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머무는 산. 아우상가테. 그 길위에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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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레길을 걸으며 호젓한 밤을 보낼 캠프 사이트는 대부분 고요하게 누운 블루칼라의 호수옆에 위치하는데 그 성산을 품은 자연풍광이 더없이 미려합니다. 마지막 5,100미터 고개를 넘으며 펼쳐지는 설경의 대 파노라마. 가슴이 뛰고 심장이 쫄깃해지며 박동이 빨라집니다. 눈 앞에 다가온 성산 아우상카테의 장엄한 자태. 왜 그들이 정령이 깃든 산으로 여기며 마음의 지주로 여기는지 알듯합니다. 구름을 머금은 하얀 산정이 푸른 창공을 업고 있는 그 장대한 산괴가 나마저도 압도하니 그 서슬 푸른 위엄에 그저 머리를 조아릴수 밖에 없습니다. 그 아래로 흘러내린 물들이 모여 시내로 흩어지는데 누구도 그려낼 수 없는 그림이 탄생합니다. 그 풍경화 속으로 들어가는 나도 이 기막힌 풍경의 하나가 된다는 희열과 가슴 벅참이 내 온몸에 채워지니 더 이상 부려야할 욕심마저도 저 강물에 녹아버립니다. 그런 기쁜 마음으로 털레털레 Pajchanta(4,010m) 마을로 들어서니 비가 가볍게 내립니다. 작은 동네 언저리에 만들어진 노천 온천. 동네 어린 처자 몇이서 온욕을 즐기는데 함께 어우러져 노독을 풉니다. 뜨거운 온천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찬물을 섞는데 고무 호스를 시내물에 연결하여 유입시키는 지극히 단순한 방법으로 물을 좀 차게하는데 입맛대로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온천욕을 즐깁니다. 방울방울내린 비는 수면을 동그라미로 그리고 퍼져나가는데 온몸으로 전해오는 수온이 그리고 유황향이 나를 꿈속으로 인도합니다.    이 아우상가테 산 종주 트레킹의 휘날레를 장식하는 비니쿤카(Vinicunca) 레안보우 산으로 향해 가는데 오늘은 유난히 하늘이 맑고 깨끗합니다. 바람에 대적하지 못하고 땅에 납작 엎드려 있는 풀밭 주변엔 께추아인들의 손기술이 더해 가지런히 돌담이 쳐져 있고 그 안에서 알파카와 라마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으며 아예 이방인들은 일도 신경도 안쓰니 그저 평화의 축복이 산하에 가득합니다. 초록의 녹지와 황토빛 평원이 함께 펼쳐져 있는 길을 따라 무지개를 잡기 위해 이미 고도를 제법 올린터라 한걸음 떼기가 쉽지 않은데 페루의 몇손가락에 꼽히는 관광지라 어중이떠중이들로 길은 가득 채워져있습니다. 그 유명한 시그너쳐 산을 보기 위해 지구촌에서 모인 사람들의 행렬과 말을 타고 오르내리도록 유혹하는 현지인들 그리고 바람막이 돌로 쌓아놓고 별의 별 상품을 다 파는 노점상들이 길을 채웁니다. 심지어 개스불 피워 익숙치않은 냄새를 피우며 알파카 고기도 지져서 팝니다. 복잡한 문화의 충돌과 어울림 속에서도 나름 저들만의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바람이 점점 세차고 차갑습니다. 반바지를 입고온 오판을 후회하며 사진들을 찍느라고 길을 막고 난리통인 그 인파를 뚫고 어렵사리 정상에 이릅니다. 밑에서는 볼수 없는 이 색의 마술. 켜켜이 쌓은 파스텔 톤의 무지개 산의 풍경은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합니다. 그 옛날 오랜 시간 동안 산봉우리를 덮고 있던 빙하가 녹으면서 석회와 땅속의 광물질과 만나 만들어진 무지갯빛 비니쿤카. 오즈의 마법사가 술법을 부려만든 환상의 세계 비니쿤카(Vinicunca)는 케추아(Quechua)어로 일곱 색깔 산을 뜻하는데 산 전체가 각기 다른 색의 지층을 이룸으로써 무지개처럼 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그 오묘한 색의 조화가 참으로 이색적이며 생소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 Vinicunca 지대의 이 칼라풀한 사암 산은 아마도 페루에서만 볼수 있는 독특한 풍경으로 세인들의 망막에 오래토록 각인되어 있을 것입니다. 칼바람은 더욱 심하게 불었지만 이 독특한 풍경앞에서는 추위도 고소도 느끼지 안은채 빠져듭니다. .예상외의 마지막 풍경. 그동안의 힘든 여정을 한번에 잠재워버리는 색다른 풍경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제 정신줄 잡고 아우상가테쪽을 보면 아우상가테 성산이 오늘은 유난히도 구름 한점없이 깨끗한 산정으로 페루를 떠나는 우리를 배웅하며 바라다 봅니다. 그 뒤의 벽해 창공이 더욱 푸르게 펼쳐져있습니다. 우리가 걸었던 길들이 아스라이 이어져 설국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기억도 저 길 처럼 점점 희미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