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최고봉 텁칼 마운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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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좋은 감정을 무너뜨리는 작은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맛집이고 분위기 짱이라고 칭찬하고 광고하는 가든 내 카페에서 브런치를 시켰습니다. 바게트를 주로 한 클럽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 빵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딱딱함을 넘어서 아예 부스러지기까지 할 정도라 입천장이 생으로 까져버립니다. 당연 노도같은 분노 모드로 지배인을 불러 호되게 나무라는 갑질로 분함을 삭히는데 다음 방문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음식을 내놓을지 모르겠네요. 지중해를 연한 해안도시 에사우에라로 가는 길에 특별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양들이 나무 가지마다 빼곡하게 올라가 있습니다. 모로코의 특산물인 아르간 오일을 생산해내는 아르간 나무인데 여성들이 아주 좋아하는 제품입니다. 피부 특히 두피 미용에 탁월하며 비만을 예방하고 노화를 방지하고 게다가 혈관을 깨끗하게 만들고 암까지도 예방한다니 거의 만병통치 수준입니다. 먹을 것이 없는 이 황폐한 땅에서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이지 운동삼아 혹은 무료함을 죽이는 행동이 아닙니다. 어떤 나무는 잎사귀 하나도 남기지않고 갉아먹어 뼈대만 남은 모습은 슬픈 현실입니다. 그러고가다가 경찰한테 걸렸습니다. 속도 제한이 너무 한심할 정도로 느리게 잡아놓은 터라 안잡히는게 이상한데 이번 여행에서 이미 한두번 걸린게 아니니 이제는 숫제 내 나름의 메뉴얼을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찰은 교육을 받아 조금씩은 다 영어를 구사하니 우선 영어로 인사하고 나 꼬레안인데 미국산다. 자꾸 킬로미터를 마일로 착각해서 조금 빨리 달리게 된다. 이해해라. 미안하고 대신 앞으로 조심하겠다라는.. 한류의 영향으로 지금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 대한민국. 그 뿌듯한 긍지의 위세로 지금까지는 잘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부패경찰을 만났습니다. 내리라며 자기네 경찰차로 가자더니 $40 벌금 현금으로 내면 무사통과 시켜주겠다 합니다. 사람 잘못 봤지. 그냥 티켙 끊어라 합니다. 대신 너희의 지금 이 행위를 녹음해뒀으니 그대로 상부에 보고하겠다. 알아서 하라! 이내 굽실 모드로 바뀌고 조심해서 운전하세요로 끝이 납니다.    에사우에라는 이미지(image)란 뜻이라는데 이에 걸맞게 파란색 문과 보라빛 선으로 장식된 하얀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있는 이곳의 메디나는 수많은 문화와의 접촉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한가히 드나드는 배, 하늘을 유유히 나는 거대한 갈매기들, 온통 푸른색을 입은 부둣가 어선들의 풍경은 이곳의 얼굴이며 거리에서 노래하는 사람들과 심지어 시를 음유하는 사람들이 있어 친근함을 더합니다. 이런 요소들이 이곳을 방문하게 하는 강한 매력이며 이런 이유로 역사상 최고의 기타리스트이자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뮤지션 중 한 명으로 널리 인정받는 지미 헨드릭스처럼 이방인들을 불러들여 이 거친 항구도시와 사랑에 빠진답니다. 오랜 부침의 역사 속에서 영글은 세월의 흔적과 아련한 추억을 들추는 좁은 성벽 골목길과 비릿한 바다 내음이 진동하는 포구의 군상들과 바다를 품은 고대 카스바의 예쁜 풍경들. 신세계로 향해 가는 오래된 미래입니다. 오랜동안 포르투갈을 비롯한 지중해 열강들과 버텨온 질긴 역사의 흔적과 항구도시의 수많은 유적들로 인정받아 200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빈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니 마침 바로 포구입니다. 물씬 비린내가 코를 찌르는데 빈틈없이 채워진 선박들 사이로 인부들이 열심히 오갑니다. 밤이면 출항할 고깃배의 낚시 바늘에 정어리를 끼우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방파제 쪽으로는 막 잡아온 해물을 파는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는데 바로 옆에서 자리를 갖춰 구워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니 대박입니다. 성 안으로 들어가 카스바를 배경으로 해안 풍경을 감상하고 미로와 같은 성안을 누빕니다. 메디나에는 독특한 건축물과 묘한 거리풍경이 압도하는데 오래된 상점들과 도로 위 행상들이 새롭고 보헤미안들과 모로칸들의 신비한 눈동자 속으로 빨려드는 듯합니다. 이 스칼라(Skala) 요새 아래 쪽에는 질 좋은 수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예술가들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는데 가죽제품. 은제품. 목공예품과 전등. 왕대 공예품이 대표적입니다. 천원 한장으로도 예쁜 목각 제품을 살수있으니 품값이라도 나오려나 싶도록 짠하고 가난이 안스럽습니다.  하루를 내리고 또 이 모로코 여정을 모두 마감하면서 모래사장이 길게 늘어진 해안가 레스토랑 창가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합니다. 대서양의 깊은 바다에서 밀려오는 집채만한 파도 때문에 서핑의 천국으로 회자되는데 오늘도 많은 마니아들이 파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거대한 들판 같은 해변에는 한가하게 걷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바람을 타고 항해하는 요트의 형형색색 돛대들이 물결위로 너울대니 천국의 모습이 여기에 있습니다. 거대한 갈매기들의 날개짓에서 자유의 소중한 가치를 느낍니다.  서서히 사위는 어두워지고 길게 뻗은 젖은 모래사장이 황혼빛에 물들어 갑니다. 이 순간 우리들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모두 달려나가 이 풍경속으로 들어갑니다. 실루엣으로서만 보여지는 세상. 가슴이 젖어옵니다. 바로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내 영혼의 고향 같은 그런 느낌. 고향을 떠나서 먼 이국의 하늘 아래를 떠돌아본 이들에게는 어디가 진정한 내 마음의 고향인지가 운명처럼 다가옵니다. 고독한 방랑자들이 쉴 수 있는 향수어린 영혼의 고향이 말입니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어시장 성벽 너머로 푸르렀던 하늘은 삶의 빛으로 가득하고 별빛도 가세하여 고성의 밤은 다시 그렇게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