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바로 떠나는 바다여행. 5 눈을 사로잡는 섬 자마이카 오쵸리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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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마운틴 커피와 사탕수수의 본산지 자마이카, 레게 음악 밥 말리의 본향 자마이카. 인구 3백만 정도가 부와 빈의 현저한 격차 속에서도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두 얼굴을 가진 카리브 해 서인도 제도의 북부에 있고 쿠바의 남서쪽에 위치한 섬나라이다. 1494년 콜롬버스가 서인도제도의 두 번째 항해 중에 발견하고 '눈을 사로잡는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 극찬했던 만큼 자메이카는 경치가 훌륭하다.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가 여느 열대의 섬과 비슷하긴 하지만 해돋이와 해넘이가 무척 고혹적이다. 그후 스페인과 영국의 지배아래 노예매매의 중심지가 되었다. 1962년 독립하여 영국 연방의 일원이 되었는데 사탕수수 재배법이 도입되어 제당생산지의 제일국이 되었으나 열강의 착취와 노동에 혹사당해 이 무렵에는 자마이카의 인구가 오히려 줄었다는 참담한 얘기도 있다. 겨울에는 기온이 7℃까지 강하해 블루마운틴 봉에는 서리와 진눈깨비가 내리기도 한다. 블루산맥의 남쪽 사면은 지형과 기후가 커피 경작에 최상의 여건을 갖추고 있어 이곳에서 생산되는 커피도 이름을 따서 '블루마운틴'으로 통용되며 그 품질이 좋아 각광받고 있으며 자메이카의 주요한 수출품이다. 리오그란데강 등 많은 강들이 산맥에서 흘러나오나, 그 대부분은 지하수가 되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산기슭에서 솟아오른다. 여기서 유래되어 ‘샘나라’라는 뜻의 인디오란 말이 국명이 되었다고 한다.   레게 음악은 60년대 말부터 자메이카에서 발생한 새로운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전통적인 흑인 댄스뮤직에 미국의 소울뮤직 등의 요소가 곁들여 형성되었다. 듣는 이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곡조 속에 중독성마저 숨어 있는 듯한 이 음악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사람은 저항가수 밥 말리(1945∼1981)를 중심으로 한 그룹 ‘더 웨일러즈(The Wailers)’로 이들의 음악들이 발표되면서 미국의 대중음악에도 레게의 영향을 받은 음악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국제적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그후 레게는 다양화하여 세계의 대중음악에 폭넓은 영향을 끼쳤다. 자마이카는 뜨거운 태양 아래 더욱 검게 빛나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기막힌 리듬과 열대림, 푸른 카리브해의 바다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북부 해안의 몬테고만을 중심으로 천혜의 아름다운 바닷가와 아프리카적 문화풍토가 인기를 끌어 피한지 및 해양스포츠센터, 국제적 관광과 휴양지로 발전되고 있다. 섬관광은 기사 딸린 밴을 타고 나름대로의 유적지와 명승지를 두루 섭렵했다. 자메이카의 관광에 있어 3대 키워드는 레게(Reggae), 럼주(Rum), 태양(Sun)으로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자메이카 여행이 완성된다. 만약 술이 싫다면 럼주 대신 커피를 넣으면 그만이다. 몬테고베이(Montego Bay)의 해변에 누워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태양을 바라보며, 뱃사람들의 술인 럼주를 음미할 때 귓전에는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신나는 레게음악이 들려온다. 온몸은 나른해지고 쾌락이 몸을 채운다. 레게와 럼주가 자메이카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이곳이 본향이기 때문인데 무엇이든 본고장을 벗어나면 흥취가 떨어지는 법이 아니겠는가. 자메이카의 수도인 킹스턴(Kingston)에는 밥 말리의 박물관이 있는데 그가 사용했던 기타가 전시돼 있고 침실이 꾸며져 있다. 자메이카에서는 7∼8월이면 레게를 주제로 한 열광적인 축제가 열린다. 관광객에게 개방되고 있는 농장들은 크루져 기항지에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데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고 재배하는 농산물의 종류도 많다. 