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도 수려한 풍경. 돌로미테 Alta Via 1. 그 길위에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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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에 걷히는 안개가 길을 터줄 때 우리는 종주의 마감에 바짝 다가섭니다. 출발점에서 부터 치고 오르는 경사길을 땀을 제법 흘리며 다음 고개인 포르셀라 캠프를 넘으면서 마지막 광대하게 휘두른 산물결의 장관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렇게 숨겨둔 비경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도 우리로 하여금 비지땀을 쏟게하는 높은 고개를 넘게 했나봅니다. 올랐으면 또 그만큼 내려가야 하는 산행의 정직한 셈법. 무릎이 시큰한 급경사 길을 하염없이 걸어내려 가면서 한시름 풀어놓습니다. 대 자연 속에서 보는 돌로미테의 장대하고 광활함을 이렇게 하산길에서나 여유있게 볼수 있으니 자주 걸음을 멈추고 산하를 굽어봅니다. 알프스라고 하면 그저 세인들의 인식에는 스위스를 떠올리거나 좀 더 관심있는 이들은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도 끼워줍니다만 유럽 중남부 6개국에 걸쳐 있는 대단한 산군입니다. 이 가운데 이탈리아 쪽으로 형성된 동 알프스 중 일부가 돌로미테 지역으로 고산 준봉들이 즐비하다 해도 스위스 등에 비해 이곳의 풍광은 조금은 부드럽고 여성스럽습니다. 특히 걷기에 열광하는 한국의 등산객들이 매료될 수 밖에 없는데 한번 정을 주면 걷잡을 수 없이 사랑에 빠지듯이 재회의 그날을 간절한 기다림으로 살아들 간답니다. 나도 예외가 아니어 이 가을에도 다시 또 한번 오기로 했으며 매년 일정에 넣기로 했습니다. 산 위에는 만년설이 그 아래쪽에는 푸른 잔디가 어우러진 한 시공 속에서 사계절이 존재하는 이런 기막힌 풍경을 보며 걸을 수 있음이 얼마나 삶의 큰 축복인지.... 이런 기쁨에 쌓여 하염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전방 시야가 광대하게 확보된 명당에 지어진  산장에 도달하게 됩니다. 걸음의 갈증만큼 간절한 저 시원한 생맥주의 유혹. 오늘도 한잔씩 들이키며 한숨 돌리면 지친 해가 어서 가자며 나그네의 발길을 재촉합니다. 길게 늘어선 산그림자 깊숙이 들어가는 동행의 뒷모습이 허공을 걷는 듯 아득하고 참 아름답습니다. 언제나 처럼 종주는 끝이 나고 그 고단함이 풀어지기도 전에 그 길 위에서 나누었던 우정 그리고 그 미려했던 풍경들은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립니다. 모두가 이제는 그리운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한구비 넘으면 또 한구비가 기다리며 그리도 무겁고도 힘겨웠던 발길. 그러나 가슴을 요동치게 했던 그 장대한 돌로미테 산군. 아직도 귓전에 맴도는 소들의 묵직한 워낭 소리, 회색빛 암릉과 푸르디 푸른 하늘, 갖은 조화를 부리는 하얀 구름 그리고 그 풍경화를 완벽하게 마름질 해주는 소담스런 산장들. 그 웅장한 돌로미테의 장관들에 압도되어 찬란한 언덕이라는 의미의 산촌마을 벨루노 까지 묵묵히 걸어온 종주길. 우리는 그저 돌로미테에 흩어진 야생화처럼 작은 꽃이 되어버렸습니다. 아~~ 아직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고 있는 내 마음을 이제는 데려와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