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안 드림을 품고.. 2. 카우아이섬의 칼랄라우 트레일.

이른 아침 동이 틀 무렵. 고단한 길에 조금이라도 더 자게 하려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합니다. 든든하게 먹어야 또 왕성하게 걸을 수 있는 법. 먼저 점심용 밥을 지어 놓고 아침용으로 떡국을 끓입니다. 날이 날인만큼 구정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고 이 여정을 위해 어쩌면 설날 떡국도 못 먹고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라서.. 그래도 생기는 소음 때문에 귀가 밝은 일행들이 자리를 털고 나서고 한 두 마디 말들이 오고가니 그때서야 모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저마다의 역할을 담당하며 돌아갈 길을 준비합니다. 서둘러 떠나야 대낮의 태양 볕을 피할 수 있고 가능하면 이르게 도착해 느긋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한잔 시원한 하와이안 맥주로 목을 축일수도 있겠기에 말입니다. 진정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고. 우리 조국의 화장실에 붙어있는 글귀가 우리 산객들에게도 요구되는 행동입니다. 항구하게 이 천혜의 길이 후손들에게 보전될 수 있도록 깔끔하게 흔적을 없애고 모든 쓰레기를 봉지에 담아 배낭 속에 넣고 장도의 귀환 길에 오릅니다.    오늘도 감사하게 일기가 참 좋습니다. 온 누리에 내리는 촉촉한 아침 기류의 감촉. 그 산뜻하고 청아한 느낌은 한 동안을 슬며시 눈을 감고 느끼게 합니다. 신에게 하늘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다시 귀환 길에 오릅니다. 이어지는 이 길에는 폭이 겨우 몇 십 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은 날카로운 곳도 있고 황토 길이라 잔 돌에 미끄러지기 아주 십상인 길을 연이어 오르내리는 위험한 구간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바짝 벽 쪽에 붙어서 의지하고 걷게 만드는 절벽구간도 있어 설상가상으로 잘 부스러지는 화산토로 된 돌들이 미끄러움을 유발하는 긴장의 연속인데 이런 생경한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세상 몇 되지 않는 트레일에 들었겠지요. 그 거벽에 달려와 부딪히는 파도들. 시원스레 부서지는 포말이 잠시 더위를 식혀주고 큰 바다로 다시 돌아갑니다. 5개의 구릉들을 쉴 새 없이 오르고 내리며 에둘러 걷는 이 길은 과거 하와이안 원주민들이 삶을 위해 걷던 길입니다. 생존을 위해, 삶을 이어가기 위해 오고가던 하와이 전사들의 길이기도 하답니다. "이 길을 걸으며 우리 전사들은 호연지기(great spirit)를 길렀다"고 한 이 트레일은 백사장에서 무예를, 길에서 튼튼한 다리를, 그리고 시간에서는 참을성을 연마했다고 합니다. 아침 햇살에 비끼는 캐년의 산세는 구름 안개에 가려 더욱 신비함이 더하고 보일 듯 말 듯 한 정상들은 또 다른 선경을 만들어 보이는데 이 생경한 남국의 아름다움이 참으로 좋습니다. 불의 여신인 펠레가 만들었다는 하와이 화산군도. 사랑하는 이를 한없이 기다리다 흘린 눈물이 저 청자 빛 바다를 이루었다는 전설위에 또한 그 눈물을 먹고 자란 야생화들이 붉게 자라나 풍경의 색채감을 더해줍니다. 깊은 계곡 숲에서는 어디선가 킹콩이 그 큰 몸집으로 달려 나올 것만 같고 굽이마다 펼쳐지는 그림. 이어지는 화첩 같은 풍경. 하와이의 아름다운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린 이 길을 아름다운 동행들과 행복에 겨워 즐거이 흘러갑니다. 이 꿈결에 흐르는 듯한 감미로운 하와이안 바람처럼 말입니다. 돌아가는 2마일 지점에는 하나호 힐이 다시 나오고 이 지점에는 칼랄루아 트레일 상 하나카파아이 해변에서 잠시 빠져나가 풍광을 즐기고 돌아오는 하나카파아이 폭포 트레일 외에는 유일한 갈림길이 있는데 바로 칼랄라우 벨리 트레일입니다. 