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바로 떠나는 바다여행. 1 멕시코의 별유천지 캔쿤
>

캐리비안. 그 이름만 들어도 아열대 지방의 훈훈한 미풍이 귀밑머리를 날리고 도망가고 그 바람을 따라 흥겨운 레게음악이 흘러오는 듯하여 그저 어께 춤이 절로 들썩이며 그 연록색 바다빛 처럼 부드러운 럼 펀치의 감미로움이 연상되는 지상낙원. 스쿠바 다이버들이 항시 동경하는 다이빙의 천국. 그중에도 캔쿤, 코쥬멜, 케이먼 아일랜드, 자마이카 등 상하의 나라, 웨스트 캐리비안에 스쿠바 다이빙으로 족적을 남겼다. 일설에 1974년경 미국의 대부호가 자신의 요트로 여행하다가 무인 해변인 캔쿤을 발견하고 이곳에 투자하여 개발하려고 노력을 하다가 도저히 자본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춘몽이 되고 말았는데 그 아쉬움을 당시 멕시코 대통령에게 이곳을 개발 할 것을 부탁하는 편지를 써 보냈더니 그 뜻이 받아들여져 1975년부터 대통령 특별령에 의해 개발 되었다 한다. 캘리포니아 반도와 멕시코 만 사이에 위치한 캔쿤은 그 당시만 해도 백여명의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하며 생계를 유지해가던 작은 마을이었는데 그 후 인구가 급증하여 지금은 연중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높이는 해양 리조트가 되었다. 캔쿤은 환상적인 카리브해에서 즐기는 각종 수상스포츠와 고대 마야 문명을 엿볼 수 있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 탐험 등 다양한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게다가 캔쿤의 저렴하면서도 풍성한 멕시코 전통 요리는 여느 휴양지에서 가져보지 못하는 미각의 즐거움도 함께 제공한다. 특히 유럽과 미국인들에게는 꿈의 휴양지로 첫손을 꼽는 곳으로 에메랄드 빛 바다와 아름다운 산호초 군락으로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휴양지이다. 칸쿤은 실제로 메인랜드에 있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캔쿤은 바로 호텔 존 (Zona Hotelera)으로 메인랜드와 2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23km 길이의 7자 모양의 섬이다. 보안이란 이유로 멕시코 원주민들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외에는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곳이라 범죄의 위험은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별천지이다. 멕시코의 모든 해변은 개인이 소유 할 수 없으므로 어느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며 경쟁적으로 잘 꾸민 해변 풍경들 중 하이야트나 쉐라톤 호텔 앞의 해변은 특히 아름답다. 캔쿤의 모래는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 때 부터 바다의 색깔은 코발트 빛으로 바다 속이 다 들여다보였는데 바닷물이 그렇게 파랗게 보였던 이유는 너무도 하얀 모래 때문에 색의 대비 효과로 나타난 것이었다. 또한 캔쿤은 대학들이 봄 방학을 시작하면 엄청난 대학생들이 모여들어 '신나게 놀자 마시자 ' 는 슬로건 아래 일탈의 짜릿함을 즐기는 곳으로도 유명하기도 하고 또 거의 모든 호텔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작품성을 지니고 있으며 호텔마다 경쟁적으로 초호화판으로 꾸며져 있는 것 또한 특징이다. 섬 북부에 있는 Playa Linda, Playa Langosta, Playa Tortugas등의 해변에서는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섬 동부에 있는 Playa Chac-Mool, Playa Marlin, Playa Ballenas 해변에서는 대양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메인랜드와 칸쿤섬 사이에 있는 호수인 Laguna Nichupte에서는 천혜의 자연 환경으로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캔쿤은 전혀 멕시코라 여겨지지 않는 미국의 일부이며 한 도시였다.   세계적 휴양지의 면모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도 허술해 보이는 공항 활주로에 비행기가 내리고 입국신고와 세관신고를 하기 위해 통로를 들어서는 순간 열도 특유의 비릿하면서도 후덥지근한 공기가 느껴진다. 