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길. 아르헨티나 피츠 로이와 세로 토레를 이은 길 4.

습관처럼 아침 눈을 뜨면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는 것. 아무리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해도 변화무쌍한 파타고니아 날씨는 현장에서의 확인만이 믿을 일이며 또 언제 어느새 다른 얼굴을 할지 모르는 일. 아침나절은 맑고 정오부터 구름이 낀다하니 서둘러 길을 나서기로 하고 분주한 아침을 보냅니다. 세로 토레 은빛 설산을 보기 위한 오늘의 여정입니다. 아침 해살을 받아 순백의 설산들이 빛을 내는데 간밤에 내린 비는 산봉마다 눈으로 덮여 비경을 선사하는데 이 감동의 연속은 오전 내내 세로 또레 빙하를 품은 호수까지 이어집니다. 남김없이 버려버린 하늘. 그래서 티없는 푸른 하늘이 설봉들과 대비되면서 더욱 더 청초함으로 가득합니다. 세로 또레를 보좌하는 아이거와 세로스탄아르트의 삼봉엔 비밀스러움을 감춘 베일 같은 구름이 둘러있고 여름 빛이 가득한 계곡 위로 펼쳐놓은 동토의 장엄함. 참으로 마음이 설레고 눈이 부십니다.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피츠로이 트랙은 피노세트 야영장까지 치고 올라가 배낭을 두고 피츠로이 산이 낳은 로스 토레스 빙하호를 보고 내려와 야영하고 다음날 세로 또레를 품은 빙하호를 만나고 하산하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이번 참가자들의 연령층이 높아 야영은 무리다싶어 하루에 하나씩 두산을 만나러 갔다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라면 단연 피츠로이 산군을 꼽는데 때 묻지 않은 야생과 산세가 특이하게 상어 이빨처럼 날카로운 첨봉들을 가지고 있어 지금은 사실상 파타고니아 등산의 메카로 자리하며 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와 쌍벽을 이루는 곳입니다. 팜파스 평원이 품은 아름다운 산골마을 엘찰텐에서 시작과 마감을 하는 피츠로이 산군 파타고니아 트레킹은 쎄로또레(3102m)와 피츠로이 산(3405m)을 연결하여 하루를 야영하며 걷는 천상의 길입니다. 높이로만 본다면 하잘것 없어 세계 최고봉에 명함도 못내밀겠지만 이 두산정은 송곳처럼 솟아올라 거의 직벽에 가까운지라 등반이 매우 어려운 산으로 알려져 있어 미답의 산정을 오르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등산가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쎄로또레는 남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설봉 장관을 이루는 산 가운데 하나로서 피츠로이 서쪽에 있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오르기 어려운 봉우리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세로 토레는 슬픈 등산의 역사를 품고 있는데 물론 논쟁의 여지없이 인정받는 첫 등정은 1974년 페라리외 3인이 주축이 된 이탈리아 등반대에 의하여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 내노라 하는 수많은 등반가들이 도전 하였지만 쎄로또레는 아직도 그 정상을 쉽게 허락 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전 1950년도  두명의 등반가들이 초등에 성공하였으나 이 일정의 등반일지와 카메라를 가지고 있던 그가 추락사하며 급류에 휘말려 완등을 입증할 길이 없어 인증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 시절 그토록 열악한 장비와 정보로 해낸 쾌거가 거룩하기만 한데 인증을 받지 못했으니 오죽 한스러울까? 그래서 그를 추종하는 후배들이 그 카메라를 찾으려고 그 이후로 중단없이 이 산을 오르고 있다합니다. 그리고 그 주변 고봉들은 또레를 오른 등반가들의 우리들로서는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힘든 이름들이 붙여졌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