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최고봉 텁칼 마운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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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아틀라스 산맥은 모로코의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접경. 한없는 고요함을 간직한 사하라와 이국적인 천년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마라캐시를 나누는.. 그 붉은 도시 마라캐시로 들어섭니다.  낙타를 몰고 다니던 캐러밴 상단들이 사하라를 통해 말리의 톰북투(Tombouctou)까지 연계해 금과 아이보리를 실어나르던 화려한 무역도시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에는 수많은 대상들을 불러들였고 오늘날에는 전 세계로부터 이국적인 문화를 경험하고자 찾아드는 많은 여행자들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모로코를 더 가까이에서 느끼기 위해 전통 건축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숙소의 일종인 리야드(Riad)를 예약해두었는데 모로코에서 가장 인기있는 호텔입니다. 네비를 쫒아 가보니 메디나 지구안에 있는 리야드인데 혼잡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삐끼의 도움으로 쉽지않게 숙소에 도착해보니 내부는 깔끔하고 지중해식 정원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온갖 화초들이 심겨져 있어 새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 정원을 중심으로 방과 휴게실 티룸 그리고 식사공간까지 있으니 내 개인 취향을 충분히 저격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헌데 위치가 문제입니다. 우선 주차가 불가하여 멀리 두고 가방을 옮기고 도보로 이동해야하며 주변 환경과 이웃이 깔끔하지 못했습니다. 성안에 있는 거의 모든 리아드가 이러할진데 내 개인적인 여행이라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련만 이미 이번 동행들의 취향을 파악한지라 페널티를 물고 그냥 호텔로 옮겨버립니다.  ‘왕실의 도시’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마라케시는 알모라비드(Almoravid) 왕조가 천년전에 건설한 도시로 오랜 기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융성했던 시절 스페인 남부 지역을 정복하면서 얻은 전리품들과 말리에서도 날라온 금으로 도시를 아름답게 꾸몄습니다. 무려 12km에 달하는 메디나의 성벽. 건축의 보석이라 불린 반디아 궁전. 벤 유세프 이슬람 학교. 사디 왕가의 묘와 몇몇 대저택을 비롯하여 진정한 초대형 노천극장이라고 할 자마 엘 프나광장등이 그 유산중 하나입니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이미 어두워지려는 광장으로 향합니다. 초입에 우뚝선 쿠투비아 사원이 황혼의 울긋불긋한 하늘을 배경으로 종이 울리면 형언하기 힘든 묘한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밤이 되면 다시 일어나는 광장은 활기를 되찾으면서 각종 쇼를 하고 춤을 추고 이야기를 하고 마술을 보여주고 곡예를 하며 수백 군중들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날마다의 축제는 지구촌 어느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끝없이 이어진 노천 간이 식당들은 지글지글 구워대는 냄새와 연기와 호객하는 외침이 어우러져 같이 흥겨워지는데 이런 독특함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미지의 나라로 가는데도 시원한 정보가 없어 코비드-19 PCR 검사가 필요한 일행을 위해 마라캐시에 머무는 날을 최소 3일로 조정하다 보니 오늘 하루가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그래서 마라케시에서 3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대서양 쪽 아름다운 해변 마을 에사우에라(Essaouira)를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그전에 현지에서 발견한 그러나 마라캐시를 홍보하는 공적 자료에는 누락된 프랑스의 이브 생 로랑이 살던 곳을 방문했는데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마조랜 정원을 둘러보면서 왜 그가 그토록 이곳을 사랑했는지 이해를 하게 됩니다. 크리스챤 디오르 수석 디자이너의 갑작스런 부재로 21세 약관의 나이로 수석이 된 로랑은 파리의 유한 부인들의 틈새에서 숨도 제대로 못쉬며 쌓이는 스트레스에 괴로워했습니다. 그래서 자리를 내놓고 화려한 색채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진 색의 도시 마라캐시에 빠져 동성 연인과 함께 터를 잡고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자유를 누렸다합니다. 자유로운 영혼들의 고향. 힐링 타운 마라캐시 입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크게 변하지 않고 또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마라캐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끝나지 않는 경이로움과 마치 마법에 걸린 것 같은 신비로운 매혹의 여정을 위해 꼭 나의 여행 동무들과 다시한번 찾으리라 작은 다짐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