더운 나라 사람들은 근면함이 부족하나 천성적으로 낙천적이라더니 관광지의 세관검사답게 버턴을 눌러 파란색이면 무사통과고 빨간불이면 보따리를 풀어 검사를 받아야했다. 말하자면 한 2, 30명중에 한명 정도 걸리도록 한 복권추첨식이었는데 그것도 행과 불행의 갈림길이라고 조바심이 일었고 파란불이 들어왔을 때 기쁨 또한 적지 않았다. 관광지다운 재미있는 발상이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공항을 나서니 여기저기서 붙잡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도떼기 시장통이다. 서툰 영어로 외쳐대는 호객꾼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렌트카 센터로 향했다. 차 렌트는 상대적으로 다른 휴양지보다 저렴한 값인데 문제는 보험이다. 온갖 협박과 회유 속에서 절개를 지키지 못하고 우리는 반강제로 보험을 들어야 했고 배보다 배꼽이 서너 배가 더 큰 지불을 해야만 했다. 안내원이 펼쳐주는 캔쿤의 큼지막한 지도를 보며 간단한 도상 브리핑을 듣고 난 뒤 지프차에 스쿠바 장비들을 싣고 훈풍에 돛단 듯이 차를 몰아 야자수 사이를 날았다. 공항도로를 벗어나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데 어느덧 캐리비안의 낙조가 아름답게 서녘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호텔 내 식당의 하나인 해변식당을 이용했다. 캔쿤의 호텔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자태들을 뽐내는데 하나같이 테라스에서의 풍경과 예술적인 감각이 가미된 수영장과 주변 빌라의 풍경이 정말 일품이었다. 그야말로 모든 호텔들이 초호화판으로 꾸며져 있었다. 갈대로 엮은 지붕아래 밀림에서 건져온 원목의 내음이 향기롭게 풍기고 밀려오는 부드러운 파도소리가 그윽한 레스토랑에서 한잔씩 오가는 멕시칸 맥주의 취기와 함께 남국의 밤은 익어갔다. 우리는 신기하게도 우리네 짬봉 비슷한 해물 수프를 전식으로 다양한 해물들을 만끽하며 흥건히 취하였어도 지불할 때의 부담은 적어 물가의 차이와 달러의 위력을 실감하며 레스토랑을 나섰다. 젊음의 열기와 낭만이 넘치는 곳. 캔쿤의 밤은 또 다른 모습으로 흥겹게 익어간다. 꺼지지 않는 거리와 업소들의 불빛들이 사위어가는 밤의 끝자락을 잡고 있었다.   이튿날, 섬에서의 다이빙 투어를 위해 이른 여정을 시작했다. 호텔에서 지은 하얀 쌀밥과 김치 등의 다양한 반찬으로 든든한 아침을 먹고 흥분으로 상기된 얼굴들로 호텔을 나섰다. 캔쿤에서 배로 20여분 걸리는 Isla Muferes는 아직 원주민들의 삶의 형태가 남아있는 조용한 섬이다. 이 섬으로 통하는 페리를 운영하는 곳이 캔쿤 남부에는 Playa Linda, 북부에는 Puerto Juarez와 Punta Sam가 있는데 대부분 북부 쪽을 선호하여 이용하는데 우리도 Punta Sam에서 고속페리를 탔다. 배에서 내려 택시를 잡아 다이빙샾으로 가자했더니 골목길을 들어서 두 블락을 가더니 다왔다고 한다. 아직 페소와 달러의 계산이 익숙치 않고 미터기들이 없어서 기본요금이랍시고 $10을 줬는데 알고보니 엄청나게 많이 준 것이란다. 보트 출발까지는 다소 시간이 남아 골목길을 들어섰다. 캔쿤과는 달리 원초의 고유한 문화를 지키고 있는 이곳은 골목마다 원색의 집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고 카페나 옷가게 선물가게 등 조그만 상점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있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생경함보다 친근감이 드는 재미있는 곳이었다. 아담한 카페하나를 선택해 들어가 바닐라 향기짙은 라떼와 진한 커피내음의 차를 시켜 이국의 정취를 느껴도 보았다. 영어가 가능한 현지인 다이버 메스터의 안내와 도움으로 첫 다이빙은 난파선 다이빙을 시도했다. 캔쿤과 섬 사이를 보트를 타고 파도를 넘는데 저멀리 캔쿤지역의 해변으로 줄지어 섰는 고층 호텔들의 군무가 가히 장관이다. 20여분을 향해해 다다른 곳. 오늘 다이빙할 난파선 다이빙. 물이 얼마나 맑던지 우리가 하강할 지점에 어렴풋이 선박의 형태가 눈아래 들어왔다. 깊이가 70피트에 이른다 했는데도 맑은 시야 덕에 선상에서도 감상할 수 있으니 참으로 고맙지 아니한가.. 캐나다에서 추위를 피해 몇 달째 캔쿤에 머무르고 있다는 65세의 백인 할머니와 함께 우리 일행 3명은 그룹 다이빙을 실시했다. 워낙 작은 배라 모두 엉덩이를 뱃전에 걸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대기하다 하강의 명령을 받고 모두 뒤로 구르기 입수를 실시했다. 