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이 품은 장쾌한 대자연. Collegiate Loop. 그 길위에서.. 3
>

Collegiate Peaks Loop(CPL)는 동서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는 도전적이고 아름다운 루트입니다. 역사적으로 동은 Colorado Trail(CT)의 일부였으며 서는 Continental Divide Trail(CDT)의 일부였고 두 곳은 북쪽의 Twin Lake와 남쪽의 Monarch Crest에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야심차고 체력이 뒷받침되며 고도에 잘 적응한 트레커는 하루 평균 25km를 걸어 10일 만에 마감할수 있습니다. 이게 너무 길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동쪽 또는 서쪽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양쪽 끝에 차를 두고 종주를 마치고 셔틀로 이동하여 돌아 갈수 있습니다. 동쪽 길은 주로 수목선 아래에 있으며 고도 상승이 약간 낮은 반면 서쪽은 탁 트인 전망과 더 ​​도전적인 지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루프를 종주할 경우 동쪽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들 하는데 나의 지론은 매는 먼저 맞는 것이 좋다이므로 체력이 좋을 때 서쪽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서부 루트는 동부에 비해 엄청나게 장대한 풍경, 깊고 멋진 계곡, 험준한 봉우리와 울창한 고산 툰드라를 보여주는데 그래서 이 구간 때문에 100대 트레일로 스스로에게 추천한 곳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Princeton산 아래서 노천 온천욕으로 종주의 여독을 푼다는 계획입니다. 혹 체력의 한계를 느끼거나 폭풍우 같은 이상기온등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종주를 중지하고 쉽게 문명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도로와 도시들이 동쪽에는 많다는 계산도 깔려있습니다.    이 길에는 Antero, Princeton, Yale, Shavano, Tabeguache, La Plata 및 Huron과 같은 콜로라도의 인기 있는 14ers를 품은 풍경이 장대하고 수려합니다. Twin Lakes와 Avalanche 트레일헤드, Mt. Princeton 온천장. Buena Vista. Monarch 고개 및 Cottonwood 고개에서 식료품등을 채울수 있으니 배낭을 다소 가볍게 하고 시작해도 무방합니다. 오늘은 일찍 출발합니다. 일정상 40여 킬로미터를 걸어야 합니다. 산새들이 지저귀는 숲속길을 시작하여 너덜지대 곳곳에서 몸을 부지런히 솟구치고 내리는 마모트(marmot)들을 만납니다. Ann 호수의 그림같은 풍경속에서 점심을 해먹으며 잠시 발을 담구는데 너무 시려서 오래 견디질 못합니다. 물속에서 오가는 송어는 씨알이 엄청 굵은데 초고추장 찍은 한점 회를 간절하게 합니다. 이 정갈한 호수 주변에는 저산지대와 아고산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루나무와 송림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 주변 풍경이 더욱 고혹적입니다. 그후 3,640m 고도의  Cottonwood 고개를 향한 여정. 꾸준히 오르며 주변의 풍광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마지막 피치를 올리는 경사길에 한 커플을 만납니다. 언쟁을 하다 나의 출현에 다소 안절부절하는데 체격이 이상적인 남자에 비해 비만으로 분류해야할 여성을 보고 직감이 옵니다. 무리한 시도였고 고통과 불평을 해대는 상황이며 애타게 타이르는 안타까운 시츄에이션. 정상이 코앞이라며 힘내시라고 격려해주고 그들을 지나칩니다. 캠프를 설치하고 햇반 데우고 소세지 구워 저녁 정찬을 홀로 즐기는데 해가 저물어 갑니다. 붉게 타오르는 산하. 정점에서 흩어진 갈래는 능선이 되어 뻗어나가서 해를 향해 달리고 듬성듬성한나무들도 함께 물드는데 호수에도 불붙은 구름이 빠져있습니다. 이 대단한 신의 역작. 한바탕 강렬한 퍼포먼스를 마치고 차분하게 식어갑니다.    새벽이면 급강하한 기온에 자연 침낭을 돌돌 말게 합니다. 높은 고도에 설치된 캠프는 심한 일교차로 겨울같은 날씨라 입김을 호호 불면 하얗게 서립니다. 