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표 해안선 트레일. 그레이트 오션 워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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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울창한 숲으로 단장된 정원에서 여러새들이 노래를 주고받기도 이어부르기도 합니다. 제법 늦게 잠이 들었지만 벌써부터 지지배배 노래하는 바다새들보다 더 부지런한 일행들이 아침을 먼저 엽니다. 2채의 럭셔리 팬션에서 잠자고 한채의 넓은 베란다에 12명이 함께 모여 식사할 수 있도록 식탁을 모으니 근사한 가든 식당이 되었습니다. 한식 국물로 아침을 나누고 길을 나섭니다. 차량 두대로 트레킹의 시작점인 아폴로 베이 방문자 센터에 내려두고 여정내내 운전 봉사를 자처한 아름다운 동행과 함께 오늘 일정을 마감할 지점까지 차를 이동시키고 다시 돌아와 다른 일행들과 합류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하는 동안 시간이 좀 걸리니 방문자 센터에서 충분히 구경하고 기념품 사며 시간 보내라고 했으나 걷는 해안선 거리 20여 킬로 지점으로 차량 접근하기에는 너무 돌아가 왕복에 거의 한시간 반 이상이 소요됩니다. 하는 수 없어 워키토키 통신을 이용해 뒤집혀진 노란 삼각형 표시를 따라 먼저 출발하라하고 우리는 서둘러 뒤를 따라 잡습니다. 그렇게 합류하여 어깨를 나란히 하니 어느새 마랭고 할리데이 파크를 지나 오솔길을 끝내고 광대한 오션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급한 마음에 바닷가 모래톱으로 달음질칩니다. 얼마나 짠지 물맛도 보고 손도 씻고 하다가 검은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따개비와 고동. 홍합들을 발견합니다. 섬 출신 참가자가 길을 내어 모두 붙어 해물들을 훑어내니 이내 한봉지가 되어버립니다. 조금은 성가시지만 끝끝내 숙소로 가져와 저녁 식탁에 디저트 겸 안주로 장만되어 나와 별식으로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시작점은 호주 제 2의 도시 멜버른입니다. 호주 내에서 가장 유럽풍의 유산을 간직한 이곳은 1년 내내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문화 예술의 중심도시로 건물마다 고풍스러운 구 건물과 독창적인 현대 예술이 그대로 표현되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19세기 금광 열풍을 타고 온 유럽의 이민자들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찾아 든 유민들이 그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어 다채로운 문화와 고풍스런 우아함을 함께 엿볼 수 있는 매력의 도시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디를 가나 침범해버린 중국의 무질서하고 무례한 행위의 그림자가 너무도 짙은데 이익을 저버릴 수 없는 영업자들의 금력앞에서의 무력함에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이런 멜버른에서 두시간 거리의 작은 어촌 마을 아폴로 베이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해안선과 유칼립투스를 비롯한 원시 관목림, 그리고 코알라, 왈라비 , 나무늘보 등 다양한 동식물을 간직하고 있는 오트웨이 국립공원 전역을 관통하며 펼쳐져 있습니다. 키 큰 나무들이 우거진 숲길은 해안선과 맞닿으며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집니다. 은빛 고운 백사장 길은 해변 바위길 위로 인도하고 한번씩 맹렬하게 밀려오는 파도를 피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웃음으로 즐기는 길. 특히 왜 이 길 이름에 그레이트를 접두어로 넣었는지 가서 보면 느끼게 되는데 호주의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장점만으로도 호주 제 1의 걷기 코스로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느리게 걸으며 도보 여행의 여유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산뜻한 길입니다.  남극해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으며 해안절벽을 따라 나있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는 기분은 정말 별유천지 비인간이 된 듯합니다. 거대한 절벽이 우뚝 솟은 바위에 부딪히는 성난 파도, 너무도 평화스러워서 보기만 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푸른 만과 한 결 바람에 모래톱이 쌓여가는 아름다운 해변과 같이 해안선 절경부터 초원과 숲 그리고 산으로 이어지는 오존 향기 가득한 울창한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좋은 곳입니다. 