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들의 삶의 길. Fisrman's Trai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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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erman's Trail은 크게 두개의 길로 나뉩니다. 해안선을 따라 바다 풍경을 주로 보며 걷는 길은 많은 모래 언덕과 거친 절벽을 지나 개발되지 않은 어촌풍경을 품은 해변 마을을 드물게 지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내륙으로 더 이어져 있는 Historical Way는 수월하고 평탄한 농로나 떡갈나무 숲과 개울을 때로는 언덕과 구릉을 지나기 때문에 다채롭다는 느낌을 받으며 이 길에는 아기자기한 시골 마을이 더 있습니다. 나는 풍경을 더 중시하는 타입이기에 목가적인 농촌 풍경보다 바위 절벽위를 걷는 해안길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괘씸한 점은 길이 굳이 마을로 들어갔다 나오게하는 상술의 장난질입니다. 작은 언덕을 내려가 조그만 냇물을 건너면 바로 이어지는 종주길인데 접근을 못하게 표시해놓고 마을로 들어갔다가 3,40분을 더 돌아 나오게 해놓았습니다. 물론 목도 축이고 시장기도 해결하라는 배려이겠지만 초행자들에게 알게하고 선택을 할 권리를 주어야지 너무하다는 괘씸함이 나를 분노케 합니다. Almograve에서 생긴 일입니다. 분을 삭히며 장쾌한 바다와 깎아지른 험한 절벽 뒤로 난 언덕길을 걷다가 키작은 나무 가지와 잎새에 붙어 있는 달팽이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이게 뭔데 이렇게 덕지덕지 붙어있나 툭하고 건드려 보았더니 살아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햇볕의 반대편에 바짝 붙어서 숨을 고르는 수십 마리가 뜨거워진 태양을 피해 숨어 있었던 것인데 참 신기한 풍경이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중 프랑스 길과 포르투갈 길의 공통점 하나는 마지막 부분이 바다와 가깝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뿔뽀(Pulpo)라는 문어요리를 한번씩 즐겨보았을 것입니다. 이 장대한 해안선을 가진 포르투갈의 특산물중 하나가 이 문어. 마트에 가면 내장을 손질해놓은 생문어나 냉동해서 다양한 사이즈로 파는데 우리는 자주 해먹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물론 자연산이라는 믿음 때문인데 거의가 좋아하는지라 우리들의 저녁상 와인 안주로 자주 등장했습니다. 한가지 아실테지만 문어는 삶을수록 엄청나게 양이 줄어든다는 것. 가실 때 초고추장은 필수입니다. Zambujeira do Mar에 도착하기전 오후의 햇살이 강렬할 때 긴 백사장이 있는 구간을 걷습니다. 차로 접근하는 주차장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 잠시 모래톱 가까이 다가가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려는데 네명의 중년 여성들이 지나칩니다. 2,30미터 떨어진 곳에 배낭들을 내려놓더니 그중 둘은 거리낌없이 옷들을 훌훌 벗더니 그대로 나신으로 바닷물 속으로 걸어들어갑니다. 눈을 버리기도 했지만 시선을 어디둘지 몰라 안절부절하다가 괜히 죄지은 사람처럼 꽁무니를 빼고 해안을 빠져나왔습니다. 어느나라에서 온 여인들인지 궁금해지기도 하며 참 자유분방함을 표출하는 그 용기만큼은 가상하나 그래도 라는 이해못할 문화와 정신세계 입니다. 과연 이들은 이렇게해서 완벽한 해탈을 맛보게 되고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것일까?    트레일로 돌아오니 출발을 같이하면 거의 같은 일정이라 수시로 만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게 마련인데 독일에서 온 두 남자를 시차를 두고 만나 수인사를 나눕니다. 아무래도 둘이 사귀는 것 같은 직감이 드는데 우리 일행들도 다 그럴거라 동의합니다. 다시 반대편 언덕을 올라가 바다쪽으로 바짝붙은 비탈길을 오르다가 푸르른 바다와 굴곡진 절벽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풍경을 만나고 사진을 찍는데 앵글에 잡히는 또 다른 나신의 여인. 홀로 또 발가벗고 물을 뿌리고 있는 광경이 보이는데 굳이 시선을 내게 줘가면서 풍만함을 자랑합니다. 졸지에 관심증의 여자와 관음증의 남자라는 구도가 만들어지는 순간. 오늘은 참 길일인지 흉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치의 걸음을 마감하고 황혼이 슬프도록 아름답게 스러지는 하얀 어촌마을  Zambujeira 앞바다를 바라봅니다. 이곳의 일몰은 유라시아 대륙의 마지막 태양빛이며 이베리아 반도의 최후 저항이기도 합니다. 대항해시대의 영광은 찬란했지만 오늘의 포르투갈은 이곳에서 지는 해처럼 쇠잔합니다. 정갈한 숙소로 돌아와 예의 그 문어 요리에 한잔와인으로 괜히 센티멘탈해지는 향수를 달래봅니다. 마이크 노래방으로 노래 한두곡씩 불러가며 말입니다. 포르투갈에는 파두(Fado)라는 음악 장르가 있습니다. 주로 검은 옷을 입은 솔로 가수가 부르는 노래 형식인데 비올라 클래식 기타 연주가 함께하며 2011년 11월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합니다. 민중가요로 볼수 있는데 잃어버린 사랑과 땅 그리고 시간에 대한 회한과 향수를 표현하는 것으로 그리움과 슬픔 그리고 안타까움이 함께 녹아있는 포르투갈 사람들의 정서를 노래합니다. 그래서 곡이 우울할수 밖에 없는 자타가 공인하듯이 우중충한 노래만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딱 맞는 음률과 음색입니다. 운명이라는 뜻의 파두는 은은하고 어둑한 조명 아래 기타 선율에 맞춘 절절한 여가수의 성대를 통해 흘러나오면 삶의 기쁨뒤에 도사린 슬픔을 노래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