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이 함께 걸어온 차마고도. 그 길위에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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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해와 달인 샹그릴라로 들어갑니다. 운남성에서 유일하게 티베트 사람들을 만날수 있는 장족자치주인 더친현 주도로 티베트 불교속에서 전승되어온 신비의 도시인 이상향 샹바라이니 샹그릴라는 유토피아이며 마음속의 해와 달과 불국정토 등의 뜻이라 하니 인간의 궁극적 행복의 이상향이자 피안의 세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1933년 발행된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튼이 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속의 무대인 가공의 인류 마지막 유토피아인 샹그릴라를 인용하여 중국이 얌체같은 상술을 부려 관광도시로서 적극적인 육성에 나서게 된 곳입니다. 현실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이상향이 실제 존재하는 곳으로 만들어 버린것인데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티베트 고원 동쪽 자락에 위치한 히말라야 조산운동을 거치며 솟아오른 횡단산맥과 칭짱고원 지대에 위치합니다. 해발 3천미터가 넘는 고산평원에 위치한 마을로 4천미터이상의 고산이 400개 이상 그리고 5천미터이상의 설산봉이 13개나 품은 운남성에서 제일 높은 곳이며 티베트 불교 사원들과 마니석 타르쵸등이 산재해있고 푸른 하늘을 뒤로 한 대초원과 야크떼등 티베트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풍기는 곳입니다. 웅장한 고산협곡과 하늘과 맞닿아서 세상의 모든 것을 밝게 비추는 찬란한 유백색의 만년설산과 그 설산을 감싸고 있는 푸르른 빙하 그리고 그 빙하가 녹아서 고인 터키빛 호수들과 광활한 고산초원들이 빚어내는 그림같은 풍경속에 정착해 장대한 대자연과의 교감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 쉽게 접하기 힘든 대자연을 닮아 중국의 한족을 비롯해 타민족들과는 전혀 다르게 여유롭고 순박하며 마음만은 풍요롭게 살아가는 주민들이 서로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밤을 머물고 아쉬움이 남아 매리설산을 다녀와서도 일정을 바꾸면서까지 하루 더 지내게 된 고성내 호텔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버클리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이곳으로 돌아온 청년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옛날 집을 그대로 이용해서 내부만 편리하게 손을 본 전통 목조가옥으로 그들의 주거문화를 경험하고 오래된 세월의 향기를 맡으며 안락하게 지낼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세계 최대의 마니차가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고성내의 야경을 보며 돌아다닐수도 있고 모두 도보로 충분히 이동이 가능한 거리에 있습니다. 도시 주변에는 작은 포탈라궁이라 불리는 티베트 불교 운남 본산인 송찬림사와 계절별로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광활한 초원호수 나파하이등 많은 볼거리들이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샹그릴라(Shangri-La)는 1933년 영국의 제임스 힐튼이 쓴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이라는 작품에 나오는 가공의 장소입니다. 쿤룬산맥(Kunlun Mountains)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숨겨진 장소로 묘사되는데 신비롭고 평화로운 계곡속에서 무한 영원한 행복을 누리며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단절된 히말라야의 유토피아로 묘사되었습니다. 소설속의 주인공 휴는 영국의 베테랑 외교관의 신분으로 인간의 나이라고는 잊고사는 사람들의 공동체에서 내적인 평화와 사랑과 종교적 구원이 존재하는 샹그릴라의 목적 그 자체를 발견하게됩니다. 소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말은 지상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이상향 혹은 최고의 천국같은 유토피아를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가슴속에 두고 그리워하는 샹그릴라는 있기 마련이지만 그 형태는 상상하는 이들의 마음에 달린 것이니 아무리 중국이 이곳을 고집하여도 진정으로 인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티베트의 깊은 산맥속에 은둔해온 라마교 사원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는 샹그릴라 사람들은 일반인들 보다 평균수명을 훨씬 크게 뛰어넘어 거의 불멸불사의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는 호기심에 더욱 더 마음이 이끌리게 되었던바 불로장수를 위해 매달려온 역사속의 애처로운 군상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위에 중첩되어 나타나 허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샹그릴라는 한번쯤은 방문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데 우선 주변풍광으로 히말라야 조산운동이 만들어낸 끝도 없이 이어지는 험준한 산맥과 협곡의 웅장함은 가히 압권입니다. 