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이 품은 장쾌한 대자연. Collegiate Loop. 그 길위에서.. 2
>

콜로라도 트레일을 완주함에 있어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거나 장거리 종주에 대한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이들이 즐길수 있는 코스가 독립적으로 개발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256km의 콜로라도 트레일 칼리지에이트 루프(CT Collegiate Loop)로 10일간의 추천 세그멘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가장 힘이 들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길로 평가되는 이 루프의 최북단은 리드빌(Leadville)의 남서쪽에 있는 트윈 레이크 저수지(Twin Lakes Reservoir)이며 최남단은 CT의 중간 지점의 살리다(Salida)서쪽에 있는 모나크 패스(Monarch Pass)의 남쪽입니다. 이 루프의 장점은 출발과 마감을 같은 곳에서 할수 있으므로 트레킹 계획에 골치아픈 숙제의 하나인 차량보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한바퀴 돌아오면 됩니다. 그래서 나도 차를 랜트해서 올수 있었던 것이지요. 특히 이 지난한 야생의 시간중에 프린스톤 산 아래에 그럴싸하게 조성해놓은 온천장에서 고봉들을 바라보며 야외 노천욕도 즐기는 호사를 누릴수도 있으니 그 얼마나 행복한 마감이랴. 싱그러운 호반의 아침이 열리고 분주하게 캠프를 정리하고 길을 나섭니다. 그리 길지않은 이곳 여름마저도 어느덧 사위어 가고 있습니다. 3천미터 고도에 가까운 길섶에는 누렇게 변해가는 잡초들과 노란 잎으로 물들어가는 키작은 관목들은 이미 가을을 맞이하며 아름답게 칠해진 가을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호수를 따라 2km정도 걸으니 분기점이 나오는데 바로 루프의 갈림길입니다. 서쪽으로 가면 컨티넨탈 디바이드와 함께 가는 새로 연장된 콜로라도 트레일이고 동쪽으로 가면 원래 있던 CT인데 한 열흘 걸어 한바퀴 돌아 이곳에서 다시 만나면서 걸음의 축제를 마감하는 것입니다. 장대한 이 미대륙을 완전 횡단하는 도보길은 없습니다. 대신 종단길은 셋이 있는데 동부의 등뼈에 해당하는 에팔레치안 산맥을 따라 낸 길로 에팔레치안 트레일(AT)이라 부르고 반면 서부의 척추에 해당하는 로키산맥을 따라 낸 길이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CDT)이며 태평양을 연하여 요세미티 등지를 통과하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쉬운 길은 동부의 AT로 남쪽 테네시 주의 스프링거 마운틴에서 시작하여 북부 메인주의 캐터틴 마운틴에서 마감하는데 산세는 거의 우리네 백두대간 종주하는 정도라 보면됩니다. 150년 가까운 역사의 이 길은 뉴욕 타임스의 기자 출신 빌 브라이슨이 쓴 나를 부르는 숲(Walking in the wood)이라는 소설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더욱 유명하게 되었는데 두 노장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와 닉 놀테가 주연해서 만든 영화속의 배경이 되면서 더욱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비록 완주는 하지 않지만 북부구간의 수려한 풍경들을 스크린에 담아내면서 흑곰을 만나 난리 소동을 부리는 등 여러 에피소드를 남기며 두 친구간의 우정과 인간심리의 변화를 묘사한 수작으로 평가되었습니다. 근자에 와서 젊은 등산가들의 도전의 장이 되고있는 PCT는 이름 그대로 태평양을 바라보기도 하며 걷는 미서부 대륙 종단길입니다. AT보다는 더욱 험난하며 서부 해안을 품은 4개의 주를 관통하여 걷는데 마찬가지로 여성의 몸으로 이 길을 종주하며 그 종주길에 오르게 된 동기와 준비과정 그리고 길위에서의 해프닝등을 소설로 남겨 백만부 이상이 펄려나가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등산이라고는 머리털나고는 해보지 않았던 그녀가 상습마약 복용에 아이마저 빼앗기며 삶의 벼랑끝에 내몰리면서 선택한 PCT 종주. 