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 트레킹. 1 밴프 국립공원 Sunshine Meadow 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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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ing in Top of the would. 몇 시간의 비행으로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이미 바뀌어 버린 캐나다 로키. 가을날처럼 청명하고 쾌청한 바람이 만년설산을 넘어 오고 쪽빛 하늘이 푸르게 드리우고 찢겨진 구름은 그 날카로운 얼음산에 걸려 머물고 있습니다. 캐나다 로키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지구 최대의 청정 자연으로 천연빙하가 유산으로 즐비하고 에메랄드빛의 호수들이 만년설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총연장 1500킬로미터에 이르는 방대한 자연 보고에 뭍혀 걸음의 축제를 연일 펼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주로 트레킹 하게 될 BANFF와 JASPER 그리고 YOHO 국립공원은 1984년 유네스코가 세계 10대 절경의 하나로 지정한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이고 죽기전에 꼭 가보아야 한다고 여행가들이 선정해놓은 수위의 명승지로 깍아지른 절벽과 거대한 기암괴석들 호수, 폭포, 계곡, 온천 등 천연의 웅장한 아름다움이 알알이 들어박혀 있는 곳으로 트레커들에게는 천상의 길입니다.   오늘은 셔틀버스를 타고 어느 정도 올라가 산정을 휘돌아가며 로키의 연봉들을 감상하고 너른 목초지에 지천으로 만발한 야생화들과 재잘재잘 대화하며 걷는 길. Top of the would라 불려지는 Sunshine Meadow의 트레일을 걷습니다. 굽이굽이 비탈길을 해묵은 스쿨버스는 힘겹게 기어가고 30분이 더 걸려 산행로가 시작되는 산행 들머리에 도착했습니다. 장시간의 산행 중에 가장 걸림돌인 생리현상을 미리미리 해결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 산등성이에 숨겨져 있을 보물을 찾아가듯 바쁜 걸음으로 비탈진 산자락을 기어오릅니다. 성급한 이들은 이미 산행을 마감하고 돌아오는지 간혹 반가운 인사로 우리 곁을 지납니다. 우리들은 길게 행렬을 갖추어 오르는데 2kn는 족히 되어 보이는 기나긴 비탈길이 가슴이 답답하도록 숨이 차오르게 하여 잠시들 발길을 멈추고 심호흡을 통해 폐속 깊숙이 로키의 청정 산소를 공급하며 호흡을 고릅니다. 군데군데 잔설이 남아있는 들판을 지나면서 잠시 눈을 들어보면 지척에 놓인 높은 산들에는 흰눈들이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채 쌓여있습니다. 사계절이 그대로 공존하는 기이한 자연 앞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조물주에게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잊을 수 없는 영원한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맑은 호수에는 신기하게도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유영하면서 한가롭게놀고 있었습니다. 비록 작은 생명체이지만 이런 질긴 생명력을 감동으로 받아들이고 두고 떠나기가 너무 아쉬워 휴식을 취하면서 주변의 광경을 즐거이 감상합니다. 참으로 포근하고 행복한 순간입니다.    호수를 지나 앙증맞은 실개천을 넘어 고갯마루 하나를 넘어가니 전방에 펼쳐지는 로키의 준봉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불현듯 가슴 저 언저리에서 북받쳐 오르는 서러움 같은 감흥에 눈물이 핑 돌고 말았습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그 벅찬 기쁨에 심호흡을 하면서 저리도 아름다운 설산들에 빨려드는데 옆에서는 요단강을 건너서 여기가 바로 천국이니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극한 표현까지 나옵니다. 깊이 침몰한 계곡에는 침엽수들이 가지런하게 도열해있고 휘하고 돌아가는 강물은 산자락의 만류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데 설봉의 거산들이 흰옷 입고 버티고 있는 장관은 우리가 왜 이곳에 왔는지에 대한 답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검푸른 하늘이 그 깊이를 가늠치 못하게 하고 이에 대비한 구름은 더욱 순백의 순결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여린 갈대가 바람결에 흔들리는 마지막 세 번째 호수를 돌아 다시 시작되는 비탈길을 오르다 잠시 숨을 고르고 휴식을 취하며 뒤돌아보니 우리들 곁으로 더욱 더 많이 모여든 준봉들이 또 다른 풍광을 선사합니다.    나름 지구의 지붕위를 걷는 이 산행에 이 보다 더 훌륭한 가든파티는 없으니 준비해간 음식으로 귀한 성찬의 시간을 즐깁니다. 주변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모진 생명력으로 버티어 있고 부족한 영양 탓인지 성장이 더디어 나지막하게 퍼져있는 낙엽송들, 그사이를 열심히 오가는 작은 고퍼들이 우리의 성찬식을 장식하는 좋은 들러리를 서주고 있습니다. 비록 허접한 밑반찬에 식은 밥이지만 자연이 베풀어준 천연의 분위기는 황후의 성찬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호수에 비친 피라미드형의 거대 빙산들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아주 기막힌 연회를 이끄는 빼어난 배경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지나치는 산객들의 부러운 눈길을 느긋하게 만끽하는 성찬을 마치고 최종 등반 지점인 전망대를 다시 오르는데 힘든 대원들은 남아 기다려도 좋다 해도 기어코 모두 따라 나섭니다. 각오들을 새롭게 하고 휜 허리로 1km를 힘겹게 올라보니 넓게 퍼져 있는 설원이 우리를 반깁니다. 부담 없는 산정목초지를 걸으며 양안에 펼쳐져 있는 온갖 풀과 꽃들의 군무를 보면서 하산하는 길은 경쾌하기만 합니다. 요단강 건너 천국에서 환희와 기쁨으로 한 산행을 마감하고 떠나는 우리의 머리위에는 변덕스런 고산 날씨로 세우가 조용히 이슬처럼 쌓이고 있었습니다. 지척에 머물던 이름 모를 준봉들도 서서히 멀어지는 아쉬움이 자꾸만 우리로 하여금 뒤돌아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