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안 안데스의 숨은 보석 1. Condoriri 종주 트레킹.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해 보고 만나지 못해봤던 것들과 조우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내가 경험했던 세상과 아름다운 길을 함께 하기를 원하는 동행들에게 안내하고 보여주며 걷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나의 꿈이자 여생의 목표인 월드 100대 베스트 트레일을 완주하기 위해 전혀 낯설고 새로운 곳으로 가기도 합니다. 이번 여행이 그런 시도의 연장선이며 페루의 고산에서 고락을 함께 했던 동행들과 이별하고 페루와 볼리비아에 포진한 세계 유명한 그것들을 종주하기 위해 홀로 배낭을 다시 꾸립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와서 비행시간만도 얼마인데 떠나는 마지막 하루마저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자정너머로 귀환 항공스케줄을 잡고 리마 시내를 좁히고 혹은 세계 몇대 불가사의라 하는 나스카 문양 경비행기 투어도 하고 돌아옵니다. 리마 공항에서 모두 작별하고 나는 정열의 나라 혁명의 아이콘 그 소박한 볼리비아를 밤을 도와 날아갑니다. 이 나라에는 3곳의 베스트 트레일이 있는데 콘도리리(Condoriri), 엘 꼬로(El Choro) 그리고 태양의 섬(Isla del Sol) 종주길이며 그냥 지나가 버리면 섭섭하다며 기다리고 있는 세계적 관광명소 우유니 소금호수가 있습니다.  우선 정한 순서가 볼리비아의 수도에서 가장 가까운 콘도리리를 먼저하고 돌아와 다시 접근하기 용이한 엘 꼬로를 종주하고 태양의 섬을 하기 위해 코파카바나로 이동하는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수도를 둔 볼리비아. 라 파즈(La Paz)는 4.200미터 높이에 있습니다. 공항에 발을 디디자 마자 아찔한 현기증과 함께 속도 메스껍습니다. 심호흡으로 달래고 새벽인데도 환대하며 잠자리를 만들어준 라 파즈의 호스트에게 감사하며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그렇게 숙면을 취하고 나니 그러면서 어느덧 고도에도 적응이 된듯 가벼운 몸으로 늦은 아침을 맞아하는데 예의 그 호스트가 아침상을 채려내놓으면서 말을 걸어옵니다. 지나친 친절은 오히려 부담이 되고 오늘 아침은 얼큰하게 육개장 라면으로 한 뚝배기 할까 했는데 호스트의 호의가 진심이기에 기분좋게 받아들입니다. 아시아인들을 좋아하고 특히 한국과 일본을 좋아한다며 내놓는 음식만큼이나 많은 수다와 질문을 해옵니다. 좀 귀찮기도 했지만 덕분에 친구하기로 하고 많은 라파즈의 정보와 여행 지식을 얻고 일정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오후에는 샌프란시스코 성당 주변의 메인 스트리트에서 필요한 트레킹 용품들을 완비하고 이국의 거리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닐 수 있었습니다.  콘도리리 트랙이 속해있는 코르디옐라 레알(Cordillera Real)은 신성한 몰리 산맥으로 120km에 달하는 길이의 빙하로 덮인 화강암 봉우리를 축성했으며 그 중 8 개는 6,000m가 넘습니다. 물론 볼리비아가 자랑하는 최고 높은 산인 와이나 포토시(Huayna Potosi : 6,088m)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실 이 콘도리리 트랙은 잉카인들이 숭배하는 신성한새 콘도르의 본향이라 믿는 콘도리리 산과 와이나 포토시의 거대한 산군을 연결해서 조망하며 걷는 트레킹입니다. 