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 그 길위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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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프랑스를 떠나고 스페인으로 들어서는데 단 하루 걷는다고 프랑스 길로 불려지는 영광을 누리고 있습니다. 길은 이어져 스페인의 첫 마을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소몰이 축제와 열정으로 가득한 유명한 팜플로냐(Pamplona). 스페인 최고의 와인산지인 라 리오하의 중심도시로 스페인 음식의 진수를 맛보는 로그로뇨(Logono). 용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페르돈고개(Alto del Perdon). 끝없이 펼쳐지는 광대한 포도밭이 이어지며 세계 5대 와인 생산지인 나헤라(Najera). 그리고 그 포도주를 수도꼭지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는 이라체(Irache) 수도원이 있는 에스떼야(Estella). 스페인 발렌시아의 영웅 엘시드(El Cid)의 고향 부르고스(Burgos). 적막한 로마처럼 여겨지는 중세의 도시 사하군(Sahagun). 광활한 밀밭과 지평선이 펼쳐놓는 황량한 아름다움에 젖어 몇일을 걷는 메세타(Meseta)고원. 해발 1,500m 산 위에 우뚝 서있는 철십자가(Cruz de Hierro). 스페인 건축가 엔리케(Enrique)가 지은 산타마리아 대성당과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의 작품 산토 도밍고 광장의 카사(Casa)가 미려한 레온(Leon)과 주교궁이 있는 아스토르가(Astorga). 사모스(Samos)까지 자전거로 신나게 고갯길을 내려갔던 추억의 오’세브레이로(O’Cebreiro)에 이릅니다.    다시 한번 넘는 1,400미터 고갯길. 오’세브레이로를 떠나 경사길을 오르며 펼쳐놓는 스페인 전원이 목가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데 나즈막한 돌담이 참 정겹습니다. 마침내 정점을 찍고 내려다 보는 사모아 가는 길이 아스팔트로 굽이굽이 휘어져 한이 없어 보입니다. 아침부터 차도를 아슬아슬 조마조마하게 걸어왔는데 또 찻길이라니 살며시 화가 치밉니다. 한달간을 걷는 이 선티아고 가는 길. 어느 구간은 아무 풍경도 감동도 없고 어떤 구간은 차도와 같이 가니 먼지에 안전도 걱정이 됩니다. 다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만 인생사 뭐 다 그렇지 하며 체념하며 왔는데 이건 아니다 싶네요. 그런 와중에 확하니 눈에 들어오는 문구 하나. 자전거 대여. 사리아까지 20유로. 이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한대씩 주문하고 자전거 못타는 여성들은 뒤에 앉아 동승하겠금 팀을 구성해줍니다. 이렇게 되면 굳이 오늘 사모스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사리아까지 가기로 하고 사모스 길가 아무데나 자전거를 버려두기로 계약하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페달을 밟을 필요도 없이 브레이크만 조작하면서 내려가는 이 질주의 속도감. 연인을 뒤에 태우고 달려보던 그 옛날 그 시절 청춘으로 돌아가 머리카락 날리며 내려갑니다. 다들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어나고 야호 소리치는 이들도 있고 간혹 비명소리도 양념처럼 흘러나옵니다. 두세시간은 걸어내려와야 할 지리한 내리막 길을 그렇게 짧고도 신나게 내려오니 사리아를 향해 더 걸어갑니다. 그렇게 하여 길의 후반부를 의미있게 시작하는 그래서 길위에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는 Sarria에 도착하였습니다. 여장을 풀고 나와 겨우 1시간이면 충분히 한 바퀴 돌 수 있는 작은 이 마을을 휘돌아 봅니다. 강변으로 줄지은 식당가중 밤거리를 돌며 집단으로 연주하며 춤추는 악극 팀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는 그리고 우리에게는 별스런 감정으로 다가오는 카미노 산티아고 상호로 단 식당에서 저녁을 시켜 먹습니다. 사리아는 뿔포(Pulpo)라는 문어 전문 요리가 유명한데 여기서 바스케이 만이 멀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늘 없는 해물을 특히 혐오하는 서구의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는 너무 기호하는 식품. 덕택에 푸짐한 문어요리를 이상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식당마다 레시피를 조금씩은 달리하나 전통적인 방법은 문어를 구리 냄비에다 올리브유로 익혀서 파프리카, 피망이나 할라피뇨 등을 곁들여 먹는 요리인데 이곳의 문어 전문 식당 뿔뻬리아는 아주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은은한 불에 서서히 구워낸 군밤도 우리 입맛에 잘 맞아 간식용으로 제격이랍니다. 그래서 사리아를 지나는 순례자들은 거리마다 넘치는 예술 작품으로 정이 넘치는 친절한 사람들과 오감을 자극하는 풍요롭고 맛깔스런 음식으로 행복합니다. 차분하고 안락한 이 시간의 여유로움을 큰 잔에 가득 채운 붉은 와인을 한 모금 씩 들이키며 한껏 즐깁니다. 어두워지는 고색창연한 돌담 위에는 겨울비 같은 찬비가 소리 없이 조용히 내려앉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