해서 농장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도보는 사실상 어렵고 트랙터를 개조한 이색적인 버스를 이용하는데 그 재미가 배가된다.   비교적 작지 않은 섬이지만 자메이카에서는 매우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지프 사파리와 플랜테이션 투어, 하이킹 등을 통해서 열대 밀림 속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래프팅이나 튜브를 타고 강을 내려오는 튜빙도 할 수 있다. 특히 오쵸리오스는 자메이카의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하얀 모래 해변과 비취색 바다가 더없이 아름다운 해안도시이다. 그런 연유로 바다가 아름답게 내려다보이는 언덕에는 롤링스톤스의 믹재거나 모델 캠벨 등과 같이 저명한 연예인들의 별장들이 독특한 양식으로 지어져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주변에 32에이커의 넓은 산 둔덕에 조성된 Shaw Park 보테니컬 가든은 곳곳에 작은 폭포수가 쏟아지는 맑은 시내가 굽이굽이 흐르고 옆으로 온갖 열대식물과 야자수 꽃등이 화려한 색으로 야산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언덕을 내려오면 아담한 신작로를 따라 늘어선 다양한 상점가인데 저마다 독특한 모양으로 카리비언의 특산물과 자국의 국기로 도배한 기념품들이 색의 물결을 이룬다. 이곳에는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 내는 걸어올라 갈 수 있는 폭포(Dunn's River Falls)로 유명한 곳이다. 600피트의 높이로 폭포의 총연장 길이는 상당히 길었으나 계단식으로 되어 충분히 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고 그 흘러내리는 물을 거슬러 올라 폭포를 타고 올라가는 색다른 경험의 투어였다.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한번 대여에 원가를 넘을듯한 바가지요금으로 고무 신발을 빌려신고 한 그룹씩 긴 대열을 만들어 난생초면이라도 서로 미끄러지지 않게 손에 손을 잡고 팀웍을 발휘하여 조금씩 정상으로 향했다. 중간 중간에 만들어진 소(물웅덩이)에서는 잠시 정지하여 잠수하며 더위를 식히곤 하면서 아무도 낙상하는 불상사 없이 무난히 정상을 정복하였다. 폭포 바로 앞바다에는 제트 스키가 지나가며 남긴 물줄기가 선명하게 그어지고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을 태우고 온 온갖 형태의 선박들과 쪽빛 하늘에는 페러 세일링을 하는 낙하산의 색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색감의 조화를 보여주며 평화의 낙원에서 제전이 펼쳐지는 듯하였다. 또한 마싸브래 강에서는 대나무를 타고 2마일 정도 래프팅을 할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협곡의 강물을 따라 30분 동안을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튜빙 사파리 투어도 기가 막힌 모험의 추억이 새롭다. 밤이면 정열의 섬은 더욱 후끈하여져 메렝게의 격렬한 리듬을 탄 음악과 춤은 거리를 가득 채운다. 여기에서도 7마일 비치는 그 정갈한 모래와 강한 바람도 숨을 죽이는 곳이라 유명하다.   다이빙에 나섰다. 이번 다이빙은 숙소를 함께 보유한 다이빙 리조트에서 행해져 참 편리했다. 호텔에서 바로 다이빙 사이트로 출발할 수 있어 시간의 낭비가 없어 좋았다. 이런 휴양지라도 다이빙에 드는 경비는 자신의 장비들을 모두 가져간다면 보트를 타고 치루는 두 번(2개의 공기탱크를 소모)의 다이빙에 $100내외다. 한번 투어에 4~5시간 정도 소요되니 그저 골프치는 정도라 여기면 된다. 대신 스쿠바는 횟감이나 조개 바다가재 등 먹거리를 획득할 수 있어 더욱 경제적이겠지만... 먼저 심해 난파선 다이빙을 나섰다. 20여분의 항해를 마치고 이른 곳은 Pete Wreck 다이빙 포인트로 90피트 수심에 어느 전쟁에서 추락한지 모르나 세스나 정찰기 2대가 수장되어 있고 또 바로 곁에 길이 50피터의 아담한 크기의 경비정이 침몰되어 있는 흥미로운 지역이다. 비행기나 선박의 내부를 탐사하는 일은 복잡한 내부구조 때문에 출구를 찾지 못하거나 혹은 장비들이 걸릴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그만큼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도전의 맛이 있어 좋다. 이런 난이도 때문에 거의 모든 침몰선 내부 탐사 다이빙은 많은 다이빙 경험을 바탕으로 취득한 Advanced Open Water 이상의 자격을 요구한다. 한사람씩 비행기 내부에 잠입하여 탐사를 하고 나오는 행렬 뒤에 남겨진 수없이 많은 기포가 비누방울을 불어 내뿜는 것처럼 너무도 예뻤다. 