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 트레킹. 12 요호 국립공원 Iceline 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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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아이스라인 트레일. 오늘은 반프 지역에서의 마지막 트레킹을 하는 날입니다. 내일은 로키 북쪽에 위치한 자스퍼 국립공원으로 가게 되는데 반프를 비롯 자스퍼. 쿠트네이와 더불어 로키 4대 국립공원 중의 하나인 요호 국립공원내에 위치한 아이스 라인 트레일을 걷습니다. 알프스를 개척했던 톰 윌슨이 닦은 이길은 그때만 해도 이름 그대로 빙하나 눈길을 걷던 아리스 라인으로 몇단으로 속구치며 내리는 로키에서 가장 높은 400미터의 장대한 타카카우 폭포에서 시작됩니다. 빙하지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걷게 되며 이어지는 장막한 너덜지대길을 한없이 걸으며 요호밸리의 아름다운 풍경과 레이크 오하라를 품고 있는 Daly Glacier 산군의 빼어난 자태를 보여주는 하늘길입니다. 여기에서 그 고혹적인 호수빛을 자랑하던 에메랄드호로 넘어가기도 하고 요호밸리 산장까지 백팩킹을 즐기러 가기도 한답니다. 우리는 반대길인 스카이 라인으로 바로 치고 올라가 빙하지대까지 접근해 기어코 빙하를 깨서 한잔 술을 담은 축배를 들고 오기로 했습니다. 그런 녹녹치 않은 여정을 위해 풍성한 아침 식단으로 든든하게 먹고 나서 시나브로 뿌리는 가을비를 헤치며 길을 달려갑니다.    로키 변방의 아름다운 산촌 숙소 Golden에서는 40분 거리에 있는데 요호밸리 로드를 타고 가면 킥킹 홀스 강이 마주보며 흘러왔다가 골든에서 다시 만나자며 장쾌하게 달려갑니다. 먼저 타카카우 폭포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 그 웅장한 자태를 감상하고 이를 배경으로 사진들을 찍어 남깁니다. 로키에서는 빨간 밴취를 비치해둔 곳이 제법 많은데 이곳에 앉아서 편하게 바라보면 눈에 잡히는 것이 바로 가장 수려한 명경입니다. 여기에서도 이 폭포를 조망하라고 비치해둔 빨간 의자에 앉아 기념 사진도 몇컷 찍어 추억으로 남깁니다. 그런후 오름길의 지속이 오래이므로 모두 스트레칭을 하며 잘 적응하도록 몸들을 풉니다. 약 7백 미터를 꾸준하게 올라야 하는 오름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하지도 않던 스트레칭을 시키는 걸 보니 엄청나게 힘든 코스임에 틀림이 없다며 엄살이며 너스레를 떨지만 등산을 안전하게 해주고 유연스럽게 하는 이 몸풀기에 모두 다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트레일헤드 입간판 앞에 모두 모여 기념 촬영을 하고 지난한 오름길에 오릅니다.    비를 대비하여 방수 자켙들을 입고 정글같은 숲속의 비탈길 오르니 이내 땀이 솟아나 잠시 멈추고 가벼운 차림으로 바꾸어 지그재그로 내어논 길을 열심히 올라갑니다. 왠만큼 발품을 파니 그때서야 듬성해진 나무들 사이로 타카카우 폭포의 위용이 드러납니다. 추워진 날씨에 빙하의 녹음이 덜하니 아무래도 더운 여름 시즌보다는 수량이 적어보입니다. 그래도 로키의 맹주로 요호 계곡에 버티고 서서 천하를 호령하며 포효하고 있습니다. 수목 한계선을 지나서 잠시 쉬게 하려는 듯 평탄한 길이 이어지더니 이내 너덜지대로 들어서 다시한번 깔딱고개를 치고 올라야 합니다. 아무리 스위치백으로 길을 다듬어 놓았어도 그 가파른 경사도는 다 잡지 못해 이제는 대화소리도 웃음소리도 모두 가픈 숨소리에 묻혀버립니다. 