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거주하는 땅. 에베레스트. 그 길위에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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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를 품고 있는 사가르마타(Sagarmarta) 국립공원 깊숙이 들어갑니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의 원래 이름은 '사가르마타'인데 영국 식민지 시절에 바꿔부르며 차츰 널리 통용되다가 이제는 네팔 현지인들조차 에베레스트로 부른답니다. 이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은 에베레스트를 보거나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또 얼마나 죽어갔는지! 그 많은 사람들 처럼 우리도 오늘 그 길위에 있어 조만간 이루어질 대자연의 멋진 풍경과의 해후를 꿈꾸며 한걸음 한걸음 오천고지를 향해 올라갑니다. 오늘은 700미터 정도를 느슨하게 대여섯 시간 정도 오르면 되려나 했더니 밥값하라며 그저 먹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오늘 정한 우리의 숙소는 4,400미터에 자리잡은 딩보채인데 마지막 3백 미터를 올리는데 사력을 다합니다. 이미 희박해진 산소로 몇발자국만 걸어도 숨이 차 헉헉거리게 되고 산소의 순환을 위한 혈류의 이동이 순조롭지 못하니 말초 부위들이 저려오고 배낭의 무게에 골반까지 아파오며 터질듯한 종아리와 인대의 땡김에 총체적인 고통의 순간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한발한발 숨을 고르며 천천히 오르면서 한번씩 되돌아보면 내가 이렇게나 멀리 왔나하며 대견해 하기도 합니다. 고행을 자처한 수도자의 길. 이 길위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수 있을까? 다 자신들이 풀어야 할 몫입니다.    이제 손에 잡힐 듯 마을이 가까워졌습니다. 어둡게 낮아진 하늘은 결국 콩알만한 우박을 내리 쏟아버립니다. 머리가 아플정도라 모자를 쓰고 레인 자켓을 입고 방비합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설 때는 이제 눈으로 바뀌어 소복이 쌓여갑니다. 주변 산들도 하얗게 채색되어져 가고 내리는 눈 뒷편으로 희미하게 에베레스트가 첫선을 보입니다. 로지에 들어 방을 배정받았어도 추워서 아무도 가지않고 식당에 머뭅니다. 야크 똥으로 피워둔 인색한 화력의 난로 옆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눈내리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아무리 훔쳐내도 깨끗해지지 않는 손때 묻은 창으로 여러 풍경들을 봅니다. 제법 쌓인 지붕 굴뚝에서는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새로 짓는 로지의 돌다듬는 소리가 규칙적인 음악처럼 흐르고 속수무책으로 눈을 맞고 있는 야크의 눈망울이 슬프게 보여지는 풍경들이 가슴이 아리도록 고요합니다. 고산증이 두려워 안마시겠다는 동행 한사람을 결국은 꼬드겨서 소맥 낮술을 시작합니다. 일찍 로지에 들어서 그다지 할 일도 시간 보낼 일도 없으니 그저 잠이나 자게 되는데 그러면 또 밤이 괴로워지니 낮시간을 버티면서 한모금씩 술로 시간을 달랩니다. 어두워지는 산동네에 여전히 눈은 소리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해발 8,848m의 에베레스트는 히말라야 산맥의 최고봉이자 세계의 지붕이라 불립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 트레킹은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트레커들의 로망으로 여겨지며 추앙받는 아름다운 길로서 천국으로 가는 계단(The Steps to Heaven)으로도 표현됩니다. 안나푸르나 지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트레커가 방문하는 곳이며 유명한 세르파의 고향 솔루 쿰부(Solu Khumbu) 계곡을 트레킹하면서 경치가 더욱 아름다워지고 숲, 언덕 및 흥미진진한 셀파 마을과 티베트 수도원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히말라야 풍경을 제공합니다. 더욱 더 감동스런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입니다. 이길에는 최고봉 에베레스트 외에도 로체(8,501m), 마칼루(8,463m), 초오유(8,153m) 등의 눈에 띄는 히말라야 대표 최고봉들이 함께 합니다. 또 네팔 히말라야의 트레킹 피크 33개 중 16개가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