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아름다운 계곡. 랑탕 밸리. 그 길위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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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여행이란 언제 떠나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여행이고 최상의 여행지는 어딘지 어떤지를 모르고 찾아가는 여행지라고 말했습니다. 어디든지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모두에게 즐거운 삶의 한부분인데 선허는 사람들마다 다를 것입니다. 옛스런 고도를 찾거나 초현대화된 도시를 중심으로 방문하거나 비현실적 풍경을 탐험하러 가기도 합니다. 우리처럼 트레킹을 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지는 거의가 지구의 이방이며 세상의 오지이며 비현실적 풍경을 만나는 곳입니다. 특히 문명이 비켜간 깊은 미답의 길을 떠남은 평소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생경함과 경이로움에 더욱 맛있는 여행을 하게 됩니다. 이런 중국 고사를 연상해봅니다. 중국 최고 절경중의 하나인 무릉도원 장가계에 대해 평가한 고사 구절이 있는데 인생에서 장가계를 가보지 않으면 백세가 되어도 어떻게 늙은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구름마저도 넘기 힘든 고산과 인간의 발길을 거부한 신성한 곳이자 문명이 비켜간 곳 히말라야. 적어도 산꾼이라면 그리고 트레킹을 한다고 말한다면 히말라야는 한번씩은 꼭 그 속살속에서 걸어봐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히말라야의 진주라 불리는 랑탕계곡. 고즈넉한 히말라야의 자연 그대로를 느끼며 내면의 나를 만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코스 입니다. 계곡을 적시며 흐르는 랑탕 강을 따라 걷고 캉진 곰파까지 올라 촌락을 둘러싼 빙하와 설산들을 감상하고 더 욕심을 내어 랑탕리룽, 얄라피크, 모리모토 피크 등 랑탕 히말라야의 6,7천 미터급 설산들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뷰포인트 캉징 리(Kyanjing Ri : 4,600m) 까지 올랐다가 다시 원점으로 내려옵니다. 그 후 길을 꺾어 카트만두에 근접한 순다리잘까지 진행하면서 해발 4,400m 높이에 있는 신비로운 호수 고사인쿤다까지 만나는 랑탕 계곡 & 고사인쿤다 트레킹이 이번 여정의 목표입니다.    랑탕은 히말라야산맥의 북쪽과 티벳과의 경계사이에 위치한 좁은 계곡으로 1971년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티베트어로 소를 뜻하는 랑과 평원을 뜻하는 탕이 합쳐져 랑탕이라 부르는데소들의 들판이라 하겠습니다. 해발 고도3,000m대의 높은 곳에 드넓게 펼쳐진 평원은 좌우로 마주보고 있는 만년설들 때문에 계곡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그 계곡은 만년설이 녹아 풍부하게 흐르고 고산 녹지가 많아 당연히 소들에겐 천국이자 풍요의 낙원입니다. 영국의 등반가 틸만 윌리엄(Tilman Harold William)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라고 극찬했던 곳으로 Langtang Lirung(7246m)을 포함한 7천 미터급 고봉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1949년 영국인 탐험대가 세상에 알리기 전까지 미답의 세계로 남아있던 랑탕은 울창한 숲과 계곡 그리고 설산으로 둘러싸여 알프스와 히말라야를 섞어놓은 듯한 비경을 자랑합니다. 네팔의 대부분의 트레킹 코스가 그렇듯 랑탕 트레킹 코스 역시 처음부터 등산로로 개척된 것은 아닙니다. 혹독한 자연환경에 맞서 살면서 척박한 땅을 일구고 살아온 원주민들의 생의 애환이 서려있는 삶의 길입니다.   카트만두를 떠나 7시간의 긴 주행. 실거리는 겨우 2백 킬로미터도 되지 않는데 교통 체증에 비포장 도로를 들어서면서 길인지 물먹은 공사판인지 분간이 가지않는 공간을 지나느라 속력을 거의 내지 못합니다. 코사인쿤다 호수에서 발원한 물이 합류한 띠리술리강을 따라 산으로 산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샤브루베시(Syabrubesi). 랑탕의 시작점이자 문명의 언저리에 있는 마지막 마을에서 여장을 풀고 출정을 준비합니다. 잔치 국수 한그룻씩 말아먹고 우렁찬 강물이 흐르는 곁에서 온천욕을 하며 신이 거주하는 히말라야에 들기 전에 몸도 마음도 정갈하게 합니다. 동네 청년들과 아지매와 딸까지 좁은 탕내에서 복닥거리다 나와서인지 그리 개운하진 않지만 다시 한잔 술판을 벌이기에는 적당히 기분이 상쾌합니다. 살이 쪄 통통한 별들이 촘촘한 밤. 강물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성큼성큼 큰 걸음에다 표호하듯 소리치며 밤새 도회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샤베루베시 산촌을 뒤로하고 현수교를 건너 녹음이 짙은 랑탕밸리로 들어서면서 걸음의 축제가 시작됩니다. 산허리를 자른 비탈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히말라야의 품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들어갑니다. 급할 것도 바쁠 것도 없는 여유로운 길. 그런데도 무엇이 그리 급한지 강물은 초면 만남의 반가운 인사조차도 없이 그냥 내달립니다. 스치는 꽃 향기. 지나가는 포터들의 사람 내음과 하산하는 트레커들의 땀 냄새. 자연과 그 속에서 하나가 되기를 원하는 인간의 향기에 젖어 깊은 계곡으로 들어갑니다. 한동안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더운 땀 흘리며 오르는데 쉬어가며 음료수라도 하나 사먹으라고 무언의 권유를 하는 로지가 나오는데 생뚱맞게도 레게 음악의 상징적 인물인 밥 말리(Bob Marley)의 대형 걸개 사진이 상호 간판을 대신하여 나무에 걸려있습니다. 얼마 전 까지만해도 지도상의 공백으로 남아있던 지구촌 오지 랑탕 계곡에도 문화의 바람이 불어왔구나라고 여기며 가이드에게 설명을 듣습니다. 이 지역이 특히 양귀비가 지천으로 자생하고 있어 마리화나 필드라고 별칭이 지어졌다는데 마리화나와 밥 말리. 그럴싸한 조합입니다. 계곡을 깎아버린 아찔한 절벽에는 거대한 벌집이 지어졌고 천적들의 침범으로 벗어난 이곳 벌들은 대형 석청들을 만들어내어 길손들의 군침을 흘리게 합니다. 그 달콤한 꿀에 대한 유혹과 집념으로 손발을 뻗어보는 원숭이들의 시도가 참 우스꽝스럽습니다. 우렁차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로 땀으로 젖은 몸을 씻고 오늘 하루를 뉘게 할 라마 호텔까지 치고 올라갑니다. 부다 힐 설봉이 먼저 마중나와 인사를 합니다. 언제부터 인지도 모르게 우리들 뒤를 촐래촐래 따라온 안개가 주변을 감싸고 돌때 고산마을에는 희미한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고 짧은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