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바로 떠나는 바다여행. 7 수정처럼 맑은 플로리다 크리스탈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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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주의 북부 지역 해안 인근이나 내륙에는 수많은 용천수(Springs :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맑은 물)를 뿜어내는 내나 샘들이 많이 흩어져 있다. 특히 이들은 플로리다 주 서북부 쪽에 집중해 있는데 올랜도에서 서북부 방향으로 템파에서 북쪽으로 1시간 반 정도의 주행거리에 있는 크리스탈 리버라는 지역에 이름있는 스쿠바 다이빙 명소로서의 스프링스가 수없이 많아 이곳은 색다른 경험을 쫓는 다이버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 곳이다. 크리스탈 리버라는 지명이 말해주듯이 흐르는 강물이 수정처럼 맑고 깨끗하며 일년을 변함없이 23~5도를 유지하는 포근함 때문에 관광객들이 몰려와 스노클링과 낚시 스쿠바 등 해양 레포츠를 즐기곤 한다. 특히 겨울을 나기 위해 대양에서 피신해오는 만하티라는 우직하지만 귀엽기만 한 순둥이 수중동물을 조우하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크리스마스부터 스프링 브레이크까지 이곳을 번잡한 동네로 만든다. 특히 온 도시가 이 만하티의 그림이나 사진으로 도배되다시피 할 만큼 심볼로 여겨지며 스노클링을 하면서 이들 만하티를 접하고 만져보는 것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속설로 간단없이 휴양객들이 속속 모여들게 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인 Spring Hill이라는 지역에는 깊은 수중 계곡이 형성된 Weeki Wachee 스프링스가 있는데 수상공원과 수중뮤지컬 공연 및 스쿠바 다이빙을 절묘하게 배합해놓은 천연 수상,수중 공원이다. 티끌 하나 없이 순수한 수질을 보유한 덕에 수중 자연을 그대로 배경과 무대 소품으로 이용한 뮤지컬이 공연되는데 무용수들은 지상에서 공급되는 공기를 등에 부착한 호흡기를 통해 마시면서 40여분에 걸쳐 인어공주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이 듣도 보도 못한 신기한 수중 뮤지컬에 매료되어 넋을 잃을 뻔 했다. 이렇게 한창 공연이 진행되는 막 없는 무대 뒤에는 스쿠바 다이버들이 공연에 상관없이 배경 엑스트라의 역할을 해내며 멀리서 유유히 이동을 하는 그림같은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 천혜의 스프링스 다이빙 천국 크리스탈 리버를 정복하려고 우리 7명의 보스 다이빙 동호회 회원들은 1박 4일의 이상한 일정으로 투어를 떠났다. 금요일 저녁 수영장 실습으로 장비를 점검하고 몸을 푼뒤 간단한 저녁식사를 챙겨먹고 15인승 전용 밴에 모든 장비와 식양들을 싣고 작전을 나섰다. 95번 사우스를 끝없이 타고 내려가 젝슨빌에서 10번 로컬 하이웨이를 탈 때 까지 14시간의 주행거리를 번갈아 운전하며 입심 좋은 회원의 인생 여정을 듣고 가자니 그리 먼 것 같지도 않았다. 더구나 새로운 영역의 다이빙 시도라는 미지에 대한 설레임으로 모두가 표정들이 밝고 생기가 넘쳤다. 희뿌연 동녘이 조심스레 틀 무렵 우리는 플로리다 비지터 센터에 당도하여 미리 준비한 재료들을 냄비에 담아 끓여낸 구수한 된장찌개와 전기밥솥을 꼽을 콘센트가 화장실 밖에 없었으므로 조금 찜찜했지만 어쩔 수 없이 화장실에서 해내온 밥으로 아침을 든든하게 챙겼다. 그러고도 세시간을 더 운전해 내려가 다다른 일차 다이빙 장소는 DEVIL'S DEN이다. 이곳은 스프링스 다이빙의 명소로서 지붕이 뚫린 지하 동굴 속에 둥글게 조그만 호수가 만들어져 그 속엔 크고 작은 굴들이 이루어져있는데 곳곳에서 티 없이 맑은 물이 솟아 올라옴을 자랑하고 있었다. 지하 동굴 속에 있는 까닭으로 지붕에서 내리는 햇살을 받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수중 랜턴이 없이는 관찰이 불가능한바 본의 아니게 밝은 대낮에 야간다이빙의 맛을 즐기게 되었다. 수심은 깊어야 15미터를 넘지 않았고 수중온도는 사시사철 변함없이 항상 72도를 유지한다고 했다. 3밀리 정도의 다이빙 슈트가 포근하게 여겨지는 온도다. 방생시킨 물고기 인지는 몰라도 씨알이 제법 굵은 명태(Trout) 종들이 다이버들과 함께 나란히 유영을 한다. 그렇게 길들여졌는지 물고기들은 다이버가 곁으로 다가가도 도망갈 줄을 모른다. 크게 원을 그리며 바닥을 돌다가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보기도 하고 압벽 등반을 하듯이 바위를 차고 올라가보기도 하면서 공간을 이용한 무중력 세계의 재미를 마음껏 만끽했다. 변화무쌍한 수중 미로들로 줄줄이 이어진 동굴들을 따라서 정신없이 순환하다 보니 이이 공기통이 다 소모가 되었다. 가든처럼 꾸며진 동굴 주변에서 주물럭 갈비살과 삼겹살로 지글지글 구워 장도에 지친 몸에 영양소를 듬뿍 제공해주고 이차 다이빙을 실시한 뒤 장비들을 챙겨 다음 다이빙 장소인 만하티 주립 공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이름처럼 만하티의 출현이 잦아서 지어진 이름으로 티끌하나 없이 맑은 강물은 10미터가 넘는 수심에도 바닥의 조그만 돌 풀 물고기까지 선명하게 볼수 있어 연방 감탄의 의성어를 내지를 수 밖에 없었으며 우린 일부러 그물을 마셔보기도 했다. 물맛도 그 옛날 우리 시골 향리 싸립문 곁에 파여진 깊은 우물에서 길은 청정 시원스런 그 물맛이었다. 