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산이 함께 만들어낸 비경. 오터 트레일. 그 길위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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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운전이면 당도할 거리를 5일간 걷는 오터 트레일 종주를 위해 국립공원으로 달려갑니다. 최상의 드라이브 코스 가든 루트 도로 양옆에는 이곳에 서식하는 옐로우드 트리(Yellowwood Tree)를 비롯하여 덩치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바다와 이어진 산맥이 만든 계곡에는 각종 야생화를 비롯하여 무려 8,600종에 이르는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5,800여 종이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들이라 하니 가히 식물의 요람인 셈입니다. 공원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오른 쪽에 있는 레인저스 사무실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등록을 합니다. 오두막처럼 지어놓은 교육장에는 트레일에 대한 각종 정보가 도표와 그림 그리고 설명으로 벽면이 가득하고 마지막으로 비디오 시청함으로써 절차를 마무리 합니다. 출발하기 전에 사무실에서 배낭의 무게를 측정하는데 28kg. 아무리 체중의 4분의 1 미만만 매면 된다지만 쉽지않은 바위 해안길을 걷는데는 조금 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식이란 것이 제대로 해먹자면 이렇게 무게가 나가는 법. 하는수 없이 간식 위주로 들어내고 과일은 그 자리에서 나눠서 다 먹어버립니다. 이제 토종 핀보스 나무들이 울창한 삼림을 통과하여 일부러 기념품 가게가 있는 포구쪽 해안선으로 나갑니다. 국립 공원답게 잘 지어진 방갈로며 보트 접안이 가능한 작은 포구며 카페가 그럴싸하게 앉아있습니다. 내가 필사적으로 구입하는 기념 패치(배낭에 덕지덕지 붙일) 하나 사고 커피한잔 때리고 들머리에서 기념 촬영을 한 후 바위투성이의 길을 따라 종주를 시작합니다. 오터 트레일은 45km 길이의 해안 트레일로 남아공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일을 완벽하게 야생의 느낌과 함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자연을 통해 걷는 5일간의 종주 여정입니다. 공식적으로 가장 오래되고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상징적인 길로 Storms River 입구와 Nature's Valley 사이의 장엄한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데 1968년에 처음 열렸으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멀티 데이(Multi Days) 도보길 중 하나로 간주됩니다. 남아프리카 해안의 강어귀와 개울에 서식하는 수줍고 대부분 야행성인 Cape Clawless Otter라는 동물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에너지로 가득찬 우리는 울창한 토착 나무숲에서 여정을 시작했고 이내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푸른 인도양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길은 따라가기 매우 쉽고 바위와 나무에 노란색으로 칠해진 오터의 발자국 모양으로 잘 표시되어 있습니다. 공식적인 시작점 스톰스 강어귀의 현수교 위에서 멋진 바다풍경을 감상하며 6월에서 12월까지 이동하는 고래를 찾아봅니다. 길따라 바람따라 흘러가는데 돌길에 지쳐 짜증이 날 즈음에는 얄밉게 흙길을 조금씩 내어놓습니다. 무슨 연유인지 바위들이 붉은 빛을 머금었는데 마치 호주의 베이 오브 화이어(Bay of Fire) 해안길과 흡사합니다. 바람과 바다가 빚어낸 아름다운 암석이 많은 오늘의 길. 그래서 조금은 힘들지만 드라마틱한 해안 풍경을 감상하며 바다 동물들도 만나니 즐겁습니다. 제법 물이 낙하하는 큰소리를 듣고 길에서 조금 벗어나 가보니 큰 천연 수영장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나타나고 그 앞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노는 돌고래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한참을 바라보다 의기 투합하여 다같이 물로 뛰어듭니다. 상하의 나라라 수온은 기분좋게 시원하고 티없이 맑은 물속이 훤히 보이는데 총천연색의 물고기들이 떼지어 다닙니다. 이처럼 해안에는 파도가 밀려와서 고여버린 많은 물 웅덩이가 있어 상쾌한 물놀이와 휴식을 취하기에 완벽합니다. 그래서 수영복은 꼭 필요하며 또 언제라도 입을수 있도록 배낭의 편한 위치에 두어야합니다. 이곳은 연중 온난한 기후가 지속되며 비도 자주 옵니다만 주로 밤에 오기 때문에 낮에 걷는데는 별 무리가 없습니다. 마침내 근처에 물 웅덩이가 있고 앞에는 바다 생물로 가득 찬 수정같이 맑은 해안이 있는 오늘의 숙소 Ngubu 캐빈에 도착하고 배낭을 내립니다. 먼저 도착한 유럽쪽의 젊은 이들과 수인사를 나누고 그들이 쓰고 난 아직은 숯불이 있는 난로를 인수받습니다. 이 캐빈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깨끗하고 규모가 크며 제법 멋지게 건설되어있고 잘 관리된 탓에 쥐의 흔적도 없으며 편안한 두께의 매트리스도 갖춰져 있고 특히 악천후를 대비해 난로와 장작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덕분에 주물럭 등심구이로 저녁상을 차립니다. 위도 탓인지 일몰 시간이 더 긴듯 한데 오랫동안 지속되는 석양을 보면서 꿀맛같은 식사를 즐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