지형적 고립으로 인해 티베트 불교문화의 원시성과 고유성이 훼손되지않고 전해져오고 있으며 그들의 삶속에 퍼져있는 핏줄같은 차마고도를 통해 물류가 교류되며 빼어난 풍경속에서 마방들의 문화적 특징들을 접할수 있게 해줍니다. 광대하면서도 푸르름을 잃지않은 대초원의 유목문화와 척박한 환경속에도 아름답게 전승되어온 원시적문화 그리고 문명의 손길이 더디게 닿아 아련한 향수를 일으키게 하는 도로나 숙소 그리고 사람들까지도 이 길위를 걷는 여행가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느리고 불편하지만 번다한 마음 모두 버리고 모든 것이 자연과 닮은 티베트 동부고원의 끝자락에 있는 샹그릴라에 몇일을 머물면 적어도 느림의 미학과 아날로그의 삶이 더 행복하였네라 하는 깨달음을 얻을것입니다. 천국에 갈 수 없으면 우붕(위뻥)에 가야 된다라고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설왕설래한다는데 우붕마을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외도원으로 운남성 더친현에 속하며 매리설산의 여신봉 아래 고요하게 자리한 마을입니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채운의 남쪽 운남성에 성결하고 순미한 매리설산의 산기슭 동쪽에 서른채 남짓한 마을을 만들어 살아가는데 인간세상과 단절된채로 사바세계의 소란함과 번다함으로 부터 벗어나게 만든 것은 온전히 지리적인 이유입니다. 이곳으로 진입하는 길은 오직 3700미터 고개를 넘어야하는 산길이 너무 험분하여 건장한 장정들은 10킬로미터 고개길을 걸어서 넘고 연약한 이들은 말을 타고 접근해야합니다. 우붕 마을은 상우붕과 하우붕으로 나뉘어져 살고 있는데 상우붕 마을은 빙호로 가기 편하며 하우붕 마을은 신폭으로 접근하기 좋습니다. 비 우자에 무너질 붕자로 마을 이름을 명명한 이유는 설산 아래에 위치하여 사시사철 융설로 흩날리는 물방울이 마을을 촉촉하게 적시며 우수붕락 같다고 해서랍니다. 우붕마을은 고원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데 뒤를 받쳐주는 설산과 원시림 폭포와 습지 그리고 빙하와 호수들이 수려하게 포진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솟아 있는 설산이 충직한 수호신같이 마을을 근엄하게 내려다보며 지키고 있으며 마을 안에는 개간되어 경작되고 있는 밭들사이로 듬성듬성 집들이 흩어져 떨어지고 있으며 소와 염소같은 농가축들이 초지에 방목되어 있는 목가적 풍경이 무척 평화롭습니다. 지금은 다수의 세대들이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들로 집을 개조하거나 신축하여 저마다 장점을 선전하는데 문명의 그림자가 제법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장전 불교의 8대 신간 중에서도 으뜸이 되는 산인 매리설산이 이 우붕마을을 감싸고 있는데 티베트인들이 일생에 한 번은 꼭 가야 하는 장소로 꼽는 성지입니다. 주봉인 가와격박봉은 높이가 무려 해발 6,740m로 운남성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늘 안개에 휩싸여있는지라 그 높이를 완전히 드러내는 날이 많지 않아서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외계와 척을 두고 살아온 지리적 환경 덕분에 오히려 성스러움이 가득하고 매리설산의 여신봉에서 쏟아지는 빙하수인 신폭이 마를줄을 몰라 매년 티베트인, 참배자, 순례자들도 참배를 위해 끊임없이 들어옵니다.  차마 잠자리를 박차고 나오기 싫은 포근한 샹그리라의 객잔을 떠납니다. 정성스럽게 마련한 아침상도 그러하거니와 떠나는 발길을 막고 손위에 올려주는 작은 선물. 이 지역에서 만들었다는 수제 비누입니다. 열악한 트레킹 여정에서 긴히 필요한 물품인데 세심한 배려가 결국 이틀 후 다시 찾게 만들었습니다. 이 세상 그 넓은 곳 갈곳이 어디 한두군데이며 평생을 돌아도 미처 다 방문하지 못할 지구촌 이름난 곳들이 수두룩한데 이런 감동은 다시 그 길위에 서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나그네의 약속은 지키기 힘든지라 굳이 다시 오겠다는 인사는 없이 그들 오누이와 작별을 합니다. 비래사와 더친을 거쳐 서당촌으로 달려갑니다. 하늘엔 흰구름이 빛나며 피어오르고 황량한 산자락을 돌아서면 때때로 그 아래 아늑한 마을들이 나타나서 오랜 차량 여정에도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설산 풍경이 좋으면 정지해서 사진도 찍고 마음내키면 서서 쉬어도 가며 거의 느낌으로만 정하는 방법이지만 맛집을 찾아 식사도 하면서 벼랑길로 꼬불꼬불 이어진 길을 따라 4시간을 달려갑니다. 시간이 되어 그냥 아무데나 들어간 30대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도로옆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다들 감탄을 합니다. 아무 기대도 없이 주문한 음식이 정말 혀를 감기게 하는데 딱 우리 입맛에 맞았습니다. 돼지 삼겹살을 수육처럼 삶아 더 조리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에 은은한 매운 향이 볶음 야채와 곁들이니 최상의 식단이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대낮부터 백주 각일병씩 마셔버리는 기염을 토합니다. 기분좋고 객잔을 나와 우뚝 솟은 설산을 배경으로 탁 트인 초원길을 달리다가 가난한 잎새들을 덮고있는 숲과 어우러진 산길을 돌고 또 돌아갑니다. 장엄하지만 섬세하기까지한 아름다움이 있는 티베트 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흐르는 누런 강물은 그 오랜 시간동안 차마고도와 나란히 하며 이 자연의 모습을 만들어낸 길고 험한 세월을 말해주고 있어 가슴이 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