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도시를 찾아가는 그 길위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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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타를 떠나 시에라 네바다 데 산타 마르타(Sierra Nevada de Santa Marta)의 도시 산타 마르타로 한시간 반 비행하여 도착합니다. 콜롬비아 북부의 고립된 산맥인 시에라 네바다는 중앙을 가로지르는 안데스 산맥과 분리되어 있는데 이 지역에 존재했던 기념비적인 토착문명인 타이로나(Tayrona)의 발상지입니다. 그 문화의 후손들은 4개의 토착 민족에 속하는데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으며 신성한 경외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던 해발 5,775m의 두 봉우리인 크리스토발 콜론과 시몬 볼리바르가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안산 지형으로 두발로만 걸어들어가 만날수 있는 비밀의 땅입니다. 다양한 생태계, 바다 근처의 지형적 고도, 독특한 아름다움, 역사적 문화적 특별함으로 인해 방문할 가치가 있으며 1979년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카리브 해안 도시 산타 마르타. 짙은 옥색이 선명한 바다는 물결하나 일지않고 평화롭기 그지 없습니다. 막달레나 주의 주도이자 콜롬비아에서 가장 오래된 식민지 도시로 인구 40만이 모여삽니다. 백사장의 해변, 잃어버린 도시와 울창한 국립공원으로 대표되는 카리브 해의 어촌 마을인 이곳은 최근 여행객들의 낙원으로 빠르게 부상했습니다. 한때 스쿠바 다이빙에 미쳐 수중세계에 탐닉했던 곳. 블루홀의 벨리즈. 다이빙의 메카 맥시코의 코주멜 그리고 자메이카. 케이먼 제도. 도미니카. 발바도스. 버진 아일랜드 등의 카리비안 섬들이 저멀리 보이는 듯합니다. 이제 물속에서 나와 산으로 오르는 지금 나의 전환된 인생 여정을 생각하며 멋적은 웃음을 홀로 짓게됩니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넓은 창을 가진 숙소에 여장을 풀고 스쿠터 하나 빌려서 먼저 투어 대행사에 들러 인사와 담소를 나누고 해안선을 달려봅니다. 미풍에 날리는 귀밑머리는 볼을 간지럽히는데 실려오는 상큼한 바다 내음은 오래동안 잊고 살았던 그 시절 젊은날의 추억들이 새콤하게 아려옵니다. 이렇게 홀로 있으니 육신의 자유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해방감이 더해 추억여행도 가능하게 해줍니다. 도심을 잠깐 벗어나니 바위와 백사장이 어우러진 해안에 제법 많은 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데 뒷배경으로 작은 동산이 솟았고 그 위에는 갈대로 엮은 티키 원두막이 설치되어있는데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입니다. 그 풍경속의 하나가 되고 싶어 물속으로 뛰어드니 내 몸이 에메랄드빛 바다물에 물들어 버립니다.  감미로운 카리브해를 지나온 바람이 아침을 열고 9시경에 숙소로 픽업하러 옵니다. 비수기라 그런지 참가 총원 7명이 팀으로 되어 잃어버린 도시를 탐험하러 들머리로 달려갑니다. 덜컹대는 차안에서 지내는 두시간반동안 서로 인사하고 대충은 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구성은 스페인어권인 유럽과 영어권인 미국이 반반씩 차지합니다. 엘 마메이(El Mamey) 혹은 마체테(Machete)에서 그들 전통식의 식단으로 점심을 먹고 문명을 떠나 은둔의 땅으로 들어갔던 타이로나인(Tayronas)들과 같은 감정을 이입을 시키고 시작하는 로스트 시티(Lost City) 트랙은 스페인으로 시우다드 페르디다(Ciudad Perdida)인데 그 뜻은 그대로 잃어버린 도시입니다.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3일 동안 정글속을 걸어 만날수 있는 잃어버린 도시를 찾아나선 모험적인 여정. 