나에게는 그 녹색 창연한 자연과 그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군상들의 생활상이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도로를 달리며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바오밥 나무가 듬성듬성 자라있는 끝없이 펼쳐진 평원입니다. 꼴에 깨끗하지 않은 음질이지만 영화 라이언 킹의 주제곡과 비슷한 류의 음악을 틀어주는 기사의 기지로 저 초원을 힘차게 달리는 온갖 맹수와 야수들이 떠오르게 합니다. 현실과 맞닥뜨릴 바로 이전에 즐기는 무한한 상상의 시간은 무상의 특권이며 사뭇 행복합니다. 아무튼 이런 실수로 저질러진 시간적 금전적 낭비를 되풀이하지 말아야겠다는 또 한번의 다짐을 해봅니다만… 아무튼 어찌어찌해서 아루샤까지 흘러왔고 이 아침 모시를 지나서 마랑구 게이트에서 킬리를 오르고자 입산 신고를 하고 등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숲 사이로 간혹 모습을 드러내는 눈덮힌 정상의 장관을 연출하는 킬리 산군들. 그 특이하고도 웅장한 용태에 위압감마저 돌며 가슴이 뜁니다. 잠시 쉬어가는 시골 장터에는 팔러 나온 야채와 과일들이 풍성한데 그들 만큼이나 많은 좌판을 벌려놓은 아낙들이 나름대로 이 세상 가장 예쁘게 치장한 채 모두 편안한 미소를 건네며 킬리만자로의 평화를 전해 줍니다. 이번 여정이 내 생애 가장 포근한 휴식의 선물이 되어 주리라는 확신이 들며 마음도 넉넉해지니 필요이상으로 과일들을 구매하게 됩니다. 꾸밈없는 대자연속에서 소박한 사람들과 지낼 행복한 시간들을 상상하며 길을 나섭니다. 마랑구의 마을 입구는 이미 해발고도가 1,550m. 거대한 산들이 병풍을 두르고 그 아래 삼림지대와 초원지대가 번갈아 보이며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산 아래 끝없는 평원과 소담스런 작은 마을과 덤불숲들이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고 있으니 바람 마저 고요히 스쳐가고 차분한 평화로움이 온누리에 가득합니다. 킬리를 바라보며 서 있다는 그 자체로 행복이 밀려오는 곳. 입구에 들어서서 트레킹 중 하지말라는 경고의 큼직한 석판과 산군의 모형을 따 세워놓은 상징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가이드를 따라갑니다.  눈과 빙하로 덮여 있는 키보, 마웬지, 시라. 이 주요 봉우리 세 개를 보유한 해발 5,895m의 킬리만자로(Kilimanjaro) 산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화산 활동으로 생긴 높은 봉우리가 사바나 (savannah) 평원 위에 홀로 우뚝 솟아 있어 그 존재감이 단연 돋보이는데 자연 현상이 만들어낸 최고의 산물입니다. 사바나에서 위를 바라보면 눈 덮인 산봉우리가 반짝이며 최저점부터 최고점에 걸쳐 사바나 관목림 지대, 산기슭 임업 농업 지대, 삼림, 아고산성 황야, 고산성 습지등 주요 식생대 다섯 개가 7만 5천 헥타르의 대자연 안에서 존재합니다. 어려운 학술 용어의 틀을 벗기면 간단하게 초원지대, 열대우림, 황야지대, 화산지대, 빙하지대라는 뜻입니다. 대개 1,000m 단위로 그 모습이 바뀌는데 기온은 200m마다 1°C씩 내려간답니다. 그래서 산을 품고 있는 킬리만자로 국립공원에는 수많은 포유류가 서식하는데 그중 많은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합니다. 1973년에 설립된 킬리만자로 국립공원은 암보셀리(Amboseli) 국립공원과 연결되어 있으며, 아루샤(Arusha) 국립공원과 차보(Tsavo) 국립공원으로 이어진 야생동물의 이동경로를 인간들이 침범함으로서 벌목과 함께 영향을 끼친 바 코끼리(elephant), 버펄로(buffalo), 영양(antelope) 등이 기하학적으로 그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답니다. 더구나 인접 지역의 난개발과 그에 따른 대기와 수질 오염, 화재와 기후변화와 같은 요인들이 증가하고 쌓이면서 킬리만자로 국립공원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신이 내린 적도상에 존재하는 대자연의 유산인 빙하들은 전 세계의 기후 변화에 특히 취약해서 점점 녹아 없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