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거주하는 땅. 에베레스트. 그 길위에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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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런 수사를 확인해 보는 날입니다. 하루 5,616미터의 낭카르 전망대 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고도 적응일로 정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와 Kala Patthar 전망대(5,545m)를 수월하게 오르기 위한 전초전으로 등반을 행합니다. 오늘 날씨는 깨져서는 안되는 완벽한 구도처럼 구름 한점없는 푸르른 창공이 설산을 배경으로 창연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오늘만큼은 미봉 아마다블람도 어느 곳도 가리지 않은 나신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풍기며 산객들을 환영합니다. 마을을 떠나 뒷동산으로 오르는 비스듬한 길을 크고 작은 규모의 행렬이 간단없이 줄지어 갑니다. 예의 탑이 만들어져 있는 곳에서 한숨돌리면 그 행렬은 두갈레로 나누어집니다. 한줄은 우리처럼 오른쪽 산비탈을 따라 낭카르 전망대로 향해 오르고 한줄은 최종 목적지 칼라파트르로 향해 용맹정진하며 갑니다. 길이 가파르다보니 한발 올리기가 무섭게 차오르는 가픈 숨. 그저 참을 인자를 마음에 새기며 천천히 올라갑니다. 도저히 더 이상 못올라 가겠다며 포기 의사를 피력하는 선배님들을 무리하지 말고 쉬었다가 천천히 오를 수 있는 만큼까지만 오시라고 격려하고 정상을 향합니다. 드디어 5천 고도를 넘깁니다. 노선배의 표현대로라면 대기권을 벗어나는 상황이라 더욱 희박해진 산소 농도로 숨을 쉬기도 어려운데 아무리 고도적응 훈련하게 만들어둔 길이라지만 왜 이리 가파르게 냈는지 욕을 섞은 푸념을 하며 나름대로 지그재그 선을 그으며 정상을 향합니다.    그 너덜길의 정상에 섰습니다. 이제는 제법 개스가 차 산아래 마을이 아스라이 옅은 안개를 덮고 있고 전망대 탑에 얼기설기 엮어둔 펄럭이는 깃발 너머로 주변 설산들이 구름띠를 두르고 의연하게 히말라야를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어느 한 방향도 무시할 수 없는 완전한 일망무제의 빼어난 풍경. 그래서 우리는 이 맛에 이런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등정을 자축하며 가장자리에 터를 잡고 가지고 올라온 맥주를 한모금씩 나눠 마시며 무언의 격려를 또한 나눕니다. 깊은 숨 들이키고 담배 한대 맛있게 피는데 호들갑스런 서양 여자가 오마이 갓을 연발하며 이런 고산에서 술을 마시고 더구나 담배까지 피운다며 대단하다고 별 달갑지도 않은 칭찬을 해댑니다. 뻔한 대답이 나올줄 알면서도 너도 한잔 하실겨 라고 의미없이 권해보고는 우리의 세레머니를 계속 이어갑니다. 땀이 식으며 바람이 차다고 느껴질 즈음 차오르는 개스로 시야가 더 가려지고 더이상 머물 이유가 없기에 우리는 하산을 서두릅니다.    순례의 길은 로부체를 거쳐 고락셉으로 향합니다. 이제 몸은 지칠데로 지쳤고 마음마저도 허약해졌지만 한가지 품고있는 목표를 위해 참고 오늘도 고난의 길을 나섭니다. 수없이 찾아드는 트레커들을 위해 세워진 그 많은 로지들에게 물자들을 수송해대는 말과 야크의 무리들이 이제는 무슨 대형 상단을 꾸린듯 대열이 길고깁니다. 그들이 지나칠 때면 기다리며 한숨 돌리는 기회로도 삼는데 반드시 그 위치를 산기슭 쪽으로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벼랑쪽에 서있다가 무심한 야크의 떠밀림에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버려 한사람이 목숨을 잃어버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십여분전에 벌어진 절벽 아래 흐르는 강가의 참혹한 현장에는 분주하게 사고를 수습하는 십여명이 눈에 띄고 그가 밀려 떨어진 지점으로 부터 강바닥 까지의 궤적이 한번에 알아볼수 있도록 나무들이 훼손되어 있습니다. 죽지 않으려고 얼마나 발버둥치며 나무가지라도 잡고 의지해보려던 필사의 노력이 그대로 볼수 있는데 이렇게 수목도 제법 무성하거늘 어이 그것 하나 붙잡지 못해 낙사했는지 아쉬운 마음 뿐이었습니다. 생과 사의 찰라 같은 운명. 이날 여기에서 생을 마감하리라는 그의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었을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이지만 그간 길위에서 만나서 기억되는 모든 이들의 얼굴들을 떠올리며 명복을 빌어줍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활주로를 가졌다는 루크라에서 경비행기와 헬기의 충돌사고로 세명이 죽었다는 사고 소식까지 들려와 마음이 뒤숭숭한데 이런 추락사 사고까지 목격하게 되니 마음이 불길해지며 어두워집니다. 허나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고 더욱 우리도 조심하자며 마음을 다잡아 먹고 고개 하나를 힘들여 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