이 종주 트레킹이 완벽한  설산군의 초야생에서 실시됨에도  불구하고 수도인 라 파스(La Paz)에서 겨우 두시간도 되지않는 거리에 있어 문명속에 그대로 존재하는 초자연입니다. 이른 아침 가이드와 택시를 타고 출발점인 Tuni로 떠납니다. 차에서 내리지 마자 달려드는 고산의 냄새. 일단 호흡이 탁 막힙니다. La Riconada (4,500미터). 그러나 이미 거의 시야에 가득 잡히는 예사롭지 않은 콘도리리 설산의 화려한 자태. 이처람 안데스 트레킹은 시작부터 감동을 줍니다. 느슨하게 걷도록 만들어 놓은 배려의 산길. Chiarhota 호수를 향해 느긋하게 한시간 반 동안 3백 미터 정도 올라갑니다. 4천 이상에서만 서식한다는 이 나라 사람들을 닮아 한없이 선한 얼굴을 가진 라마와 알파카의 환영을 받으며 4,670m 고지에 위치한 Chiarhota 호수 곁에 지어진 로지에서 중식을 취합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호숫가에 나와 풍경을 휘돌아보며 식후일미 권련 한개피  피는데 내 시선에 걸려든 특별한 도구. 쪽배 두대와 그물이 잡혔습니다. 황급히 로지로 돌아가 가이드를 붙잡고 그물과 쪽배의 존재의 이유를 물었더니 내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여기서 송어를 그물 풀어서 잡아 요리로 튀겨준다는 것입니다. Austria Peak(5,120m)를 올라갔다오는 동안 푸짐하게 잡아놓되 생회로 먹어야 하니 살려둔채로 물에 담아 보관하라 이릅니다.    600미터의 고도를 올려야하는데 돌아온 로지에서 일급청정수에서만 사는 안전한 선어회에 소주 한잔한다는 맛있는 상상으로 오름길이 평소보다 힘들지 않고 단숨에 이뤄집니다. 구슬 땀을 흘리며 올라가 오스트리아 봉에서 바라보는 눈높이로 다가온 풍경 하나. 마치 날개를 접은 콘도르와 닮았다 해서 붙여진 Head of the Condor(5,648m)와 콘도리리(5,650m)의 두 봉우리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기막힌 풍경을 바라보니 과연 볼리비아 최고의 트레킹 답게 수려했습니다. 조금은흐린듯한 날씨에 산정에 걸려있는 구름자락이 한결 신비감을 더해주며 흘러내린 빙하자락 끝에는 옥색 빙하호수가 펼쳐져 있습니다. 머무름도 잠시 빗방울이 하나둘 더해가는 이유도 있었지만 소주고프고 회고픈 탓에 서둘러 하산합니다. 도착하자마자 캐빈안이 분주합니다. 횟감 손보고 매운탕거리 장만하고 한시간 동안 북새통에 차려진 식탁 아니 주안상. 오랜만에 제대로된 우리 음식으로 입이 호강하는데 권주가를 부를 겨를도 없이 오가는 술잔들. 곡차 한잔에 콘도리리 계곡이 취해가고 볼리비안 안데스의 품에 안긴 고산의 밤이 그렇게 익어갑니다.  제법 마음먹고 마신 술에 머리가 무거운 아침입니다. 시린 호숫물로 세안을 하며 정신이 들게하고 제법 고될 오늘의 여정을 각오하니 신체 말초부위를 통해 전해오는 안데스 산의 정기를 받고 더욱 강성해진 의지로 힘차게 아침을 열고 출정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호수로 부터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데 Jallayko 고개(5,025m)를 넘기 전까지 Jistaña라고 명명된 아름다운 계곡이 있는 Black Needle 지역의 산기슭을 걷습니다. 밀림처럼 두텁게 덮고있는 푸른 초목과 마침내 오랜 여정 끝에 Thipara 전망대(Mirador Thipara : 5,100m)에 서면 볼리비아 최고의 명산이자 최고봉인 와이나 포토시(Huayna Potosi : 6,088m)설산의 북과 동쪽 사면을 감상하게 되고 Imilla Apachita와 Maria Llocko(5,522m) 설봉의 기막힌 풍경과 멋드러지게 뻗은 콜리옐라 산맥의 물결침을 가슴적시며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신고식을 치룬 수도 라 파즈가 그랬듯이 여기서는 그야말로 툭하면 사천이요 오천미터이니 서서히 고산 고도에 적응되어가는 자신을 대견스럽게 여기며 오늘도 변합없이 Maria Llocko산 발치에 있는 4,800미터 하늘아래 마리아 요코 로지에 도달하여 8시간 걸음의 축제를 마감하고 지친 날개를 접습니다. 