수장물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으면 수압이 낮아지면서 점점 더 부풀러 솟아오르는 큰 공기방울들이 얼굴에 와 닿으면서 부서질 때 간지러운 그 느낌은 안마를 받는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 비록 형태는 그대로 갖추고 있긴 했어도 잊혀져가는 전쟁의 상흔처럼 염분에 부식되어 조금씩 마모되어 가고 있었다. 비행기 탐사를 마치고 경비정 탐사를 위해 모래사장을 건너는데 바닥에는 무수한 구멍 속에서 조개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고 광어종과 같은 납작한 고기들이 누워있는가 하면 간간이 거대한 바다 뱀장어들이 부산하게 이동을 하고 있었다. 순간 돌고래 몇 마리가 무리를 지어 우리 곁을 지나갔다. 참으로 반가운 해후다. 이렇듯 항상 기대하는 큰 몸체의 바다 동물들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하고 기분이 좋은 행운이다. 조심스레 곁에 다가가 경계하면서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큰 수확의 다이빙이었다. 사라지는 돌고래 무리를 하릴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저편 저쪽 여울에 일렁이는 산호의 군락들이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자마이카의 국기는 저 황홀한 원색의 바다를 바탕으로 했나보았다.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두 번째 다이빙은 깊지않은 수심에서 산호들을 관찰하고 즐기는 리프 다이빙(REEF DIVING). 추가 승선한 일단의 무리들은 호떡집에서 불이 난양 시끄러운 중국인들이었다. 단체 허니문 관광인 듯 쌍쌍이 짝을 지어 왔는데 모두들 난생 처음해보는 체험다이빙이란다. 아뿔싸. 왕초보들과 함께 하는 다이빙. 그야말로 불청객이요 두통거리이다. 서툰 핀킥에 모래사장에서는 먼지를 일으켜 시야를 흐리게 할 것이요 산호 밭에서는 수십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되었다는 그 소중한 산호들을 부시고 뭉길 것이 자명할 일이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우리는 그들이 다이빙 환경을 망치기 전에 먼저 보트에서 내리고 서둘러 앞장을 섰다. 햇살이 일렁이는 파도에 부서져 빛의 산란이 이루어지며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 빛의 축제가 열렸다. 그 햇살들을 받은 온갖 열대어들, 창연한 이끼 색을 몸에 두른 멍치, 그 벌린 큰 입의 이빨 사이로 음식물을 맛있게 먹는 열대새우, 별의별 종들의 바다생물들이 서로 공생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그들만의 세상을 우리는 부러운 듯 관찰하였다. ‘Finding Nimo'라는 에니메이션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아네모네 어종들이 물결에 흔들리는 말미잘 사이에서 빼곡 얼굴을 내보이는 앙증맞은 모습들은 그 조물주가 만든 색의 미학을 더하여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다이빙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소금물을 씻어낸 뒤 땅거미가 지는 오쵸리오스의 거리를 나섰다.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작은 도시의 상점가를 걷다보니 아주 인상적인 장소를 접하게 되었다. 옛날 우리들이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재래식 시장을 데이트 코스로 잡아 부추 파전에 막걸리 한 됫박 나눠먹었듯이 너무나 서민적인 주점이 좁은 신작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채 우리를 정겹게 반긴다. 자메이카 특유의 애환이 배어 있는 레게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에 들어 자리를 서녘하늘이 훤히 내다보이는 자리를 잡았다. 안주를 겸한 식사와 함께 강한 도수의 자메이카 화이트 럼주가 빈번하게 돌았다. 레게의 흥겨움 속에 취기는 더해가고 포만감과 함께 찾아오는 인생자족의 기쁨이 우리들의 호탕한 웃음과 대화 속에 녹아들었다. 마지막 강렬한 검붉은 빛을 발하며 사라져가는 자마이카의 태양을 바라보면서 블루마운틴 커피 한 종지를 깊이 음미하며 마시고 있노라니 그만의 아주 독특한 맛과 향기가 우리들 여정의 기억 속에 서서히 그러나 진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마침 저 멀리 바다에서 거대한 크루져 한척이 아련하게 울리는 경적 소리가 길게 여운을 남기고 석양을 등지고 또 다른 행선지를 향해 나그네 길을 떠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