이 여행은 자연과 연결하고 우리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트레킹을 통해 콜롬비아의 시에라 네바다 데 산타 마르타의 일부를 알 수 있고 또한 원주민들인 코구이(Kogui)족들과 직접 접촉하며 문화와 습성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도시의 첫 번째 거주자인 타이로나인들은 2천년의 유구한 전통을 여전히 보존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동식물의 다양성과 시에라 네바다 산군의 먼풍경에 여기에 기대어 사는 토착 공동체들과 교감할수 있음에 잃어버린 도시 여행을 남미 최고의 여행 중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길 위에 흩어진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서 50km의 정글속을 걸으며 비 오듯 땀을 흘리며 맑은 시냇물에 멱을 감으며 3일간 걸은 후 마침내 천국의 1,200개의 계단을 올라서야 비로소 만나게 되는  트레킹. 그래서 지상 최고의 온라인 여행 사이트인 론리 플래닛에서는 이 시우다드 페르디다 트레킹을 남미 최고의 트레일로 선정했습니다. 오늘길은 캠프장 카사 알프레도(Casa Alfredo)까지 거리 9km에 4시간 정도 걸을 것입니다. 차량이 서로 지나칠수 있는 비포장 마을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짐도 사람도 실은 오토바이들이 쉴새없이 지나칩니다. 문명이 깃든 이땅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사용되는데 문명의 편리함을 잊고사는 우리네 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입니다. 이 로스 시티 트레킹을 마치고 이어걸을 엘 코쿠이 트랙처럼 안데스 자락을 걷는 남미의 대부분 트레일과는 달리 이 길은 그리 고도를 높이거나 힘든 거리를 부담스럽게 걷는 것이 아니기에 자연을 알고자하거나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이상적입니다. 4일간의 여정이 대부분 선택하는 일반적인데 좀 더 여유를 부리려면 5일도 가능합니다. 트렉 슬로우. 부담없는 길을 걸으며 휴식을 위한 추가 시간과 함께 덜 힘든 하이킹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완벽한 옵션입니다. 그러나 30℃를 넘는 무더위에 온몸이 흥건히 젖고 극성스런 모기떼와 사투를 벌여야만 하며 무엇보다도 수시로 내리는 비에 별 뾰족한 대책없이 당하고 이내 질퍽대는 진흙탕길은 가히 살인적입니다. 적도 가까운 열대성 기후라 오후에 비는 당연히 내리는데 그 경중이 어느 정도이냐의 문제일 뿐이기에 그저 오늘만큼은 더위를 식힐 만큼만 살짝내리길 마음속 기도를 올릴 뿐입니다. 길은 그리 가파르진 않지만 바람 한점 없고 태양은 정수리를 쪼고 30도가 넘는 푹푹 찌며 습한 날씨는 온몸을 땀으로 멱감게 합니다. 물을 마셔도 마셔도 여전히 갈증을 느낄 즈음에 가이드 후안은 우리를 셸터로 인도하니 그곳에는 잘익은 수박과 즉석에서 짜낸 과일주스 한잔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갈의 시원함과 포만 행복을 함께 느끼며 잠시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데 한결 바람이 산하를 건너 불어옵니다.  다시 자리를 털고 오늘의 숙소로 향하는데 길이 좁아지고 오토바이도 더 이상 지나갈 수 없습니다. 시에라 네바다로 더 깊이 들어가기 전에 고개마루에서 멀리 높은 산들의 풍경을 마주합니다. 이내 배산임수 명당에 자리잡은 무릉도원 같은 마을 카사 아단(Casa Adan)을 지나게 되고 너나할 것 없이 흰옷을 입은 콜롬비안 인디오들이 시나브로 지나치고 어쩌다 물건을 실어나르는 노새들이 몰이꾼의 휘파람 소리에 속도를 조절합니다. 길도 넓혀 차량이 통행하도록도 하련만은 인간의 심성을 파괴하고 마는 문명을 거부하고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그들입니다. 오후 3시쯤 되어서 드디어 비가 내립니다. 제법 빗줄기가 굵어도 상쾌하기 그지 없으니 아무도 비옷을 꺼내려 하지 않습니다. 반바지가 다 젖어도 다행히 비는 더 발전되지않고 무난하게 4시쯤 숙소인 캠프에 도착합니다. 이 첫날이 지나면 모두가 약간 피곤합니다. 젖은 물건을 걸 수 있는 모든 곳에 펼쳐 놓고 샤워실로 달려갑니다. 파이프 그대로 물을 쏟아 놓는 물벼락 같은 샤워기가 오히려 이 순간은 더욱 알맞다 여기며 하루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립니다. 군대 내무반 같은 숙소는 이층으로 만들어 각자의 캡슐같은 방에 모기장을 쳐두었습니다.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긴팔 긴바지에 양말까지 착용하고 저녁을 기다리며 뜨거운 음료를 마시며 동행들과 첫날의 인상을 나눕니다. 엄청난 양의 파스타와 맥주 몇 잔을 마친 후 모기장속으로 기어들어가 분주했던 하루를 뉘니 풀벌레 소리 요란하다가 점점 아득해지니 정글의 적막한 밤이 깊은 안식속에서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