협곡을 따라 2마일 정도 이어지고 누군가가 차량이동을 해주거나 픽업을 해줄 수 있다면 혹은 결코 그런 느낌이 없겠지만 왔던 길 돌아가기 무료하다면 이 길을 택해 협곡 종점에서 7마일 정도의 오름길을 탐험하고 와이메아 캐년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붉은 토암에 9라고 새겨놓은 마일 거리 숫자를 확인하고 아슬아슬한 좁은 길을 그 길 만큼이나 좁아진 마음을 달래며 마의 그 7마일 구간을 다시 한 번 경직된 모습으로 통과하는데 관리 측에서는 서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일행들 간 2~3미터의 거리를 유지하며 여차하면 발생할 수 있는 실족의 위험에 대비하라고 일러줍니다. 어쩌면 이 길을 걸으며 펼쳐지는 깊고도 줄기찬 산군과 빚어놓은 미려한 해안선과 더불어 가장 칼랄라우 트레일 답게 만들어주는 구간이 아닌가 생각이 들게 합니다. 하나코아 벨리 지역에 들어서니 해는 중천으로 치솟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무렵 잠시 길을 벗어나 가느라 놓치고 지나쳐버린 하나코아 폭포로 향합니다. 우기인 2월인데도 비가 거의 오지 않은 탓에 폭포수는 보잘 것 없어도 그 아래 고여 있는 맑은 물들은 발을 담그고 땀을 훔치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숫제 수영복과 비키니로 물속에 뛰어드는 청춘의 이국인들도 눈에 띕니다. 자유가 넘치는.. 우리는 이것저것 남은 간식들로 원기를 돋우고 다시 울창한 밀림 속으로 들어갑니다. 분주한 길에 마음을 두지 않았던 온갖 풍광들을 재차 확인하고 즐기며 돌아가는 길. 혹여나 떠나 가버리면 이내 잊어버릴까 자꾸만 뒤돌아보면서 점점 멀어지고 가려지는 풍경들을 마음에 고이 심어둡니다. 어쩌다 오버나이트 캠핑을 위해 칼랄라우 비치로 향하는 종주자 들만이 지나칠 뿐 고요한 이 길에는 그저 자연의 소리만이 존재하는데 이 깨어지면 안 될 정적이 상업적 헬리콥터들의 오고감으로 인해 무참하게 부서져 버립니다. 하나카파아이에 이르러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우리 민족의 행동식 라면을 끓이고 아침에 준비해온 하얀 이밥을 말아 남은 찬으로.. 배가 부르니 세상도 보이고 이제사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경고문이 적힌 작은 게시판 하나. “A slip can be a death."라고 써놓은 옆에 현재 까지 목숨을 잃은 사람이 82명 째라고 진행형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급류에 휩쓸려 버리면 목숨을 잃게 되는지라 결코 무모해서도 방심해서도 안 되는 곳입니다. 그런 죽음의 역사를 알고 건너는 돌 징검다리가 자연 섬뜩하게 다가오기 까지 합니다. 마지막 0.5마일을 남겨둔 지점에 이르니 우리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 케에 비치가 내려다보이고 해수욕과 함께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종주의 환희와 안도가 함께 교차되는 만감을 품고 지그시 눈을 감아봅니다. 쉴 새 없이 달려간 22마일의 길. 1400미터의 고도를 거침없이 오르내리며 이어진 장대한 길. 기쁨은 나누면 배가되고 슬픔은 나누면 적어진다는 진리를 품고 그 오랜 길에서 우리는 함께 고난을 견디어 냈고 함께 역경을 나누었고 마침내 함께 행복했습니다. 다시 오라고 손짓한다면 언제라도 달려가 품에 안기고 싶은 칼랄라우 트레일. 연중 파고가 변함이 없다는 하날레이 만의 바다풍경이 펼쳐진 선술집에서 종주를 하지 못한 동행들과도 함께 합류하여 한잔 생맥주로 축배를 올리고 목을 축이며 바라보는 아련한 길. 어둠은 이 길에서 흘린 땀과 우정과 그 기억들을 더욱 애절하게 합니다. 그 위에 서면 영혼이 불러주는 뚜렷한 영감이 떠오르고 그 길을 걸으면 변화무쌍한 이어짐으로 많은 상념에 젖게 하는 칼라라우 트레일. 주라기 시대가 아바타 시대가 길마다 펼쳐지는 아름다운 길로서 깎아지른 절벽이 내 발길을 따라 가니 이 길에서 얻는 행복은 무한하다 하겠습니다. 태초에 빚은 자연의 모습으로 격한 산군이 펼쳐져 이어지는 해안 길 나팔리 코스트는 하와이의 자랑이자 하와이의 또 다른 면목을 지닌 곳입니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바다를 향해 뻗쳐 나간 해안선이 극치의 풍경을 만들었는데 숱한 세월동안 신의 손길에 깎고 다듬어진 도전의 길이기도 합니다. 등산은 도전입니다. 도전은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만이 성취감이 충만한 것이 아니라 그 도전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니 비록 이 길을 완주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결코 낙심할 일만은 아닙니다. 