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바로 떠나는 바다여행. 2 다이빙의 메카 멕시코 코쥬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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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벌목당한 나무처럼 쓰러져 잠들어 버렸다. 쾌청한 다음날 관광을 나설 채비를 했다. 비행기를 타는 스쿠바 투어는 반드시 비행기 이륙 24시간 전에 다이빙을 마감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잠수병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압축된 공기를 마시는 우리 다이버들은 수심이 깊을수록 높아지는 부분압 때문에 그만큼 인체에 백해무익한 질소를 많이 마시게 된다. 체내에서 배출되지 않은 이 질소는 갑자기 낮아지는 주변압력 때문에 말초신경계에서 기포를 형성하여 인체에 해를 끼치게 되는바 깊고 긴 다이빙을 행한 다이버들은 항시 그 축적된 질소를 시간의 흐름에 맡겨 자연배출을 시켜야만 한다. 그래서 다이버들은 본의 아니게 지역 명소 관광을 하면서 시간을 버는 수 밖에 없다.   마야문명의 발자취를 더듬기로 하고 캔쿤에서 가장 가까운 유적지 Tulum을 관람하러 장도에 올랐다. 캔쿤에서 운전으로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고국의 88 올림픽 도로처럼 콘크리트로 다져진 도로는 그런대로 잘 닦여져 제법 속도를 내면서 달릴 만 했다. 그러나 곳곳에 설치된 감속장치인 Speed Bump는 거의 작은 언덕수준으로 높게 설치 해놓고서도 경고판을 너무나 작게 표시했거나 숫제 아예 그마져도 없는 곳이 많아 하마터면 묘기대행진을 보여줄 기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무식한 관리들의 표준 얼굴들이 그때마다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 덜컹하는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우리 모두는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을 가는데 앞차가 너무 여유있게 가고 있었다. 은퇴를 하고 즐기러 왔는지 모를 그들의 여유자적을 탓할 법적 근거도 없고 해서 우리는 갓길을 이용해 제치고 냅다 밟았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감쪽같이 숨어있던 경찰이 경고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며 우리 차의 꽁무니에 붙었다. 갓길에 세웠더니 너무도 촌스러운 초짜 경찰이 다가와 너무도 서툰 영어로 면허증 제시를 요구해왔다. 마침 운전대를 잡은 친구가 면허증을 호텔 금고에 얌전히 모셔두고 와서 무면허가 되었다. 동일조 상관에게 가서 뭐라고 쑥덕대더니 돌아와서는 예의 그 서툰 영어로 겁박을 하기 시작한다. 얘기인 즉 함께 가서 몇시간 뒤 즉결재판을 받고 $150 정도의 벌금을 내면되지만 쉽게 해결할 방법 즉 여기에서 바로 해결할 수도 있단다. 그래서 가을동화의 원빈처럼 ‘얼마면 돼?’하고 물었더니 $50을 요구한다. 우리도 그렇다고 달라는대로 다주냐? 딜을 했다. 미국과의 물가차이도 있는데 $20선에서 매듭짓자고. 또 조장한테로 쪼로록 갔다가 오더니 오케이란다. 본전 생각도 나고해서 내친김에 불명확한 우리의 행선지를 물었더니 아예 자기들을 따라오라며 앞장을 선다. $20에 경찰차 에스코트 받으며 가는 길, 그렇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듯하여 자기위안의 씁쓸한 웃음이 우리들의 입가에 번지고 있었다.   톨룸의 관광을 마치고 우리는 예정에 없던 코쥬멜 섬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쉽게 가까이 있는 줄도 모르고 하면서 Playa del Carmen 지역에서 출발하는 연락선을 타고 40분을 항해하여 섬에 다다랐다. 예전에 이용한 적이 있는 다이빙 샾을 찾아 가서 다이빙을 신청하고 해안 다이빙(Beach Diving: 보트를 타지 않고 해안선에서 걸어 들어가 하는 다이빙)을 실시했다. 한없이 펼쳐진 조개껍질 밭을 다니며 앙증스런 작은 고기떼들의 무수한 무리들을 헤집고 다니며 아름다운 배경으로 추억의 셔터를 열심히 눌렀다. 석양이 바닷물을 서서히 적시는 듯 인색한 채광 때문에 가시거리가 점점 줄어들어 아쉬움이 회한으로 가라앉는다. 그래도 다이빙의 메카라 불리는 코쥬멜을 예기치 않게 범하게 되었으니 그 얼마나 큰 환희였는지.   다이빙을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섬나라에는 땅거미가 깔리고 포구에 위치한 모든 상점들이 불을 밝히고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스쿠터를 대여해서 밤바다를 건너오는 부드러운 해풍을 헤치며 손바닥만큼 작은 섬을 구석구석 헤집고 다녔다. 번화한 곳을 벗어난 해변에는 우리네 풀 빵집 포장마차 같은 곳이 있어 스쿠터를 세우고 주로 꽈배기 바나나 고구마 등의 튀김류인 음식들을 맥주와 곁들여 유년의 추억과 함께 먹었다. 한 순회 섬을 질주하고 나니 또 허기가 찾아와 포구의 식당에 들러 푸짐한 저녁을 먹고 한 잔술에 저녁이 익어가니 세상 어느 누구도 부러울 이 없는 삶의 족함과 희열이 가슴에 쌓여 갔다. 마지막 배를 타고 귀환하여 캔쿤의 밤거리를 들어서니 그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일의 공연을 겸한 극장식 바 ‘코코봉고’앞에 길게 줄지은 인파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도 호기심에 줄을 서서 표를 산 뒤 한참을 기다렸다가 입장을 했다. 담배 연기인지 인조 안개인지 모를 탁하고 자욱한 연기 속에서 이미테이션 가수나 배우들이 나와서 청중들을 리더하며 함께 환호하며 춤추고 노는 곳이었다. 간간이 천정으로부터 내려진 로프를 이용하여 환상적인 묘기공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주로 2,30대 정도의 젊은 층이 주 고객인 듯 했는데 굳이 우리의 나이를 대입하지 않더라도 우리 취향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 더군다나 입석으로 관람하는 지라 안그래도 연일되는 스쿠바 다이빙에 심신이 피곤한데 돈주고 고생하는 격이니.. 입장료에 술은 무한정 공짜라서 애주가인 나야 그래도 본전은 건졌지만 술을 않는 다른 친구들의 허탈함은 어땠을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줄서서 기다려 들어들 오고 공연장 내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손님들로 빼곡한 걸 보면 과연 명소이긴 한 모양인데 한번 경험해본 것만으로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다음날의 여정을 위해 지친 발걸음을 호텔로 향했다. 식을 줄 모르는 젊은이들의 열정처럼 캔쿤의 밤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더욱 그윽하게 익어만 가고 있었다. 원색의 향연에 취했던 우리들의 여정을 꾸려가면서 뜻 맞는 벗들과 함께 만든 잊지 못할 추억과 두터운 아쉬움을 뒷전으로 두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