한참을 헉헉대며 올라 길이 꺾이면서 이제는 산마루 길이 장대하게 뻗어감을 볼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요호 계곡으로 뒤로는 에메랄드 호수 쪽으로 향하는 트레일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음이 확인되는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서둘러 자켙과 우의들을 입고 전진하는데 또 이내 바람마저 미친듯이 불어 닥칩니다. 몸에서 벗어난 모든것들을 나부끼며 바람을 헤치고 용맹전진 나아가니 바람도 지쳤는지 그 기세를 꺾고 누그러뜨려 또 방긋 햇님이 웃으며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밉니다. 이처럼 빙원이 넓게 펼쳐진 고산은 일기가 고르지 않고 언제나 비와 눈 진눈깨비 우박등이 수시로 뿌려집니다. 기온이 올라 빙원의 얼음과 눈이 녹아 증발하면 다시 냉각된 수증기가 차게 식거나 얼어 비와 눈으로 내리는 것입니다.  산 안부에 바람을 막아줄 지점에 항상 이 아이스 라인 트레킹 때 마다 점심을 먹는 지점에 이르렀습니다. 둘러 쳐진 작은 벼랑위에 돌들을 쌓고 바람을 막아 취사를 하거나 식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서 먹으니 추위에 그만입니다. 식사후 더 따스한 한 종지의 커피들을 마시고 편한 휴식을 취합니다. 소화를 좀 시키고 이제 본격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너덜길을 올라 빙하지대로 접근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 길을 개척할 당시에는 바로 빙하를 곁에 두거나 밟으며 갔다 했는데 이제는 그 빙하가 수백미터 더 산정으로 후퇴해 있습니다. 그만큼 지구의 재앙이 느껴지는 안타까운 순간입니다. 지난 6월말에 왔을때 보다 더 녹아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더 올라가야만 빙하를 만질수 있었습니다. 깊은 곳에서 녹아 흐르는 생명수를 마시고 수통에 담고 일반 얼음보다 더욱 단단한 결정체의 빙하를 가져간 칼과 돌을 이용해 쪼아냅니다. 그리고 만들어낸 열잔의 Whisky on the rock. 위스키 대신 백두산 불개미와 매실로 담아 십년을 숙성시킨 특별한 술로 대신합니다.  다들 한잔 씩 채워서 건배를 외치며 들이키는데 수만년 세월이 녹아 장에 들어가니 느낌부터도 다른게 감회가 새롭습니다.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빙하의 끝자락에 서서 굴러 내려온 유빙하나를 술상으로 놓고 즐기는 이 짜릿한 주연. 캐나다 로키 아이스 라인에서 만 경험하는 전율의 순간입니다.  그럭저럭 여유를 부리다 보니 산그늘이 짙어지고 서둘러 산장으로 돌아갑니다. 이제는 모두가 따라 부를수 있게 된 개사곡 록키 연가를 박수치며 즐거이 듣습니다. 음악과 함께 달리는 그 시간도 길지 않고 가는 길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산장 숙소로 들어서면 이제는 저마다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나눠져 일사불란하게 저녁상을 만들어냅니다. 그릴에 고기굽는 사람. 재료 손봐주는 사람. 술준비에 칵테일 조제하는 사람. 테이블 세팅에 음악 디제이 까지. 노는 손은 식사후 설거지 담당입니다. 잠시 후 한상 가득차려 지는데 오늘은 로키 청정우 스테이크와 야채 샐러드 그리고 마무리로 잔치국수가 식단. 한잔 술이 곁들여진 저녁 만찬은 파티처럼 왁자지껄 합니다. 그 동안의 트레킹 무용담에 해프닝과 우스운 에피소드들을 풀어내며 이어가는데 이 외지고도 머나먼 이역땅 로키에서 사람사는 냄새가 구수한 우리 음식처럼 창으로 문으로 새어나갑니다. 별들도 그 향취에 빠져 더욱 산장 지붕 가까이서 머물며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