오늘도 감사하게 일기가 참 좋습니다. 온 누리에 내리는 촉촉한 아침 기류의 감촉. 그 산뜻하고 청아한 느낌은 한 동안을 슬며시 눈을 감고 느끼게 합니다. 신에게 하늘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다시 귀환 길에 오릅니다. 이어지는 이 길에는 폭이 겨우 몇 십 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은 날카로운 곳도 있고 황토 길이라 잔 돌에 미끄러지기 아주 십상인 길을 연이어 오르내리는 위험한 구간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바짝 벽 쪽에 붙어서 의지하고 걷게 만드는 절벽구간도 있어 설상가상으로 잘 부스러지는 화산토로 된 돌들이 미끄러움을 유발하는 긴장의 연속인데 이런 생경한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세상 몇 되지 않는 트레일에 들었겠지요.  그 거벽에 달려와 부딪히는 파도들. 시원스레 부서지는 포말이 잠시 더위를 식혀주고 큰 바다로 다시 돌아갑니다. 5개의 구릉들을 쉴 새 없이 오르고 내리며 에둘러 걷는 이 길은 과거 하와이안 원주민들이 삶을 위해 걷던 길입니다. 생존을 위해, 삶을 이어가기 위해 오고가던 하와이 전사들의 길이기도 하답니다. "이 길을 걸으며 우리 전사들은 호연지기(great spirit)를 길렀다"고 한 이 트레일은 백사장에서 무예를, 길에서 튼튼한 다리를, 그리고 시간에서는 참을성을 연마했다고 합니다. 아침 햇살에 비끼는 캐년의 산세는 구름 안개에 가려 더욱 신비함이 더하고 보일 듯 말 듯 한 정상들은 또 다른 선경을 만들어 보이는데 이 생경한 남국의 아름다움이 참으로 좋습니다. 불의 여신인 펠레가 만들었다는 하와이 화산군도. 사랑하는 이를 한없이 기다리다 흘린 눈물이 저 청자 빛 바다를 이루었다는 전설위에 또한 그 눈물을 먹고 자란 야생화들이 붉게 자라나 풍경의 색채감을 더해줍니다. 깊은 계곡 숲에서는 어디선가 킹콩이 그 큰 몸집으로 달려 나올 것만 같고 굽이마다 펼쳐지는 그림. 이어지는 화첩 같은 풍경. 하와이의 아름다운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린 이 길을 아름다운 동행들과 행복에 겨워 즐거이 흘러갑니다. 이 꿈결에 흐르는 듯한 감미로운 하와이안 바람처럼 말입니다. 붉은 토암에 9라고 새겨놓은 마일 거리 숫자를 확인하고 아슬아슬한 좁은 길을 그 길 만큼이나 좁아진 마음을 달래며 마의 그 7마일 구간을 다시 한 번 경직된 모습으로 통과하는데 관리 측에서는 서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일행들 간 2~3미터의 거리를 유지하며 여차하면 발생할 수 있는 실족의 위험에 대비하라고 일러줍니다. 어쩌면 이 길을 걸으며 펼쳐지는 깊고도 줄기찬 산군과 빚어놓은 미려한 해안선과 더불어 가장 칼라라우 트레일 답게 만들어주는 구간이 아닌가 생각이 들게 합니다. 분주한 길에 마음을 두지 않았던 온갖 풍광들을 재차 확인하고 즐기며 돌아가는 길. 혹여나 떠나 가버리면 이내 잊어버릴까 자꾸만 뒤돌아보면서 점점 멀어지고 가려지는 풍경들을 마음에 고이 심어둡니다. 어쩌다 오버나이트 캠핑을 위해 칼랄라우 비치로 향하는 종주자 들만이 지나칠 뿐 고요한 이 길에는 그저 자연의 소리만이 존재하는데 이 깨어지면 안 될 정적이 상업적 헬리콥터들의 오고감으로 인해 무참하게 부서져 버립니다. 마지막 0.5마일을 남겨둔 지점에 이르니 우리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 케에 비치가 내려다보이고 해수욕과 함께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종주의 환희와 안도가 함께 교차되는 만감을 품고 지그시 눈을 감아봅니다. 쉴 새 없이 달려간 22마일의 길. 1400미터의 고도를 거침없이 오르내리며 이어진 장대한 길. 기쁨은 나누면 배가되고 슬픔은 나누면 적어진다는 진리를 품고 그 오랜 길에서 우리는 함께 고난을 견디어 냈고 함께 역경을 나누었고 마침내 함께 행복했습니다. 다시 오라고 손짓한다면 언제라도 달려가 품에 안기고 싶은 칼라라우 트레일. 연중 파고가 변함이 없다는 하날레이 만의 바다풍경이 펼쳐진 선술집에서 종주를 자축하며 한잔 생맥주로 축배를 올리고 목을 축이며 바라보는 아련한 길. 어둠은 이 길에서 흘린 땀과 우정과 그 기억들을 더욱 애절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