어제 무리한 탓에 남은 서부 루트의 길이 여유롭습니다. 오늘은 Cottonwood Pass에서 시작하여 Tincup 고갯길 까지 그리고 Boss 호수를 지나 동부 루트로 꺾는 반환점인 Monarch Pass까지 여러가지 하이라이트를 즐기며 이어갑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큰비를 만나진 않았지만 이곳의 여름은 뇌우가 한번씩 지독하게 내려 순례자들을 낙담케 하거나 숫제 일정을 포기하게도 만듭니다. 발아래 도로와 주차장에 도착할 때 까지 잠시 갈등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곳 Cottonwood Pass를 넘기전에 만나는 50번 도로는 칼리게이트 서쪽과 동쪽 루트와 한번씩 교차하는데 히치하이킹을 해서 왕복 한시간을 투자하여 Buena Vista까지 다녀올수 있습니다. 이곳은 서쪽 루트에서 가장 이상적인 보급품 구입처이기 때문입니다. 모나크 패스까지 3일을 더 걸어야 하기에 먹거리 장을 좀 보아야 합니다. 그런 잠시간의 고민 끝에 그냥 가기로 합니다. 그런데로 견딜만큼 음식들이 남아 있고 아무리 이곳에서의 히치하이킹이 쉽다고들 한다지만 내 통념상 흔쾌히 받아지지도 않고 용기도 선뜻 나지가 않았습니다. 다이어트로 체중감량의 즐거움도 따르겠지 하며 고개마루 정점으로 기어오릅니다. 역시 서쪽 루트는 고도가 높아 탁트인 전망이 늘 함께 하고 릿지길도 많아 다소 아찔하기도 하지만 장쾌한 풍경을 연속으로 펼쳐내놓기에 딱 내 취향입니다. 정말 대단한 풍경입니다. 고개에 올라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풍경을 감상하며 쉬고있는 뚱녀를 만납니다. 그것도 홀로 트레킹을 하는데 거의 초과 비만이면서도 민망한 초미니 쫄대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우리네 같으면 부끄러워서라도 등산을 꿈도 꾸지 않을텐데 용감하게 종주를 나서고 또 예상외로 걷기도 잘 걷습니다. 체력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입니다. 반대편에서 올라온 5명 그룹의 청년들이 합세하니 그녀는 더욱 신이나서 수다스러워지고 호탕스런 웃음소리가 산하를 울립니다. 산중호걸이 따로 없습니다. 잠시 와이파이가 터지는 이곳에서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그 소음에서 탈출합니다.  다시 이어지는 경사길을 내려가니 길은 순해지고 고산 평원에 펼쳐진 풀밭 위로 하얀 야생화들이 지천입니다. 비록 갈색빛의 민둥산이 앞을 막고 자기를 넘어가라고 버티고 있어도 풀향기 가득한 길을 따라 콧노래 부르며 다가갑니다. 오르면 내리고 내려가면 다시 오르고를 반복하며 걷는 길. Tincup 고개에서 이어지는 산마루 길을 걸으며 사방이 모두 트여 볼수 있는 장쾌한 풍경을 마음껏 즐기며 여유있게 걷습니다. 그 후 Boss 호수로 향한 하산길은 자갈길로 이어져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긴장을 하다보면 발목마저 시큰거립니다. 서부를 마치고 동부로 들어서는 반환점인 모나크 패스로 가는 길에서는 유난히 많은 산악자전거 라이더들을 마주칩니다. 스키 리조트를 겸한 곳이라 넓은 개활지에서 마음껏 달려보는 쾌감이 무척 짜릿할 듯 합니다. 다시 페달을 밟아 올라오는 것은 나중에 생각할 문제이겠죠. 서쪽 루트의 마지막 전망대인 Fooses Creek 트레일 정점에 서서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을 마음껏 감상합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서쪽 루트를 마감하는데 5.5일이 걸린 것이고 다소 늦었습니다. 모나크 고개에는 기념품 가게와 제너럴 상점이 있는데 오랜만에 마셔보는 탄산음료와 아이스 크림이 문명의 달콤함을 새삼 느끼게 해줍니다. 거의 살인적인 가격으로 무장한 제너럴 스토어인데 핫덕하나 사서 6팩 맥주를 구하고 다른 캔 음식들을 제법 사서 오늘밤을 자축하려고 합니다. 수목선 위아래의 경계점인 이곳 캠프에서 일찌감치 터를 잡고 식사 대신 안주를 데워 맥주로 배를 채웁니다. 이 Monarch 고개는 Sawatch 산맥의 남쪽 끝에 있으며 컨티넨탈 디바이드 미 대륙 종단길의 갈림길이기도 합니다. 황토길이 뻗어나간 릿지 끝에는 14ers들이 장엄하게 솟아 있는데 아직까지도 녹지 않은 눈들이 정상에 남아있어 수려함을 더합니다. 사위가 어두워지고 일찌감치 동녘 하늘에 떠있는 금성이 더욱 영롱하게 빛나는 서정어린 밤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