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의 꿈 사하라 사막.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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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웠던 낮이 지나고 차분한 밤을 보내면서 어지럽게 불어대던 바람에 모래톱에 남겼던 수많은 발자국들은 지워지고 아침이면 전혀 낯설만큼 생경한 미답의 땅이 되어버립니다. 오늘은 이 지역 사하라의 심장에 위치한 에르그 치가가(Erg Chigaga)를 향한 이동이 시작됩니다. 생일을 맞이한 동행을 위해 미역국 한그릇으로 축하해주고 길을 나섭니다. 우선 Draa 강의 기슭을 건너 북쪽 제방으로 가서 Erg Smar의 버려진 사막 정착지로 트레킹하게되는데 지금은 말라버린 건천이지만 한때는 이런 사막에 풍부하게 물이 흘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척 놀랍습니다. 모로코에서 가장 오래 되고 항상 물이 넘쳐나는 강이었다는데 지금은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메말라 버렸고 그래서 주민들은 ‘귀신의 강’이라 부릅니다. 750km에 달하는 이 강은 대서양까지 흘러갔고 주변으로 많은 유목민들이 정착하며 세운 카스바(성으로 세운 마을)들은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물은 여전히 ​​지하 깊숙이 흐르고 있다하니 한번 더 놀랍고 얕은 지표 지점에는 오아시스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주변으로 생활했던 삶의 흔적은 어지러운 농경지와 정원의 윤곽과 집이었던 버려진 진흙 건물의 뼈대를 보면 알수 있습니다. 맑은 물이 솟아올라 작은 개울을 만들어 숲으로 들어가는 나무 아래서 기념 촬영을 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오늘의 마지막 목표는 길이 약 40km로 모로코에서 가장 큰 모래 바다인 에르그 치가가(Erg Chigaga)입니다. 높고낮은 모래 언덕을 건너고 넓은 고원을 지나 이른 오후에 캠프에 도착합니다. 치가가까지 한시간 이상 걸린다하니 찬란한 일몰을 보기 위해 출발시간을 정해놓고 휴식을 취합니다.    사구의 그늘이 캠프를 덮어올 즈음 행렬을 꾸립니다. 이제는 낙타와도 어느정도 친분을 쌓았고 타는법도 터득해 익숙하니 한마리씩 올라서서 행렬을 만듭니다. 가이드는 가능하면 모래 깊숙이 빠지지않는 익숙한 길을 잡고 아스라히 멀리 뻗어 있는 길을 따라 가장 좋은 지점으로 이동합니다. 거의 평지가 끝이나고 이제 치가가 사구의 정점에 오르기 위해 낙타에서 내려 걷기 시작합니다. 모래 언덕을 기어오르는 경로는 쉬운 길은 아닙니다. 자꾸만 허물어지는 발걸음은 혹시나 일몰의 클라이맥스를 놓칠까 하는 조바심에 더 악순환이 이루어집니다. 칼날같은 모래톱을 가볍게 걸어가는 현지 가이드를 따라하려고 접근했지만 건너편 절벽같은 낭떠러지가 간담을 서늘하게 합니다. 마침내 가장 높은 지점에 자리를 잡고 서서히 어두워지며 붉은 기운이 감도는 황혼의 풍경을 음미합니다. 노을인데 일출같기도 한 묘한 풍경입니다. 드디어 마지막 일몰의 순간입니다. 옅은 구름에서 뚝 떨어져 쏘는 빛이 마치 태양 광선을 상징하는 아폴론의 황금 화살처럼 안구를 강타했습니다. 터덜터덜 낙타를 타고 캠프로 돌아왔습니다.  차려진 변함없는 상차림에 라면을 끓여 보태서 식사를 합니다. 아껴둔 와인을 마시며 오늘을 기념하는데 한잔씩 거듭될 때마다 모닥불의 춤사위는 더욱 현란해집니다. 식 사후 또 저들만의 공연 후 방으로 들어와 휴식을 취하는데 가이드가 나오랍니다. 바깥 나즈막한 모래언덕에 양탄자를 옮겨 깔아놓고 앉은뱅이 탁자에 벼개쿠션까지 마련해놓았습니다. 누워서 별을 보라는 이벤트입니다. 다들 큰대자로 펼쳐누워 밤하늘을 봅니다. 더욱 깊고 어두워진 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하늘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별자리를 제법 알고있는 동행의 위치 설명을 들으며 시선을 여기저기 옮기며 확인합니다. 눈을 감으니 별자리들이 상징하는 형상이 그려지며 환상의 세계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