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최고봉 텁칼 마운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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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산촌의 아침이 서서히 열립니다. 불필요하게 체력의 낭비를 막기 위해 임릴 마을을 지나서 오를수 있는 가장 윗쪽의 호텔로 일부러 예약했는데 거의 빙점에 가까운 새벽날씨에 난방시설도 없는 이 황당하고도 허접한 상황. 뜨거운 차한잔 끓이기 위해 버너불을 지펴 공기도 데웁니다. 배낭을 다시 점검하고 나머지 짐들은 차에 넣어두고 가이드와 말을 끌고갈 마부와 함께 길을 나섭니다. 마을을 벗어나서 검문소에 신고 등록을 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텁칼 산장으로 출발합니다. 건천의 하구라 넓은 자갈밭이 펼쳐지다 어느새 가파른 Mizane Valley 계곡길로 연결되고 베르베르인들의 전통가옥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가운데 맑은 시냇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아틀라스 산맥의 가장 전형적인 전경을 보여주는 계곡. 사계절 변화가 극심한데 여름과 겨울의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연에 순응하며 또 감사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겸손한 그들의 땀방울 맺힌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봄과 가을이 찾아오면 이 계곡은 마치 천국과도 같은 곳으로 변하는데 잘 익어가는 살구와 아몬드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가 계곡에 가득합니다.    잠시 올라가니 새로 지어 거의 완성단계에 있는 검문소와 국립공원의 진입을 알리는 입간판이 나타납니다. 기념촬영을 하면서 가이드 설명이 검문소가 밑에 있으니 중간에서 몰래 새치기하는 자들이 많아 더높은 곳에서 통제하려 한답니다. 제 밥그릇 알뜰히 챙기겠다는 뜻이죠. 크게 기복이 없이 두어시간을 오르니 시원한 물이 신나게 흐르고 그러나 고였다 가는 넓은 풀에는 매점 판매용 각종 음료수들이 담겨있습니다. Sidi Chamharouch의 신사를 지나는 구간인데 몇개의 식당과 기념품 가게들이 있습니다. 냄새도 맡기싫은 그들 음식과 민트 티. 굳이 가이드는 우리를 카페로 밀다시피하고 간식이든 차라도 마시란다. 공짜도 아닌 것을. 그러고는 저는 밥을 시켜 먹네요. 밥값이나 하라고 계란 한판 삶아달라고 주인에게 주문을 합니다. 어떻게 산에서 굴러왔는지 대형 바위가 계곡에 걸쳐있고 하얀색을 칠해서 그것이 신사의 상징이고 숭배의 대상으로 삶고 있어 목요일인 오늘 추종자들이 제법 방문한다는데 내일 금요일은 이 계곡에 차고 넘칠거랍니다. 1,800m 고도의 임릴에서 출발 3,200m의 베이스 캠프인 CAF 산장까지 1,400m를 올라야 하니 꾸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때로는 가파르고 때론 느슨하게 한자락 한자락 산길을 올라 휘돌아 갈때마다 다른 풍경으로 우리를 위로합니다. 낮은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계단식 농사를 짓고있는데 이지역 주민들은 여러세대동안 이 거친 땅에서 옥수수, 감자, 호두를 생산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길을 따라 노새를 끌고 내려오는 주민들이 더러 보입니다. 산에서 부드러운 흙이나 양질의 돌들을 캐서 실어 나른다는데 좋은 집 가진 부자들에게 집을 꾸미는 재료로 판매한답니다. 산정 가까이로 흐르던 갈래 폭포는 이제 하얗게 얼어버렸고 그 아래 물이 흐르는 손바닥만한 녹지에서 풀을 뜯는 염소들 무리의 이동이 제법 시끄럽습니다. 계속해서 꾸준한 등반이 지그재그형으로 이어지고 이제사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는 그룹들이 하나둘 스쳐지나갑니다. 아무래도 지네들과 같은 족속이라고 인도 등지의 아랍계들이 많고 유럽에서도 많이들 왔는데 거의 다 이십대 열혈아들입니다. 부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계속 오르는데 중간에 간단한 식품을 파는 매점이 있습니다. 큰 대야처럼 푹 파진 바위 속에 계곡물을 흐르게 하여 각종 음료를 재워두고 물호스 끝에 패트병을 끼우고 구멍을 뽕봉 뚫어 압력차로 스프링쿨러처럼 물줄기를 쏘아대어 더욱 청량감이 들도록 아이디어를 발휘했습니다. 즉석 메뉴도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싸고 가장 맛있는 오렌지 쥬스를 즉석에서 짜서 팔고 있습니다. 한국 돈으로 500원 정도면 뛰어난 품질의 모로코 오렌지 쥬스를 맛볼수 있는데 이놈은 1,500원을 요구합니다. 자리세에 비수기라 손님도 없고 높은 곳이라 운송비까지 생각하면 하고 그냥 몇잔 팔아줍니다. 대신 좌판 옆 양지바른 곳에서 쉬어가는 김에 점심까지도 해결합니다.  아틀라스 지역의 가을도 맑고 깨끗합니다. 청자색 하늘은 더욱 깊고 더욱 푸르러 이에 대비되는 솜털 구름이 또한 더욱 하얗게 빛이 납니다. 초라한 초목은 가을색으로 이미 물들었고 산들의 정상부는 검게 고산의 면모를 보이며 황량한 아름다움이 펼쳐집니다. 이제 오늘의 목적지인 스노우라인 가까운 고도에 지어진 산장들이 시야에 꽉 차옵니다. 바람을 막아주는 계곡에 포근하게 누워 아늑한 느낌. 원래 산악협회에서 운영하는 한곳 밖에 없었는데 돈좀 된다하니 그 곁으로 두 곳이 더 생겨났습니다. 뒷편으로 작은 폭포가 내려 더욱 운치를 더하고 그렇게 내려온 물길을 정리하지 않아 마을 어귀에는 산산이 흩어진 물이 꽁꽁얼어붙어 우리는 멀리 돌아가야 합니다. 오늘 하루 매우 추운 밤을 보내야하겠다는 직감이 드는 순간입니다.  그래도 산장으로 들어서니 이미 입실한 그룹들이 삼삼오오 장작난로 곁에 모여 실내는 제법 시끄러우며 온기가 가득합니다. 가이드의 신속한 인도로 열댓명이 잘수있는 기숙사형 룸에 우리 넷이 차지하고 잠자리를 정리합니다. 밖과 바로 닿는 벽면에 여분의 메트리스로 가려서 냉기를 차단하고 말등에 실려온 고체연료로 난로를 대신해 방안 공기를 데웁니다. 가져온 침낭만으로는 한기를 다스릴수 없을듯하여 여분의 두터운 담뇨들도 주문해서 깔아둡니다. 그리고 다이닝 룸으로 내려가서 저녁을 기다리는데 식단은 단 두가지. 스파게티냐 또 따진이냐. 정통성을 잃은 스파게티의 허접함을 이미 경험한지라 할 수없이 또 따진요리를 시킵니다. 배가 고프니 오늘은 그나마 맛있게 냄비를 비웁니다. 내일은 정상에서 일출도 보고 또 하산 완료 시점까지 감안해서 늦어도 새벽 4시에는 출발해야 한답니다. 일찌감치 찬 감촉의 침낭속으로 들어가 잠자리를 데우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립니다. 차가워진 하늘에는 더욱 가까워진 별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