시원한 캐리비안의 바닷물이 콧속에서 짜릿하게 느껴온다. 하늘은 구름 몇 점이 게으르게 흐르고 미풍이 잔잔하게 불어오는 날. 표면온도 86도, 해저온도 74도. 가시거리 100피트, 해저류 거의 없음. 환상적인 최적의 다이빙 조건이다. 40여년전 침몰한 200피트 정도 길이의 선박은 해류의 저항에 이기지 못하고 두동강이가 난채 오랜 세월을 누워있었다. 철골의 몸체엔 세월의 나이를 이야기하듯 이끼가 두텁게 쌓여있었고 군데군데 산호가 자라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그 사이를 한가로이 유영하는 각양각색의 열대어들. 평화롭기 그지없는 수중세계다. 줄을 지어 유영하는 열대어들이 하는 양으로 우리도 선박의 내부를 유람하며 곳곳에 호흡기로부터 방출된 물방울을 남겼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다소 속도는 느리지만 부지런히 따라오는 백인 할머니를 배려해서 잠시 포획한 곰치를 안고 기념촬영을 했다.   두 번째 다이빙은 산호초 군락을 관광하는 Drift(조류) 다이빙이다. 조류 다이빙은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 흘러가면서 다이빙을 즐기면 배가 표면에서 이동하여 다이버들을 따르는 방법으로 맑은 시야에서만 가능하다. 각양의 얼굴로 우리 다이버들을 맞이하는 산호초와 바다식물 그리고 다양한 어종들을 보면서 순간포착 최상의 모습을 담기 위해 수중카메라로 열심히 앵글을 맟췄다. 특히 이 지역에서 만큼은 흔히 볼 수 있는 바다거북의 출현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연유로 기쁘면서도 다이빙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촉매 역할을 해줬다. 누구나 어린아이가 되어 신기한 마음에 바다거북을 매만지며 쓰다듬어 주면서 애정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거북하기만 한지 내내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만 애썼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수중세계의 황홀함에 도취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활동을 하다보니 어느듯 공기통의 계기판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수심 5미터 지점에서 머물며 캐나다 할머니와 함께 어께동무 원을 만들어 안전정지(체내에 축적된 질소성분을 배출시키는 작업) 3여분을 실시하고 함께 부상했다. 다이버들 끼리 더욱 가까워지고 소중해지는 순간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 투입된 다이버들은 서로 생명을 공유하는 사이니까..   다이빙은 상당히 많은 신체의 전신운동을 요구하는 레포츠다. 다이빙을 마치면 허기를 느낀다. 섬에도 그럴싸한 식당이 더러 있었지만 일부러 한국의 후미진 해수욕장이면 쉽게 볼수 있는 그런 허름한 식당을 택해 추억에 젖어보며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다양한 해물 모듬을 3인분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저쪽 한 켠에서 원주민들의 분주한 작업이 눈에 띄었다. 다가가니 어부들이 낚시질해서 잡아온 바라쿠다종의 생선들을 손보고 있었다. 순박한 어부들은 단돈 5불에 한 마리를 건네줬다. 또 한번 시골인심이 아직 살아있는 것을 느끼며 식당의 주방을 빌어 생선을 다듬어 회를 썰어 가져간 초고추장에 찍어 소주와 곁들여 황후의 찬으로 점심을 먹었다. 오후는 휴식을 취하고 Twilight 다이빙(해질 무렵에 들어가 야간다이빙까지 마치고 오는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섬에서 가장 인파가 몰리는 백사장에서 비치 파라솔과 긴의자를 빌려 잠을 청했다. 밝고 다사로운 햇살이 휴양지의 구석마다 내리고 있는 평화로운 오후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캔쿤의 바다는 눈부시게 파랗고 부서진 생선의 비늘이 잔잔한 햇빛에 반사되듯 더없이 찬란하게 반짝거렸다. 능수버들처럼 휘휘 늘어진 야자수아래 쌀가루처럼 곱고 하얀 모래 백사장에 누워 푸른 하늘을 보는 여유. 여행이 주는 인생 자족의 또 다른 맛이다.   한숨 맛있게 오침을 취한 뒤 비몽사몽간을 헤매는데 필요한 것이 없냐고 묻는 주인장의 기척에 정신을 차렸다. 음료수를 신청하니 바디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단다. 