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알프스. TMB 그 길위에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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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의 모든 것을 제대로 보고 즐길수 있는 길은 뚜르 드 몽블랑을 걷는 것입니다. 세나라를 걸으며 풍경뿐만 아니라 각국의 생활상과 문화 음식까지도 비교해볼 만한데 프랑스는 몽블랑의 웅장한 자태, 이탈리아는 날카로운 산봉우리들, 스위스는 푸근한 목가적 풍경을 보여 줍니다. 야생화로 채워진 시원스런 초원지대부터 만년설이 말달리듯 펼쳐져있는 첨봉까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웅장하고 압도적인 풍경을 즐기며 걸게됩니다. 샤피유를 떠나 포장도로와 산길이 번갈아 이어지는데 첨봉 에귀데글라시에 풍경에 감탄하며 걷다 보면 이탈리아로 넘어가기 전 프랑스의 마지막 숙소인 모테산장을 지납니다. 모테산장 뒤쪽 언덕길을 600m 정도 오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인 세이뉴고개로 오르는데 그저 황량한 흙길을 2시간 가량 꾸준히 올라가야 합니다. 알프스의 대표음식 퐁듀의 베이스인 보포르(Beaufort)치즈의 본향인 그라셰 마을에서 신선한 치즈 한조각 맛보고 세이뉴고개를 오릅니다. 다리가 없는 계곡을 지나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면 고개에 이르고 여기서 이탈리아 땅이 광활하게 펼쳐집니다. 한숨돌리며 주변을 돌아보며 기가 막히는 풍경에 감탄의 언어들이 저절로 새나옵니다. 날씨가 맑아 몽블랑 정상이 뚜렷이 볼수 있습니다. 알프스에 펼쳐진 자연의 신비로움은 신이 작정하고 만들어낸 최고의 예술같은데 지천에 피어나는 야생화와  몽블랑을 위시하여 높게 솟아있는 설산군과 푸른 화판위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하얀 구름은 천국이 이렇게 아름다울까 싶습니다. 이 세이뉴 고갯마루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을 나누는 표지석이 있는데 유럽에서의 국경이 다 그렇듯이 별 통제도 없습니다. 장난기 많은 동행이 뒤뚱뒤뚱 국경을 왔다갔다하며 두 국가의 이름을 반복하니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크게 웃고맙니다. 다소 황량한 프랑스 지역의 산과는 달리 이탈리아 쪽의 산들은 거대한데 산정은 모두 흰눈들을 이고 있습니다. 눈이 제법 남아있는 조심스럽게 걸어 고개를 내려와 이제 쿠르마에르까지 하산길인데 길에서 조금 벗어나 산허리에 걸려있는 엘리자베타산장에 닿고 주변 풍경을 반찬삼아 주린배를 채웁니다. 블랑쉬빙하에서 녹아내린 시원한 폭포를 감상하며 맥주한잔으로 마무리합니다. 블랑쉬계곡과 발 베니 계곡으로 불리는 평원 지역을 지나면 그 골짜기가 끝나는 지점에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여기에서 버스를 타고 쿠르마에르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완주를 위해 블랑쉬계곡을 지나 콤발호수를 거쳐 쿠르마에르까지 걸어서 가기로 합니다. 그 보상으로 맑은 물과 빙하에서 녹은 청녹빛 물이 섞인 콤발 호수에 투영된 설산들의 풍경이 너무도 매혹적이라 다들 인생샷 하나씩 건집니다. 호수 주변에 주름진 갈색 암벽들이 병풍을 치고있어 예전 이 일대가 빙하지대였음을 말해줍니다. 간밤에 시작한 비가 아침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그치지않고 보슬비로 내리고 있습니다. 6월은 한여름에 비해 비가 오는 날도 적다했는데 오늘은 비를 만나니 그리 신이 나지 않습니다. 