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도시를 찾아가는 그 길위에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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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캠프로 돌아가야 합니다. 잃어버린 도시를 떠나 좁고 울퉁불퉁한 계단을 다시 내려가서 출발지로 되돌아 가는 것입니다. 거개의 물류수송에 이용하는 노새들이 지나가면 반드시 산쪽으로 피해 길을 터주어야합니다. 자칫 비탈쪽에 서있다가는 개념없는 노새의 떠밀림으로 인해서 불의 사고를 입을수도 있습니다. 특히 나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은 나쁜 기억이 있는데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할때 야크떼의 떠밀림에 속절없이 당해 절벽으로 떨어져 즉사하는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의 찰나같이 반사적인 행동이 나오고 주변 모두에게도 소리치게 되었습니다. 카바나 파라이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을들의 곁을 지나게 됩니다. 거의 5백년 전에 금에 환장을 한 스페인 정복자들을 피해 돌 테러스 위에 초막집을 짓고 숨어 살아온 잉카와 아즈텍의 후손인 타이로나인들입니다. 고대문명의 마지막 계승자로서 오늘날까지 수천년동안 그들의 정신적 문화적 유산을 변합없이 지켜왔습니다. 이들은 헤아릴수 없을만큼 고통을 겪어왔고 특히 스페인의 침략으로 파괴의 위기에 놓여지자 시에라의 사람들은 산악지역으로 숨어살면서 정복자들의 압제를 피할수 있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시에라의 성역과 코기. 위와족들은 배타적일수 밖에 없는데 스스로 고립을 통해서만 문화적 영적 일관성을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순수함이 옷으로도 느껴지는 백의의 여인들은 길가에 앉아서 모칠라를 짭니다. 우리네 마와 비슷한 식물에서 뽑아낸 섬유질로 만든 모칠라(Mochila)는 스페인어로 가방이란 뜻입니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 근처에 거주하는 카리브해 인디헤나 와유(Wayoo)족의 가방과 더불어 세계인의 이목을 끌어들이는데 화려한 색감을 가미해 단연 돋보이는 수백년을 이어온 기술과 역사 그리고 여인들의 원과 한 그리고 희노애락이 모두 묻어 있습니다.  카바나 파라이소에 도착하여 10시를 좀 넘겼는데도 점심식사를 하고 카사 무마케(Casa Mumake)로 오늘을 접기 위해 떠납니다. 이곳에서의 일상은 모두가 이르게 시작되고 마감합니다. 그것은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활동을 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 위에 오후면 내리쏟는 폭우를 피하기 위한 지혜가 녹아있습니다. 가이드치고는 제법 중후한 후안은 누구보다 더 서둘러 떠날것을 종용합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3시간의 이동이 끝날 무렵 빗방울이 뜨기 시작했습니다. 더위를 식힐 정도의 비를 맞고 들어선 숙소에서 말끔하게 정글의 때를 벗겨내고 테이블에 얹아 비내리는 바깥 풍경을 봅니다. 손에 쥔 뜨거운 찻잔의 감촉이 이제는 고마울 즈음 비를 뚫고 잰걸음으로 속속 들어오는 다른 그룹들을 안스러운 시선으로 마중합니다. 저녁을 준비하는동안 코카잎과 마리화나의 사용법에 그들만의 성교육에 대한 방법까지 강의를 듣습니다. 환각의 말초적 쾌감을 누리기 위한 코카잎이 아니라 신성한 식물로 여겨온 원주민들은 하늘이 태초부터 내린 우정과 행복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합니다. 서로 왕래하다 만나는 이웃들의 모칠라에 코카잎을 넣어 주는 것이 이들의 고유 인사법일 정도입니다.  뜨겁게 달군 돌을 코카 잎이 들어 있는 모칠라 안에 넣으면 김이 나고 그 연기를 마시고 따뜻하게 훈증을 하는 것이 코카를 즐기는 그들만의 방식이라 합니다. 그래서 코카 잎을 다루는 것도 성년식을 치른 남자들만의 전유물인데 코카와 함께 조롱박처럼 생긴 포포로를 사용해서 흡입하는 마리화나도 그들의 흔치않은 유희중 하나입니다. 그들에게 이것들은 그저 일상일뿐 과용하거나 탐닉하여 중독이 되는 일은 없다합니다. 욕심부리지 않으면 탈이 없는 법. 과유불급입니다. 저녁상이 차려지고 들큰한 맥주는 빨리 취기가 오르는데 잃었던 도시를 찾아낸 환희로 좌중은 시끄럽습니다. 잃어버린 도시 하지만 거기 그대로 항시 있어왔던 도시. 세상의 인식 아주 먼곳에 존재하다가 아주 최근인 1972년 보물 사냥꾼에게 발견된 비밀의 땅. 짙은 녹색의 정글로 덮힌 산과 이국적인 새들 그리고 선명하고도 화려한 색의 나비들이 인도하는 은둔의 나라. 문명을 거부하고 살아온 그들이 그 무엇을 잃어버린게 아니라 오히려 문명에 길들여진채 살아온 우리들이 그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