불러준 택시를 타고 민가에서 운영하는 맛사지 센터를 찿았다. 트왈라이트 다이빙 예약시간 까지는 그리 여유가 많지 않아 2,30분씩 만 받기로 하고 내가 먼저 테이블에 누웠다. 작업에 지장이 있다며 걸고 있던 금목걸이를 잠시 빼놔도 되냐고 했다. 그러마고 했는데 아뿔싸! 결국에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돌아와 버렸다. 다음날 호텔에서 다시 연락을 취했으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들의 행태를 보고는 치사한 후진국의 사기행위임을 그때서야 알아 차렸으니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인 것을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랴. 타국 타향에 가면 모든 것을 조심하고 긴장해야 하는 것을.. 다시는 이런 멍청한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작은 교훈을 큰 출혈을 하고서야 체득하였다. 아무튼 건장한 체구에서 품어져 나오는 그녀의 맛사지 기술하나는 일품이었다. 값비싼 마사지..   야간 다이빙! 다시 장비를 챙겨서 뉘엿뉘엿 기우는 유난히 커다란 해를 등에 지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또 제대로 휴식도 안주는 전투다이빙이라는 푸념을 귓전으로 날리고 새로운 경험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야간다이빙에 도전했다. 낮에 한번 실시한 곳이라 지났던 곳을 연상하면서 리더를 따라 종으로 줄지어 또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는 캐리비안의 해저 풍광을 랜턴으로 비추며 탐색을 실시했다. 조금 가다보니 깊은 굴속에 커다란 상어가 버티고 있었다. 잠을 자는 중인지 미동도 없었다. 귀하신 몸 단잠을 훼방할 수 없어 돌아서 갔다. 대체로 바다 동물들은 인간들이 호기심이나 괜한 친근감의 표시로 건드리거나 집적대는 일만 없다면 공격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괜히 만지거나 집적거리는 일처럼 해꼬지는 삼가야 한다. 군데군데 낮에 보았던 거북이들이 다시 출현하기도 하고 눈에 익은 풍경들이 시계에 들어왔다. 밤이 되니 특이한 것은 연체동물들의 출현이 많았다. 저마다 특이한 색으로 활동하다가 랜턴 빛이 다가가면 주변 보호색으로 바꾸어 시치미를 떼는 것이 얄밉기만 하다. 문어가 가장 그랬다. 문어들이 제법 보였다. 그 맛있는.. 다가오는 손길을 느꼈는지 문어는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가뿐히 낚아채서 손바닥에 놓고 관찰들을 했다. 신기한 듯이 내 주변으로 다가온 우리 일행들이 부산하게 문어를 서로 만져 보려고 하다가 본의 아니게 배구게임을 하듯 문어를 가지고 연방 토스를 해댔다. 이리저리 몸을 맡긴 문어는 필살의 도주를 하다가 그만 우리 한 다이버의 입에 물린 호흡기에 붙어버렸다. 그곳에 있는 구멍을 통해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몸을 숨기는 것이 아닌가. 공기가 흡입되어야 할 튜브 속에 문어가 들어가 막혀 버린다면 호흡 곤란이 오는 것은 당연지사. 다급한 상황이 떠올라 미쳐 들어가지 못한 문어다리를 잡고 당겼다. 빠져나오면서도 저항이 있어 다리 몇가닥이 잘려버렸다. 이왕에 자연을 훼손한 바에야 캐리비안의 문어 맛이나 보자며 내 입으로 그 문어다리들은 옮겨졌다. 바닷물과 함께 씹히는 그 맛은 산낙지처럼 쫀득한게 일품이었다. 다리 몇을 잃어버린뒤 엉거주춤한 나머지의 문어도 아프리카 몬도가네 원주민들처럼 말끔히 먹고 후환이 없도록 흔적을 없앴다. 이름하여 캔쿤 문어 능지처참 사건..   북받쳐 오르는 트림을 애써 참고 평온을 되찾아 한참을 가다가 리더의 정지 신호에 모두 멈추어 섰다. 랜턴을 모두 꺼란다. 지시대로 랜턴불을 다 소등하고 자세히 보니 리더가 팔로 큰 원을 휘저을때마다 반닷불 같은 작은 무수한 불들이 현란하게 나타났다. 휘젓는 동작이 클수록 그 불빛은 더욱 많아졌다. 우리는 어린아이들처럼 반딧불을 쫒아 다니는 동심으로 돌아가 크게 팔을 휘두르며 그 즐거움과 기쁨을 만끽했다. 나중에 설명을 들으니 작은 너무나 작은 잠들어 있는 형광 연체동물들이 잠에서 깨 활동을 시작하면서 생기는 불빛이라 했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바다 그 물속에서 크리스마스 츄리에 매달린 앙증맞은 작은 전구들의 찬란함처럼 꿈처럼 동화처럼 펼쳐진 참으로 잊지 못할 추억속 빛의 향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