우의로 무장하고 계속 오르막길을 걸어 도시를 벗어나면서 조금씩 더워진다는 느낌에 하늘을 보니 파란 얼굴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멈추고 비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신나게 비먹어 젖은 숲길을 올라갑니다. 하늘은 점점 더 열리고 이제는 햇살마저 정수리를 쫍니다. 베르토네 산장 너머로 몽블랑 산이 장대하게 펼쳐지는데 샤모니의 정반대 방향에서 바라보는 몽블랑의 다른 모습입니다. 6월의 몽블랑은 등뒤에 버티고 있는 푸른 하늘 때문에 더욱 하얗고 뚜렷하게 빛이 납니다. 널은 개활지에 서니 산악마을 쿠르마에르가 한눈에 잡힙니다. 프랑스의 샤모니와 대비되는 이탈리아의 쿠르마에르는 제법 큰 마을로 북부 이탈리아의 풍물, 음식, 문화 등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하루를 머물며 즐길 충분히 가치있는 곳이라 하지만 모르면 덜 아쉬우니 그래서 일부러 외면하고 종주를 이어갑니다. 베르토네산장은 TMB에서 주변 풍경이 가장 화려한 산장 중 하나라 시간적 여유도 있으니 충분히 주변 경치를 음미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주는 주요인은 야생화의 천국이기 때문입니다. 각종 야생화들이 지천인데 특히 노란색 꽃이 이쁘게 피어나 있습니다. 알프스는  6월까지도 눈이 쌓여있어 설경도 즐기지만 동시에 새롭게 피어나는 들꽃들의 향연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야생화의 만개는 순서를 정해서 피고지는듯이 8월까지 지속됩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최고의 파노라마는 그림으로만 보고 말로만 듣던 알프스의 거대한 야생화 정원으로 표현됩니다. 이토록 다양한 색감의 야생화는 알프스 풍경의 대명사인데 그래서 오늘처럼 우리에게 감동을 한아름 안겨주게 합니다. 아르미나즈 계곡을 넘어 보나띠 산장을 향해 가는데 왼편엔 몽블랑 산군이 따라오고 이내 그랑 죠라스 산이 바통을 이어받습니다. TMB에서 가장 쉬운 구간으로 고도차가 적은 완만한 길이 이어집니다. 이 종주 여정에서 가장 풍광이 좋아 항상 붐비고 예약잡기가 가장 힘든 보나티 산장으로 일치감치 듭니다. 우선 생맥주 한조끼로 신고를 하고 빨래도 해 널어놓고 여유로운 휴식의 즐거움을 한껏 누립니다. 바로 눈앞에 펼쳐진 그랑 조라스 남벽을 바라볼수 있는 이 산장은 세계적인 산악인 월터 보나티를 기려 지은 곳입니다. 이 길위 대부분의 산장들은 산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고 아름다운 알프스 전통 목조 건물로 내가 동경하는 양식인데 조만간 내 조국 산에다가 하나지으려고 합니다. 이런 산장에서 머무는 하룻밤은 몽블랑 트레킹에서 얻는 기쁨이며 색다른 경험입니다. 아담한 산장은 견고하고 깨끗하며 사람들은 모두 무척 따뜻하고 친절합니다. 하루치의 걸음이 끝나면 갈증과 더위를 씻어주는 시원한 맥주맛이 일품이고 만년설산들이 마치 병풍처럼 쳐진 그 아래 자리한 산장의 위치와 분위기는 무척 빼어나서 식사하는 내내 앞에 앉은 동행들의 눈동자에서도 와인잔에서도 빛나고 있습니다. 밤이면 더욱 가깝게 다가온 별들과 더욱 뚜렷하게 흐르는 은하수의 밤하늘을 쳐다보며 유년의 추억도 더듬어 볼수 있습니다. 이렇게 산장에서의 하룻밤은 지친 육체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줍니다. 이런 유럽의 산장 시스템을 왜 우리는 도입하지 않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로 나가서 쓰는 돈이 얼마나 많은데 왜 우리는 외국 트레커들을 불러들일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지 분통이 터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