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이 함께 걸어온 차마고도. 그 길위에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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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촉촉하게 젖은 산하는 싱그럽기 그지 없는데 더욱 맑아진 산의 풍경이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비가 만들어낸 새로운 비경에 마음을 빼앗긴채 마을을 나서는데 간밤의 풍성한 비로 깨끗하게 씻겨진 자연의 맑은 모습과 듬성듬성 자리잡은 흰구름이 푸른하늘과 대비해 펼쳐놓는 한폭의 그림. 하늘과 땅 사이의 공백이 산으로 가득 찬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공간을 제 몸으로 가득 메운 산위로 가벼운 질감의 구름이 찢어져있으니 전혀 시야를 답답하지 않게 합니다. 초록과 백 그리고 청색 이 세가지의 단순한 색감만으로 그 어떤 화려한 총천연색의 그림보다 미려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구름에 가려있던 옥룡설산의 정상급 봉우리들도 푸른하늘을 배경으로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나 시시각각 햇살이 비추는데로 변화하는 얼굴을 감상하는 것도 아침을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길을 나서고 큰 낙폭이 없는 길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옮길때마다 서서히 밀려 지나가는 풍경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장관의 연속입니다. 호도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옥룡설산과 하바설산 사이로 흐르는 금사강인데 장엄한 호도협의 아찔한 협곡으로 진사강이 갑자기 물길을 바꿔 두 산 사이의 좁고 깊은 협곡 사이를 힘차게 흐르며 웅장한 풍경을 자아내는 곳으로 넓은 강폭이 갑자기 좁아진 협곡에 막혀 역류하며 만들어내는 물줄기의 성난 아우성이 협곡을 비좁게하며 사바세계의 혼란처럼 마음의 평정을 어지럽힙니다. 히말라야의 한 자락인 이 곳도 조산 운동에 의해 형성된 전형적인 V자 협곡인데 수억년 동안 물의 흐름에 따른 침식작용에 의해 다듬어지면서 지금의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어 오랜 성상을 인내해온 지구의 아름다운 상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상류에서 녹은 빙하수가 품은 석회물질 때문에 옥빛을 발하고 있으며 길마다 돌출된 부분에는 드넓은 산세와 굽이치는 계곡이 한눈에 보이는 호도협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에 마련된 뷰포인트들이 있습니다. 겨울의 초입에도 불구하고 물길을 뿌려내리는 관음폭포를 지날 때 그 상징성에 사진을 한두장 찍고 길을 재촉하는데 중호도협으로 접어드는 것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하고 수천길 낭떠러지 옆으로 높은 절벽이 이어지는 길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숲속길과 절벽길을 수없이 반복하는 길을 걸으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아름답고 웅장한 풍경들을 마주하고 씩씩하게 이어갑니다.   중도 객잔에 발길을 멈추고 차한잔을 주문합니다. 셀프 서비스형태로 만들어놓은 차한잔씩을 손에 들고 옥상에 마련되어 있는 선베드와 흔들 그네를 지나서 단체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차마고도 선상에서 제대로 된 차의 향미를 맛보며 휴식을 즐깁니다. 앞다투어 확인해보는 천하 제일의 측간에서도 바로 위의 옥상 발코니에서도 풍경은 한가지로 진부한 표현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을 걸어놓은 듯한 그 비현실적인 경치는 수묵화로 남겨진 그들의 전래작품과 조금도 다르지않습니다. 화장실 너머의 설봉들이 마치 손을 뻗으면 내 손에 잡힐듯 한데 세상 어떤 전망대가 이보다 더 멋진 풍경을 보여줄 수 있을까싶은데 어제 차마객잔을 지나서 이곳 중도객잔에서 유숙하며 옥룡설산의 머리 위에서 춤을 추는 별들의 향연을 보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작은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속도 그 자체가 이번 여행의 목적은 아니었기에 산마루의 이어달림을 한참동안 바라다보면서 서로 품평도 하며 보이차의 그윽한 향기를 깊이 들어마십니다. 달콤한 휴식 이후에 다시 시작된 트래킹. 걸을 때마다 달라지는 농익은 자연의 향기가 또 다른 감흥으로 젖어오는데 온갖 번다한 잡음으로 마비되어있던 오감이 깨어나는 기분입니다. 유달리 많이 풀어놓은 염소들이 가파른 벼랑에 의지한채 풀을 뜯어먹고 있는데 곁으로 철지난 들꽃들이 화려하게 피어있습니다. 이 지역의 사랑은 박물관에서도 그렇게 확인이 되는데 꽃으로 표현된답니다. 아찔한 절벽에 피어난 청초한 꽃을 꺾어 그 꽃잎만큼이나 청초한 소녀에게 사랑을 전하는 사내들의 무분별한 마음. 거기에는 이세상 가장 희귀한 것을 바치고싶은 목숨건 시도가 있기에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정의를 내린답니다. 풍경하나도 사물하나도 꽃잎하나도 메세지를 던지는 길위에서 얻는 내 삶의 귀한 경험이며 재산들입니다. 호도협 길을 마감한 티나 객잔에서 한가로운 점심식사를 즐기고 난후 주체할수 없이 몰려오는 졸음에 겨워 생각에 생각으로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길의 해석입니다. 여행은 언제나 그렇듯이 목적한 곳에서의 시간보다 가기위한 준비의 시간과 찾아가는 그 과정의 길들이 더 빛나듯이 허무함마저도 드는 이 길의 끝에서 다시 희망을 품고 다음 행선지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