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바로 떠나는 바다여행. 9 해양생태계의 보고, 마이애미의 비스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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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국토를 가진 미국, 그 중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한 플로리다는 상하의 휴양지로서 그 명성을 이어가는데 특히 마이애미 남향으로 부터 시작되는 근해에는 1968년에 조성되어 1980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비스케인 국립공원(Biscayne National Park)이 펼쳐져 있다. 700km에 걸쳐 조성된 세계 최대 해양공원으로 그 중 95%가 산호초 바다이다. 수천 종에 이르는 각양각색의 해양생물과 수중 동식물들이 이 일대에 서식하고 있어 스노클링이나 스쿠바 다이빙 혹은 수영이 불가능한 이들을 위해 유리바닥의 보트를 타고 관찰하며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 외에도 제트 스키, 워터 스키, 윈드서핑 등등 인간이 구성해 놓은 모든 종류의 해양 스포츠도 마련되어 있어 골라 해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마이애미는 모든 면에서 나른한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의 경지를 맛볼 수 있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파라다이스'다. 마이애미는 이 지역에서 생활하던 인디언 부족인 마이애미족의 이름에서 유래됐는데 연간 관광객 수가 3천만 명에 이르고 여유로운 노년 생활을 보내고자 하는 많은 부유층들이 별장을 둔 휴양처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중남미로 가는 관문의 지리적 중심지로 멕시코와 카리브해를 포함한 수많은 중남미 출신의 이민자들이 살고 있어 영어와 더불어 스페인어가 공용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국적인 라틴 문화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것이 여느 도시와 달리 상당히 특이하다. 도심지역에는 마천루들이 즐비하게 늘어져있는데 세계 500대 기업의 본사들이 뉴욕 다음으로 많이 포진되어 있어 신도시의 면모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육·해군의 기지로서도 중요하며 카리브해 연안과 중남미로 가는 모든 항공과 해상 교통의 교두보라 불리는 마이애미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닌 다른 면모도 보이고 있다. 마이애미 비치를 중심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선에는 휘황찬란한 리조트 시설이 완비되어 있으며 특히 각종 카니발이 펼쳐지는 스프링 브레이크 시즌에는 각국 각지에서 몰려든 부유층 젊은이들의 광란에 가까운 열기가 온도시를 메우는 정열의 도시이기도하다. 하지만 그 찬란한 부의 그늘에는 남미에서 어렵사리 건너온 부랑자들의 가난에 기인한 수많은 범죄들이 'MIAMI VICE'라는 TV 시리즈물로도 소개될 만큼 빈번하게 발생하여 그 이미지가 관광도시를 어둡게 드리운다.   마이애미 관광의 키워드는 비치, 건축, 풍선, 플라밍고 그리고 정열이다. 대서양 쪽으로 곁붙은 섬으로 이루어진 마이애미비치는 넘치는 햇살과 10마일이 넘는 드넓은 해변, 아름드리 늘어진 야자수와 나무 산책로. 차라리 게으르게도 즐기는 수영,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한가로운 조깅과 산보를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 마이애미하면 떠오르는 상징적 장소다. 특히 마이애미비치의 중심가인 6번부터 23번가에 걸친 아트데코 지구(Art Deco District)는 현대 건축물의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보여주는데 파스텔톤의 그 색감과 기이하고도 창의적인 구조와 인테리어의 화려함에 관광객들의 넋을 잃게 한다. 이 칼라풀한 지역에 저마다의 독특한 모양을 띤 호텔과 레스토랑 클럽 등이 몰려있어 생동감을 넘치게 하는데 이방인의 방문을 더욱 부치기면서 이색적이며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에버글래이더 국립공원 쪽으로 잠시 발길을 돌리면 열대 우림 지역의 터줏대감인 악어들이 우글대고 있는데 풍선(바람배)을 타고 늪지대를 나돌아 다니며 이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심지어는 악어를 소재로 한 햄버거나 기타 레시피들은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용기있는 이들의 시도를 유혹하고 있다. 악어들과 더불어 초연하게 그 자태를 고고히 하고 있는 플라밍고의 모습은 남국에서 그려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 멋드러진 빼어남 때문에 라틴춤의 하나인 플라밍고라 이름지어진 연유가 수긍이 갈만하다고 인정하게 된다. 보트의 몸체보다 더 큰 대형 팬을 돌려 그 생성되는 바람을 이용해 추진하는 고속 풍선(WIND BOAT)은 늪지대의 수풀을 꺾고 헤치며 다니는 쾌감은 마이애미 바이스의 주인공인 단 존슨이 되어 범인들을 추격하는 양 짜릿하고 흥분되는 쾌감을 맛볼수 있는데 마이애미를 방문하면 한번은 꼭 해볼 추천1호의 투어다. 인근에는 고래나 상어 해머처럼 대형 바다 동물을 비롯하여 1천 여종이 넘는 희귀한 해양동물들이 관리되고 있는 마이애미 수족관은 세계 최대라는 명칭에 걸맞게 잘 조성이 되어있으며 특히 돌고래 쇼를 통하여 어느 곳보다 절묘하고 세련된 묘기들을 펼쳐 보인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과 더불어 라틴문화의 정열이 가미되면서 마이애미는 지금도 남국의 태양아래 더욱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다이빙을 나섰다. 