마침내 삶을 재정비하게 되는 인생여정을 할리우드 성격배우 리즈 위드스푼이 주연을 해 호평을 받게되는 원작 동명 영화 와일드(Wild)가 탄생시킵니다. 마지막으로 아메리칸 대륙의 척추같은 로키 산맥을 따라 걷기에 가장 길이 험하다고 평가받으며 그래서 아직도 길의 30% 정도가 미완인 CDT가 이 콜로라도 로키를 지납니다. 아직도 종. 완주자가 몇백명에 불과한 이길을 최초로 완주한 그룹이 호주에서 온 이들이었는데 그중에 성은 호주사람 것이었으나 이름이 순희(Soonhee)인 한국 출신 여성이 포함되어 그 역사적 기록위에 그녀의 위업을 영구히 남겼습니다.  우선 136km 거리의 서쪽 루트로 접어들어 시작하는데 이길은 5일동안 하루 평균 1,200미터 정도를 오르고 내려야합니다. 첫날은 조금 여유있게 시작해 트윈 호수(Twin Lakes)에서 Sheep Gulch로 16km의 길을 걷습니다. 주차장에서 호수를 반비퀴 돌아 루프길로 들어서면 가파른 경사길이 시작되고 짙은 송림으로 들어서면 이제 청자색 호수가 희끗희끗 보이다가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햇살이 제법 따갑지만 소슬 바람이 불어와 솔향기를 실어오니 후각이 즐겁습니다. 푸른 하늘에는 실구름이 흩어져 완벽한 날씨를 표현하는데 적당한 장소를 잡아 라면이라도 끓여 점심을 먹으려고 준비하는데 솔로 트레커 청년과 맞딱뜨립니다. 방학을 맞아 종주하는 대학생인데 남쪽의 종점 South Fooses Creek에서 시작했다하니 꼭히 절반을 한 셈입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정보를 얻는데 많이 지쳐있는 듯하여 물한병을 건네니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마십니다. 라면 먹을래 했더니 기꺼이 먹겠다하여 하나 더 콩나물 넣고 끓여서 함께 먹는데 매운맛에 호호거리면서도 잘먹습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컵라면은 먹어봤지만 이런 조리법은 처음이라며 다소 신기해 합니다. 비록 컵라면이라도 버너. 코펠이 있으면 끓여서 먹으면 더 맛있다고 일러주며 선물로 라면 하나를 주니 매우 고마워 합니다. 그러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솔향짙은 오솔길을 따라 열심히 걷는데 이제는 자작나무 군락지가 이어집니다. 끝부분이 조금씩 노랗게 물든 잎새들이 가지들 마다 풍성한데 머지않은 미래에 익어갈 만추의 풍경을 상상해보며 그 길을 걷는 내 모습을 그립니다. 서쪽길은 동쪽길보다 지대가 높습니다. 그래서 시야가 더 많이 확보되는지라 Hope Pass에 올라 로키 마운틴의 상징적 산봉인 Fourteeners들 중 La Plata 봉과 Huron 봉을 조망할수 있습니다. 포티너스란 이 지역에 분포한 14,000 피트(Feet) 이상의 산봉들을 칭하는 말입니다. 높은 고개들을 수없이 오르내려야 하며 너덜지대도 나타나며 그렇게 만들어내는 풍광은 월드 클래스 격입니다.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드러나 있는 툰드라 지대를 걸으며 이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엘크 무리들과도 조우하며 계곡을 흘러내리는 크고 작은 폭포들의 시원한 물소리에 더위를 식히며 로키 마운틴의 노송 그늘에서 쉬어도 갑니다. Ann Lake 고개를 넘어가는데 아직 녹지않은 눈들이 넓게 남아있는 곳에서는 장난기 넘치는 일단의 젊은이들이 눈위에서 미끄럼을 타며 놉니다. 소리치며 즐거워하는 자식들 같은 이들을 보며 씁쓸한 웃음으로 보지않을수 없게 됩니다. 한때는 우리도.. 어느덧 오늘의 목적지에 일찌감치 도착하고 야영준비를 합니다. 특별히 개발된 캠핑장은 아니고 군데군데 이미 선답자들이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사이트 중 이미 자리잡은 한 커플과는 제법 떨어진 곳에서 가장 평평한 곳을 택해 하루를 내립니다. 이곳은 흑색곰의 출현도 예상되고 마멋, 피카, 생쥐와 같은 설치류도 설쳐대니 음식물이 든 보따리를 따로 높이 장대에 매달아 올려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