무섭도록 적막한 밤이지만 하얀 포토시산이 빛으로 남아있어주니 비록 달은 이미 어느 산 뒤로 저물었지만 그와 함께 한잔 대작하며 심산의 하루를 뉩니다.    종주의 마지막날을 축복하듯 상큼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여명을 걷어낸 찬란한 해가 포토시를 붉게 물들이고 푸른 하늘이 설산 등뒤에 버티어주는 선명한 수채화 한폭. 아침 식사 후 이 여정의 종착지인 5천미터 고도에 있는 밀루니(Milluni) 고개에 도달하기 위해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 콘도리리 트랙은 대개 3일 부터 5일 짜리로 종주길이 구성됩니다. 5일을 한다고 더 특별한 구간을 보태는 것이 아니라 3일 짜리를 5일로 느슨하게 풀어놓는 것이니 우리야 그 금쪽같은 시간을 그렇게 허비할 사유가 없죠. 훗날 나도 기력이 쇠하고 OB 트레킹을 주관하며 지낼 그 때는 한번 고려해볼 사안인데 여기서는 말을 빌려서 타거나 물품 운반도 가능하니 트레킹이 더욱 수월해질수 있겠지요. 많은 동무들에게 이 볼리비안 안데스를 소개하고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과 더불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름다운 빙하호수를 내려와 여전히 와이나 포토시의 웅대한 산기슭을 따라 종착지를 향해 4시간을 걷습니다. 장대하게 펼쳐진 밀루니 계곡의 멋진 모습을 바라보며 걷노라면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힘든 줄도 모릅니다. 이처럼 멋드러진 감동적인 풍경들은 때로는 망각제가 되고 진통제가 되기도 한답니다.   이 트레일은 분명 도전의 길인데 그렇게 만들어지는 저항 요소들이 사람들 마다 다양하겠지만 공통적으로 가장 우선 순위에 오르는 것이 고산증입니다. 그 극단적인 고도로 인해 엄습해오는 고산증 때문에 초반부터 힘들어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미 4천을 넘긴 지구상 가장 높은 고도에 존재하는 수도(Capitol City)인 라 파즈를 비롯 거의가 초고산 지대인 볼리비아를 호흡하기 위해 이미 적지않은 적응의 시간을 보냈다면 Tuni 호수에서 Huayna Potosi까지 이어지는 Condoriri Trek은 일생일대에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노라 긍지를 느낄 것입니다. Condoriri는 산길을 걷거나 승마를 하거나, 빙하를 걷거나, 나코 호수와 숭고하도록 푸른 호수를 곁에 두고 캠프를 할 수 있는 콜디옐라(Cordillera) 내의 다양한 미니 산군 중의 하나입니다. 거친 산행로와 때로는 눈이 내리는 트레킹은 그 자체로 과히 도전적이지는 않지만 하루에 한번씩은 꼭 만나게 되는데 5천미터가 넘는 고산에서의 이동은 우리들의 폐를 시험 할 것이 확실하지만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밀루니 고갯마루에서 우리를 데리러 올차량을 기다리며 지나온 길을 추적해보다 마지막 정점에 엄숙하게 버티어 선 와이나 포토시와 대적하듯 대면합니다. 한참을 뚫어보듯 응시하다가 문득 전의 같은게 일드니 또 그것이 뜨겁게 다져집니다. 다시 한번 그대를 만나고 싶다고. 콜디옐라 산군(Cordillera Real) 전체를 연결한 12-14 일의 끔찍하도록 힘든 도전 과제인 Transcordillera 트레킹을 해볼까 하는 욕심이 내 심장 가장 가까운데서 씨불처럼 조금씩 그러나 강렬하게 피어오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