트레일은 총 여덟 구간으로 나뉘며 코스마다 각각의 볼거리와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첫 번째 구간은 아폴로 베이 그레이트 오션 방문자센터에서 엘리엇 릿지 캠프장까지로 해안선을 따라 기암절벽과 작은 폭포들을 보며 걷습니다. 두번째 구간은 블랑킷 캠핑장 세번째는 오트웨이 캠핑장까지 이어지며 검은 왈라비와 유칼립투스 나무 숲과 또 그 잎을 먹고 사는 코알라 등 호주에서만 관찰 가능한 동식물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에어리버 캠핑장 까지로 무지개 폭포와 해안절경을 감상하고 다섯 번째 조안나 해변에 이르면 드넓게 펼쳐진 해변의 고운 모래를 맨 발로 밟으며 붉게 지는 노을빛 속으로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에 스스로 매료됩니다. 여섯 번째는 라이언스 덴 캠핑장과 일곱 번째 구간인 데블스 키친 캠핑장까지 바다와 인접한 해안 절벽길과 모래밭길을 번갈아 걷다가 마침내 마지막으로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대미를 장식하는 12사도상을 품습니다. 접안에 버티어 선 거대한 석회암봉 무리의 이 자연이 만든 천연조각상은 우리의 고단한 순례자들을 위해 주께서 보내주신 환영의 사도단들인 양... 덤으로 이어지는 쉽렉 코스트는 80여척이라는 수많은 배들을 침몰시켜버렸는데 난파선들과 해안 풍경들이 그 치명적인 미를 반증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큰 고도의 변화도 별반 없이 순탄한 104km의 길. 우리네 습성이라면 나흘만에도 모두 쉽사리 걸을 수 있는 깜냥도 안되는 거리인데 그래도 초단시간 종주 성취가 목적이 아니라면 그저 차분히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며 그 자연이 주는 최대의 희열을 맛보며 걸을 일입니다. 우리도 무척이나 자제하려 했지만 결국은 5일만에 종주를 마감하고 예정했던 6일에 하루 벌은 시간을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드라이브하며 관광하는 낙이 더했지만 말입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해안선을 따라 뻗어있습니다. 이 종주를 위해 내가 조금 수고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예상 도착지에 차하나를 두고 돌아와 함께 출발하려던 당초 계획이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듯하여 일행들을 출발시키고 나는 도착 예정지에서 반대로 진행하여 동행들을 만나서 되돌아 오는 형태로 진행하기로. 마감하고 9인승 차량에 끼어앉고 무릎을 빌리고 짐칸에 들어가고 해서 돌아옵니다. 그래도 다들 불편하다 말없이 즐거운 농과 해맑은 웃음으로 차가 춤을 춥니다. 이런 형태로 종주하다보니 아무래도 배낭에 들어갈 지참물들이 적어져 가볍게 걸을 수 있었고 그리하여 종주를 5일 만에 끝낼 수 있었던 요인이 되었습니다.  날이 거듭되고 하루를 마감하는 해질 무렵이면 강렬한 노을빛으로 물들어가는 드넓은 해안과 울창하고 때묻지 않은 자연속에서 호흡하며 걸으니 어느새 여행자는 대자연의 품에 안긴 듯 평온한 위로를 얻게 됩니다. 특히 에어리버와 조안나 비치 구간에는 거목들의 가지 방향이 일정하게 향하고 있는데 남극에서 불어오는 혹독한 바람에 지쳐버린 현상이 장엄하면서도 애처롭습니다. 화산 작용에 의해 기묘하게 형성된 바위나 거대 암반들이 해안선을 가득 메운 셰리 비치는 문득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느낌이 들게합니다. 조안나 비치를 수놓은 트레커의 발자국과 석양빛이 이국적인 느낌을 더욱 자아내면서 센티멘탈해지는 향수도 입니다. 오트웨이 등대를 두고 보는 먼 풍경이 더욱 아름다운데 돈과 시간이 투자되어야하는 등대와 박물관 방문은 하지않고 해안선으로 내려서니 귓가에 들리는 시원한 파도 소리가 트레커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고 청아한 바람에 실려가는 듯이 몸도 날려갑니다.  종주 동안 한두번 밤에만 살짝 뿌려준 비 이외에는 한번도 궂은 날이 없어 모두 착하게 적선을 해온 동행들의 덕이라 여기며 행복을 이어갑니다. 오늘은 종주의 절반 정도되는 캐슬 코브를 지났으니 날마다 연회지만 오늘은 특식으로 저녁을 준비하고 소맥에 와인까지 적백으로 마련하여 한잔 술을 곁들입니다. 청정한 초원에 방목한 호주산 소고기와 양고기까지 곁들여서 말입니다.  세탁기와 건조기 그리고 옥외 가스 바베큐 그릴까지 갖추어진 편리한 숙소. 트레킹이 이렇게 호사스러워도 되느냐며 너스레를 떨며 마음껏 즐깁니다. 잘 구워진 스테이크에 건배를 외치며 즐거운 담소에 소화도 잘되고 시금치 칼국수와 과일로 코스 요리를 마감합니다. 총총한 별이 어느새 맑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오늘따라 더욱 잠잠한 남극해는 저도 끼워달라고 한번씩 투정부리듯 물결을 보냅니다. 깨어지면 안될 듯한 이 완벽한 여행의 행복. 그래서 꿈과 생시를 넘나들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