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 트레킹. 13 요호 국립공원 O'hara Lake 트레일.
>

요호의 숨겨놓은 비경. 오하라 호수 트레일. 간밤에도 비가 산하를 촉촉히 적셔놓았습니다. 된장찌개 구수하게 끓여먹고 나서는데 산마루를 넘어가는 구름이 푸른 하늘을 벗겨내니 비록 간혹 비뿌린다 한 일기예보를 보았지만 혹여나 오늘도 어제처럼 경쾌한 산행을 할수 있을까 기대감을 품게 합니다. 레이크 오하라. 캐나디언 로키가 숨겨놓은 이 비경을 보기 위해서는 11km 산길을 450m 올라가야만 도달할 수 있는데 그 만큼의 고된 발품을 팔아야합니다. 물론 셔틀버스를 운행합니다만 외인들의 방문을 원치 않는 당국의 농간으로 그저 그림의 떡일 뿐.  그래도 3시간을 투자해 걸어 올라온 자들에게는 자리가 남는 선 안안에서 하산길 버스는 태워줍니다. 물론 요금은 왕복 요금과 별반 차이도 없이 내야하지만요. 말하자면 보호하고 싶은 지역에 굳이 보러 오겠다면 말리지는 못하지만 3시간의 오름길을 걸어서라도 올라오라는 것이죠. 그런다고 포기할 우리 민족이 아니죠.    이 저주받을 명경을 보기 위해 지루한 비포장도로길을 그저 아름다운 동행들과의 정담으로 해소시키며 걸어갑니다. 그래도 쭉쭉 뻗은 전나무들의 사열식을 받으며 오르니 기분도 엎되는데 이내 강물이 달려와 수인사를 하며 지나칩니다. 빙하녹은 물이라 옥색을 옅게 띤 예쁜 물인데 어느 구간에서는 굉음을 울리며 노도와 같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달려갑니다. 볼만한 풍경이기도 하거니와 저 물길을 따라 카약킹이나 레프팅을 하는 내 자신을 상상하며 즐거이 걷습니다. 이곳 오하라 호수 가는 길에는 어느새 가을이 살포시 내려 앉았습니다. 도로 갓길에는 풀잎들이 노랗게 물들어가고 단풍나무과 관목들은 붉은 채색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짧게 여름을 태우고 지나가는 오하라 호수가는 계곡엔 황금빛 들판 풍경이 눈에 가득 잡힙니다.    거리 표시 숫자를 마치 신앙처럼 섬기며 줄여가는 길. 드디어 우리는 호수에 이르렀습니다. 호수 색깔을 그대로 머리에 인 로지들이 그림처럼 세워져있고 사방으로 포진한 설산 아래 고요하게 누워있는 오하라 호수. 진정 로키의 정령이 서린 곳입니다. 고사목들의 수장이 그대로 보이는 티없이 맑고 고운 빙하수가 호수를 넘쳐 시내로 흐르고 폭포가 되고 하는 물의 향연이 벌어집니다. 이곳에서 사백미터 더 올라가면 이 골짜기의 마지막 여로인 오에사 호수로 가는 길이 곧 선계로 드는 길이며 이 고단한 노고의 위안입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몸이 쳐집니다만 간단히 시장기를 과일로 감추고 참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비탈길이 시작되는데 부른 배로하는 등산은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초반경사길 그 힘겨움 속에서도 한숨돌리며 몸도 돌리면 그때 마다 다른 표정으로 품어주는 아름다운 오하라. 이 매혹의 호수를 가장 감동적으로 볼수 있는 이세상 가장 훌륭한 가든 식당자리로 벼랑위에 자리잡고 오찬을 나눕니다. 다시 데워 끓여내는 된장찌개의 향기가 미려한 오하라 호수를 덮습니다. 이 풍경속에서 정상주 한잔 아니 나누면 천추의 한이 맺힐듯하여 와인 한잔씩 걸치니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저녁 정찬을 위해 버스시간을 맞추다 보니 이번에는 오에사 호수까지는 가질 못했습니다. 가장 전망좋은 곳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하산합니다. 참으로 고마웁게도 따스하고 아름다운 심성들을 지닌 브라질 동포들이라 취사하는 나의 노고를 들어준다며 돌아가며 저녁을 쏘시겠다 하네요. 오늘은 말단 은행원으로 시작하여 열심으로 삶을 개척하여 지금은 자신의 은행을 소유한 유무학님께서 쏘신다며 반프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는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을 잡으라는 명에 부응하여 맛집으로 잡았습니다. 풍성하게 주문을 하고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도록 레드. 화이트 와인 모두를 시킵니다. 후각으로 먼저 마시고 혀에 감기는 그 감미로운 와인의 향취. 빈속에 한모금 마시니 식도를 따라 내려가는 그 궤적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열심히 걸은 자. 그 행복한 식도락의 보상이 있을지니 캐니넷 셰비뇽의 와인과 더불어 저녁 정찬의 분위기가 정으로 충만합니다. 넘치는 손님들로 자연 분위가 왁자찌글 하니 우리도 덩달아 목소리도 커지며 한번씩 던지는 농담으로 파안대소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이제는 시간의 흐름도 정지한 듯 로키의 하루도 멈춰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