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의 꿈 사하라 사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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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 이름만으로도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사하라 사막에 발을 딛기 위해 대장정이 시작됩니다. 매일 운항하지 않는 사하라의 관문인 Zagora행 항공편이 없어서 차량을 랜트해서 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대중교통인 대형버스로 이동할수 있으나 이어지는 여정을 자유롭게 운영하기위해서 별수없이 항공료보다 갑절이나 비싸게 지불하고 랜트카를 선택을 했습니다. 열시간 이상을 달려야하는 기나긴 거리. 그러나 일행 모두 이 모로코를 처음 방문한지라 새로운 풍물과 새로운 산하를 기웃거리며 달려갈만 했습니다. 특히 몇시간이 걸려서 아틀라스 산맥을 넘는 구간에서는 펼쳐지는 장대한 풍경을 감상하며 갈만 했습니다. 속력을 낼수도 없는 무려 200km에 뻗어있는 이 험한 산길은 가뜩이나 폭이 좁은 도로인데다 지그재그 형태가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니 오른 다리에 쥐가 날 지경입니다.   자고라(Zagora)까지 이르는 길은 제벨 사로(Djebel Sahro) 산맥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구간이며 이 곳에서 나오면 드라(Draa) 협곡이 시야에 들어오고 동시에 푸르른 야자수가 길게 늘어선 오아시스가 펼쳐지며 더욱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남으로 남으로 달려가면서 현지인들의 피부색이 점점 더 검어지는 것은 우리가 사하라로 더욱 다가감을 의미합니다. 자하라에 이르니 도시는 이미 어둠에 잠겼고 둘러볼 여유도 없이 사하라의 심장 하미드(M'hamid)로 바로 달려갑니다. 밤이 늦었는데도 밖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리어드 숙소 주인장의 환대로 입실하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4일간의 사하라 종주 트레킹을 위해 깊은 숙면을 취합니다.  모로코의 사막마을 하미드의 아침이 찬연하게 밝아옵니다. 저기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생활속 외침소리도 별들의 속삭임만큼이나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안그래도 도시 자체가 황토로 지어져 온통 붉은색인데 아침 햇살을 받으니 더욱더 빨갛게 불타오릅니다. 종주에 필요한 배낭을 꾸리고 가이드가 몰고온 짚차를 타고 집결지로 가는데 도시는 활기를 띄고 거리 가득 인파로 물결칩니다. 우선 사막의 뜨거운 태양과 그 열기를 흡수하기 위해 터번 하나씩 구매해서 머리에 두르고 야채가게에 들러 단감을 비롯한 다양한 과일들을 사서 지원 가이드 팀들에게 맡겨둡니다. 마치 수십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장터에서 흥정에 여념없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람사는 모습이라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줍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사막 깊숙이 들어서기 전 세워져 있는 ‘낙타 횡단 주의’라는 이 지역만의 고유한 경고판이 이방인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데 한바탕 웃음으로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사하라를 여행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모로코 여행을 정의하는 것.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경험입니다. 낙타를 이끄는 사막 가이드와 캐러밴을 만들어 길을 나섭니다. 자꾸 풀리는 터번을 가이드의 도움으로 매무새를 고치고 걷거나 낙타를 타거나 선택에 맡기는데 여성들은 다들 무섭다고 도보이동을 고집합니다. 초반부터 낙타를 타기도 그렇고 하여 다들 걷기로 합니다. 아직은 작은 관목들이 듬성듬성 피어있는데 어쩌다가 키큰 나무들이 한두그루씩 있어 그늘을 만들어주어 쉬어도 갑니다. 간식과 차를 내놓는데 나흘동안 변함없이 내놓는 간식거리는 땅콩과 달싹한 쿠키. 이들의 차문화는 거의 삶 자체입니다. 만나면 내놓고 무엇을 사러가도 내놓고 식사 전후로 주전자채로 내놓는 차. 민트 티인데 진하고 달아서 우리 한국 아지매들은 무척 싫어하는데도 줄기차게 내놓습니다. 영혼없는 친절입니다. 허나 나뭇가지를 순식간에 모아와서 마른 풀잎에 불을 당겨 모닥불을 피워내는 과정은 볼만합니다.  Draa 강의 남쪽 유역을 따라 광대한 야자수 숲과 약 300년 전으로 알려진 하미드의 원래 정착지를 통과합니다. 야자수 숲이 끝나면 Ras Nkhal로 알려진 지점에서 점심을 먹고 그후 나머지 트레킹 기간 동안 사막 덤불과 돌, 흙둑, 타마리스크 나무가 나옵니다. 아직은 전체가 고운 모래가 아니고 비에 다져진 딱딱한 지표면도 많습니다. 멀리서보면 잿빛 편린으로 반짝이고 있는데 그곳을 가보면 비온 후 물기먹은 모래위 흙먼지가 급격히 마르면서 생선의 비늘처럼 갈라져 빛에 반사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거의 걸어서 시디 나지(Sidi Naji)라는 지역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작은 모래언덕 아래 한적한 곳에 세워놓은 캠프에서 하루를 내립니다. 주변에 띄엄띄엄 세워진 이런 캠프는 아예 초기 투자를 해서 숙소를 지은 것입니다. 흙으로 지어 여러개의 방과 주방 식당 및 정원도 그럴싸하게 꾸며놓았습니다. 관정을 파서 지하수를 끌어올리고 태양열을 이용해 물을 데우니 온수 샤워의 호사도 누립니다. 세상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