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거주하는 땅. 에베레스트. 그 길위에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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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각부터 시작된 인부들의 돌 다듬는 망치소리에 잠을 깹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세계 3대 트레일의 하나를 확인하고 걷고 싶은 순례자들을 머물게 할 로지들을 계속 짓고 있습니다. 산하에 흩어진 그 흔한 돌과 바위로 바탕을 깔고 담벽을 쌓아올리는데 페루비안이나 잉카인 처럼 고산에 기대에 사는 사람들은 돌 다루는 기술이 다같이 뛰어난가 봅니다. 해머와 망치와 정. 고작 이것들이 그들이 사용하는 모든 연장인데 커다란 바위는 한사람이 정을 잡고 다른 사람이 해머로 내려치는데 실수하면 어쩌나 싶어 보는 우리가 가슴 조마조마 합니다. 생긴 홈에 물을 부어가며 한참을 반복하면 그 큰 바위가 거짓말처럼 반조각이 납니다. 작게 부서지면 망치와 정으로 마름질하여 건축자재로 씁니다. 이런 원시적인 방법을 보면서 어쩌면 때론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더 나을수도 있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정상을 향해 오던 길 중 축대를 쌓고 길을 넓고 평평하게 잘 정비해둔 유난히 편안한 길이 길게 이어져 있어 참 순하게 걸어왔는데 그 지역 고령의 한 촌부가 평생을 여기에 정성을 바쳤다 합니다. 그 길이 끝나는 지점에 모금함을 두고 그 역사의 인물이 앉아 있는데 다들 그 고마움을 박스 안에 넣어줍니다.    사람의 몸은 특히 인간의 다리는 참으로 위대합니다. 한숨 돌리면 몇십 몇백 걸음 걸을 수 있고 한밤을 지내면 또 하루 주어진 몫의 걸음을 걸을수 있습니다. 그리하며 걸어온 7일간의 족적을 따라 이 쿰부 계곡을 되돌아 봅니다. 과연 우리가 저 길을 정말 걸어왔던가 하며 의아해 하기도 대견해 하기도 합니다. 저길을 어떻게 왔나 싶을 정도로 걸어온 길 장대합니다. 그러나 결코 우리는 저 길을 쉽게 오지는 않았습니다. 고소로 얼굴 손발이 붓고 깨지듯 아픈 두통을 참으며 똥물까지 토해내며 올라온 길. 말이 로지지 그저 비바람 하나 피할 뿐이지 짐승들 조차도 꺼릴 화장실에 양치 세면할 세면대조차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 욕나올 시설물들. 이 세상 가장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이르른 마지막 정점. 이 개고생을 하면서 걸어온 우리는 다들 가슴에 무엇하나 새기고 돌아 갈까! 적어도 우리는 한계에 다다른 나를 넘으며 가슴 한가득 넘치는 자부심과 완등을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세상에 나아가 더욱 열정적으로 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런 후 부상으로 주어지는 대자연의 감동적이며 극적인 풍경을 선사받습니다. 내 평생 살아가면서 몇번 접하기 어려운 그런 비경들을 내 눈높이에 두고 확인하는 이 숭고한 여행. 우리는 그것으로 족하고 그것으로 충분히 위안받습니다.    눈 내린 고락셉. 오천이백 미터 고지에 지어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하늘 아래 로지들. 세상은 더욱 하얗게 변해있고 산마다 골마다 들마다 바위마다에도 한켜씩 눈을 이고 있습니다. 다들 아이젠에 스패츠를 신고 마지막 우리의 목적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향해 올라갑니다. 줄이은 순례의 행렬처럼 모두 한방향 한줄로 이어걷는데 순례자들의 원색 옷들이 백색의 바탕위에 뿌려지니 참으로 예술적으로도 미려합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로 가는 길. 로체며 아이슬랜드 피크며 주변 고산 설봉들이 장엄하게 도열한 채 막판 스퍼트를 올리는 우리를 응원해줍니다. 녹녹치않은 히말라야의 길. 왜 이들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가듯 이렇게 굴곡이 심하게 길을 내었을까 원망스럽습니다. 이제는 세찬 바람이 쿰부 계곡으로 몰아치더니 눈보라가 휘날립니다. 옷깃을 여미고 장갑이며 목도리며 모자를 꺼내 방한 무장하고 흩날리는 눈을 헤치고 나아갑니다. 마지막 언덕에 올라서니 산세는 눈발에 가려 보이지를 않고 그저 클라이밍을 하기 위해 설치된 수많은 텐트들이 노랗게 펼쳐져있습니다. 창연한 하늘. 장엄한 설산을 기대하고 오른 길이었지만 오늘 우리에겐 히말라야 신의 허락이 없나 봅니다. 비록 그 기대가 허물어지는 허무함이 없진 않지만 인생 열심히 살아 후회없듯이 우리도 이 길위에 뿌린 땀과 눈물이 적지 않기에 이정도 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됩니다. 베이스 캠프를 휘두른 설봉들이 눈보라에 가려져 아련한데 우리의 장도를 고무하듯 가만히 내려다 보며 인자한 웃음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The Top of the World. 에베레스트 마운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클라이머들 만을 위한 꿈의 목적지가 아니라 8,848m의 피크를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싶어하는 트레커들의 로망이기도 합니다. 대참사. 조난. 고난도의 고행 등등 에베레스트에 관한 모든 부정적인 인식을 털어내어 버리고 이길이 품고 있는 히말라야의 광대하고도 장엄한 풍경에 젖고 또 그 자연에 기대어 사는 순박한 네팔리들의 삶의 향기도 맡아보았습니다. 오랜동안 이 땅에 뿌리내린 셀파 문화들이 깊이 새겨져있는 Namche Bazaar 및 Khumjung의 유서깊은 마을에서 형언할수 없는 어떤 묘한 위안 같은 것도 얻었습니다. 에베레스트베이스 캠프(EBC)로 가는 트레킹은 네팔 히말라야에서 가장 극적이며 그림 같았습니다. 정령이 깃든 네팔리 말로 Sagarmatha인 8,848m의 에베레스트 산을 직접 대면 할뿐만 아니라 에드먼드 힐러리 경(Edmund Hillary)과 텐징 노르게이 (Tenzing Norgay)와 같은 훌륭한 등산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의미심장한 길이었고 많은 현수교와 서스펜션 다리를 건너고 설산들을 배경으로 유유하게 풀을 뜯는 야크들. 콧물자국이 선명한 볕에 그을린 얼굴로 수줍어 하는 산촌의 아이들. 어수선한듯 가지런한 다랭이 밭이 깊은 정감을 일으키고 삶의 행복은 정녕 어디에 있는지 깨달음을 주는 네팔리들을 만나는 이 여행. 사가르마타(Sagarmatha)로 향한 이 순례 여행에서 얻은 감동과 환희 그리고 눈물이 있었기에 그러한 것이며 함께 고락을 나누었던 동행들은 훗날 그들의 남은 생애 동안 늘 가슴에 품고 살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