마이애미를 근해를 벗어나기 위해 제법 배로 남하해 내려갔다. 비스케인 쪽으로 향하는 듯 했다. 잔인한 사월과는 달리 바다는 잔물결이 찰랑대는 온화한 품성으로 우리를 반겼다. 여름으로 치닫는 남쪽나라의 날씨는 어서 저 푸른 물속에 뛰어들어야겠다는 갈망을 품게 하기에 충분히 뜨거웠다. 오수에 졸고 있는 바다를 뱃머리로 가르고 대양을 향해 진군하면서 오늘의 해저여행은 무슨 감동을 얻을 것인지 하는 설레임이 상상의 다이빙을 확대시키면서 점점 희열로 변해간다. 건너편에 한 백인친구가 가져온 휴대용 쿨러를 열어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한병을 쉽게 비우더니 연신 마시기 시작했다. 다이빙 전 음주는 금물이라는 초기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 친구는 알콜성분이 혈관을 돌아 체내에 방산된 탓인지 말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오하이오에서 휴가 왔는데 오대호 연안 호수에서만 다이빙을 해보고 바다는 난생처음이라 한다. 저으기 행태가 걱정스럽더니 아니나 다를까 제일 먼저 뛰어들더니 바닥과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바짝 붙어 오리발로 바닥의 먼지를 일으켜 시야를 흐리게 하고 소중한 산호들을 거침없는 하이킥으로 난장판을 만들고 있었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진땅에 남기는 차바퀴의 궤적처럼 선명하게 남았는데 모래밭에는 먼지를 어지럽게 일으키고 산호지역에는 무참히 잔해를 남기고 가는 그는 가히 무법자였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격이었다. 참으로 한심한 다이빙을 배웠구나 하는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은 찜찜하고 꿀꿀한 다이빙이었다.   이튿날 오전은 고단한 몸에게 휴식을 줄 양으로 우리 일행들은 비스케인 해양 공원으로 바텀 글래스 보트 투어를 나섰다. 바닥을 두터운 유리로 장착하여 산호 밭 위를 순항하면서 해저의 생태계를 관찰하는 투어인데 먼발치에서 보는 바다속 풍경도 색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4년만에 다시 찾은 플로리다 내해의 그 선명했던 산호밭의 색이 거의 죽어가는 광경을 목격하니 안스러운 마음이 일었다. 가까이서 관찰할 때는 간과하여 발견하지 못했던 점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다이빙을 하면서 쉽게 만날 수는 없는 상어 떼나 대형 거북을 볼 수 있는 것은 그나마 행운이었다. 오후에는 이번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예수님과 함께하는 해저여행을 시도했다. 비스케인 공원 내 인위적으로 설치한 대형 예수상을 탐사하는 리프 다이빙이었다. 10미터 정도의 수심이 되는 Dry Rocks 다이빙 사이트에 안장된 이 예수님 상은 두팔을 벌려 고단한 다이버들을 인자하게 맞아들이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세월을 덧칠하면서 이끼와 산호들이 조심스레 자라나고 있었다. 주변에는 이 세상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신도들의 수에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작은 예쁜 물고기들이 주님 상을 맴돌고 있었다. 그나저나 어디가나 주님은 인기였다. 수심이 얕은 탓에 스노클링을 즐기러 온 이들도 많아 다이버들과 함께 섞여 항상 북새통을 이룬다. 맑은 수질 덕에 수면위에서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지점에서 행해진 다이빙은 이 바다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을 주님께서 보호하여 주는 듯하여 마음이 참 푸근한게 여유있게 다이빙을 마쳤다.   다이빙을 마감하고 해변으로 나섰다. 어디로 갈것인가 결정이 필요했다. 허나 남정네들로만 구성된 이번 투어는 당연히 그 발길을 마이애미 비치로 향하기로 했다. 늘씬한 미녀들의 반라를 감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그랬을 것이다. 바다는 여름을 일치감치 맛보기 위해 봄의 경계를 넘어 날아온 수많은 인파들의 다양한 원색의 수영복으로 가득 차있었다. 강렬한 파스텔감의 아트데코 지역과 어우러져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는 강렬한 색채들이었다. 씁스레한 눈요기가 시장기를 발동하여 우리는 해안선에 즐비하게 너부러져 있는 노천식당에 들었다. 각국 각종 음식의 레스토랑이 끝없이 도열해 있는데 어느 곳을 선택할지 망설이다가 얻은 결론이 손님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을 택하기로 했다. 맛이 있거나 뭔가 특별한 것이 있으니 문전성시를 이루겠지 하는 얄팍한 군중심리에 기대봤다. 역시 그 추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해산물을 주재료로 한 레시피 들이었는데 끝도 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기륵기륵 갈매기들이 시공을 한가로이 떠도는 야자수 그늘 아래서 먹는 성찬은 그 맛을 더욱 빛내주기에 충분하였다. 다이빙을 모두 마치고 먹는 풍성한 저녁은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처럼 더욱 깊은 인생의 포만감으로 그 의미를 함축시킨다. 바다를 넘어 도시를 비집고 불어오는 미풍은 라틴음악에 실려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