시기적으로 만하티를 볼 수 없는 여름이라 아쉬움은 많았지만 그 귀여운 만하티와 나란히 수영하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펴보며 그들이 즐겨하는 공중회전 돌기를 수없이 해댔다. 한여름의 열기가 고스란히 식어가는 너무나도 포근한 다이빙이었다. 강변 키 큰 나무들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는 해거름에 우리는 숙소인 방갈로로 돌아왔다. 조금의 여백도 없이 빽빽하게 정박된 각양각색의 보트들, 그 보트들을 가볍게 흔들고 지나가는 찰랑거리는 강 물결. SEA GULL RIVER RESORT라는 숙소의 이름답게 바닷 갈매기들의 날개짓들이 보랏빛으로 물든 서쪽하늘로 높이 비상하고 있었다. 쌓인 피로 탓인지 저녁 성찬 후 일찌감치 친교의 시간을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휘영청 큰달은 저켠 동녘하늘에서 인자한 얼굴로 우리의 보금자리 주위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얼큰한 두부찌개로 아침을 든든하게 해결한 뒤 전투에 나서는 장부처럼 당당한 기세로 출진했다. 먼저 레인보우 리버 표류 다이빙 시도에 나섰다. 표류 다이빙이란 강이나 바다에서 물살이나 해류처럼 물의 흐름이 다소 강한 지역에서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럽게 떠내려가면서 하는 다이빙을 말하는데 통상 수면위에서는 텐더(다이빙 감시요원)가 있는 보트가 다이버가 수중에 있음을 알리는 표식을 하면서 확인하며 따라 다닌다. 다이버들은 맑은 수중에서도 보이는 수면위의 다이빙 보트의 인도에 따라 방향을 정하여 이동하게 된다. 우리는 따로 다이빙용 보트가 없어 4인용 카누를 두 척 대여하여 상류로 상류로 노를 저어 힘겹게 거슬러 올라갔다. 노 젓는 일도 쉽지 않았다. 물살이 센 곳에서는 차고 올라가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내어 사력을 다해 노를 저으니 팔에 힘이 빠져 서로 번갈아 가면서 노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출발점에 다다르니 깊고 넓은 지역에는 초당 수톤씩의 맑은 물을 끊임없이 분출시키고 있었다. 우리는 카누 두 척을 밧줄로 묶고 다이빙 표식을 위에 꽂아둔 뒤 텐더를 한명 정해 카누를 젓게 하고 다이빙을 시작했다. 강바닥에는 갈대밭처럼 더없이 넓은 선명한 녹색의 수초 밭이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작은 물고기 떼들이 줄지어 다니고 곳곳의 작은 웅덩이에서는 지속적으로 맑디맑은 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다슬기 같은 골뱅이들이 지천으로 너부러져 있어 문득 된장찌개가 연상되면서 시장기가 발동하기도 했다. 그저 몸의 밸런스만 맞추어 주면 물살이 알아서 이동시켜 주는 편안하고도 재미있는 다이빙이었다. 하류에 이르니 많은 양의 물이 솟아오르는 레인보우 스프링스에는 작은 동굴이 만들어져 있었다. 쏟아져 나오는 물을 거슬러 그 굴속을 드나들면서 기념사진과 작품사진을 찍어댔다. 이렇게 정신없이 다이빙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맛있는 오찬을 들고 장비를 추슬러 다음 예정지로 이동했다. Blue Grotto라는 수중 동굴 다이빙 포인트로 스프링스의 일종으로 수심이 30미터에 이르는 제법 깊은 굴인데 넓은 굴형태의 웅덩이가 긴 사선형으로 누워있고 벽면이나 파여진 조그만 굴에는 온갖 모양의 화석들이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특히 귀환하는 수심 5미터 지점에는 스쿠바 다이빙 발전 역사 중 한 획을 그은 지중해식 다이빙 종을 설치해두었다. 대형 종모양의 수중 휴식처를 만들어 종안에서 호흡기를 벗고 지상에서 공급되는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셔보는 색다른 곳으로 물속에서 잡담을 나누고 부상하는 특이한 형태의 경험이다. 다이빙 역사를 들추어보면 지중해 지역에서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 까지 끊임없이 연구 발전이 이루어져왔는데 중세 때 이러한 대형 종을 물에 띄우면 종 내부에 압축되어 많은 공기를 보유한 채 가라앉게 되는데 다이버들은 이 대형 종속에 남아있는 공기를 마시기 위해 수시로 들락거리며 수중활동을 하도록 하였었다. 야호 소리치는 우리의 탄성이 좁은 종속의 공간에서 공명되어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우리의 가슴속에서도 긴 여운을 남겼다. 다음날 모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너무 오래 지체할 수 없어 아쉬운 여정을 다음 투어 때로 넘기며 귀환 길에 올랐다. 마지막 귀로에 오르기 전에 전 참가자들이 원을 만들어 ‘아작 아작’ 구호를 외치며 새로운 삶의 충전을 다짐했다. 밤을 새워 되돌아 온길. 뿌연 안개 속에서 아난골이 이제야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아직도 채 떨어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분리시키며 또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기 위해서 모두들 힘차게 생활전선으로 돌아간다. 다음 떠나갈 다이빙 투어를 기대하며 저마다의 삶터로 돌아가는 그들의 어께가 새털처럼 가볍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