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알프스. TMB 그 길위에서.. 2
>

이름만 떠 올려도 가슴 설레는 곳. 걷는 기쁨을 체험한 산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며 생전에 한번은 걸어보고 싶어하는 모두들의 로망. 그 TMB의 길위에 올랐습니다. 간밤에 비가 제법내려 마음이 그 밤하늘만큼 어두웠으나 다행히 새소리 요란한 싱그러운 아침을 맞이하였습니다. 9일간의 종주길을 마감하고 다시 돌아올 내 단골 숙소에 불필요한 짐들을 모아 묶어두고 뽕배낭을 만들어 여유있게 숙소를 나섭니다. 샤모니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가면 실질적인 종주트레킹 출발지점인 레 우슈에 도착하고 이곳에서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벨뷔 언덕에서 시작합니다. 아치로 세워둔 출발이자 종착인 종주길 표시 아래서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홧팅을 외친후 첫발을 내디딥니다. 올라가면서 서서히 펼쳐지는 샤모니 계곡. 언제보아도 평화로운 산하입니다. 살짝 걷히지않은 옅은 안개를 헤치며 이정표를 따라 오르는데 차오른 태양이 온누리를 비추니 이제 안개는 걷히고 구름도 사라지며 푸르른 하늘이 열립니다. 제발 좋은 날씨가 이어지게 해달라는 마음속 기도가 통했는지 눈이 부시도록 청명하게 변합니다. 이번 여정에는 어떤 장관이 눈앞에 펼쳐질지 기대와 설렘으로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사진첩의 풍경. 그림 같은 산군과 산골 마을의 샬레들이 빼어난 풍경의 조화를 만들어내고 티없이 맑고 향기로운 기류는 충분히 우리를 힐링시켜줍니다.   산악 풍경이 바뀌고 탁트인 전망이 트레킹 시작을 기분 좋게 만들어줍니다. 여러번의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서서히 몸을 푸는데 제법 짙게 우거진 알프스의 침엽수림을 지나 빙하가 녹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만나고 그 강을 현수교로 건넙니다. 이어 긴 오르막 숲길을 끝내면 얕은 구릉지를 만나 차한잔의 휴식을 취하며 멀리 얼굴을 내미는 비오네세 빙하를 감상하며 쉬어갑니다. 해마다 다르게 녹아가는 지구촌의 빙하. 이곳도 예외는 아닙니다. 빙하가 덮었던 암산들이 그 오랜 세월동안 빛을 보지못했으니 태초의 그 색으로 벗겨져있어 확연하게 구분이 됩니다. 다시 오르막을 올라 오늘의 최고점인 트리콧 고개에 도착하고 사방으로 펼쳐진 알프스의 설산 풍광을 감상하며 꿀맛같은 도시락을 라면 끓여서 먹습니다. 이번 종주 여정은 아침 저녁은 산장에서 사먹고 점심은 밥과 국물을 곁들이기로 했으니 내 짐보따리에는 밥솥과 더불어 한살림입니다. 바람이 한결씩 시원스레 불어오고 녹색의 푸르름과 지천으로 핀 야생화 그리고 그 위에서 하얗게 빛나는 빙하와 푸르른 하늘이 주는 감동으로 가슴속엔 잔잔하게 여울집니다. 냄새맡은 산양 사모아가 졸졸졸 우리를 따르고 고개에서 미야지 산장으로 하산하니 아쉬운 눈빛으로 한참을 내려다봅니다. 거대한 분지에  미니어쳐 같이 지어진 앙증스런 산장을 지나 몽주아 계곡의 트럭 산장까지 오르막 길도 신나게 걷고 갈증도 해결할겸 발코니에 앉아 취향껏 맥주와 커피를 마십니다. 탁트인 풍경을 마주하고 몇시간을 걸은 뒤에 마시는 이 시원달콤한 보리술. 잔잔한 행복감이 취기처럼 온몸으로 퍼집니다. 이제 6km정도 더 걸으면 첫마을 레콩타민 몽주아에 닿을 터 낮은 경사에 긴 내리막 만이 남아 있는 하산길은 휘파람과 콧노래가 절로 나오게 합니다.    프랑스식 목조 샬레들이 인상적인 마을 레콩타민을 떠나 아스팔트 길을 잠깐 걷습니다. 이 구간은 7. 8월 성수기에는 마을내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하는데 길가에는 슈퍼마켓과 카페 등도 있고 꽃으로 장식한 집과 따스한 미소로 인사하는 알프스를 닮은 산촌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걸어 볼만도 합니다. 이 구간이 끝나면 노틀담 성당이 나오는데 잠시 우리 일행의 행운과 무사고의 기도를 드리고 여기서 부터 고대 로마로 통하는 옛길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산길을 따라 푸르 고개까지 오르게 됩니다. 이 길에는 로만 옛길과 다리를 걷는데 실제 로마 시대때 군대와 상인들이 알프스를 넘나들며 사용했던 오래된 길이라고 합니다. 몽주아계곡을 뒤로 하고 걷는 오늘은 이번 종주 여정중 가장 도전적인 하루가 될것입니다. 정점까지 1,300미터를 오르고 사피유까지 18km를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을 어귀마다 수백년 전부터 있어온 수도는 몽블랑이 녹아 흐른 약수라 수통에 한가득 담고 배에도 가득 채웁니다. 또 하나의 귀여운 산장 난트 보란트를 지나고 서서히 길은 가파라지고 숨은 차고 땀이 흐르지만 고도를 높이는 만큼 풍광은 점점 더 아름다워집니다. 이따금 넓은 풀밭과 오솔길도 나오고 길 양옆으론 묵직한 워낭을 목에 두른 소들이 자유롭게 방목되어 있으니 평화의 극치를 보는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본옴므 까지 길고 긴 오르막의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고 서서히 트리 라인으로 다가갈수록 시야는 더욱 트여지면서 본옴므 고개(2,329m)는 아직 녹지않은 알프스 설원을 밟게 합니다.    길을 가다가 한번씩 뒤돌아 보면서 지나온 풍경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급히 앞만 바라보며 황망히 가다 놓치는 풍경일수도 있고 또 보는 각도와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니까요. 우리는 종종 산길 열심히 걸으며 무심코 되돌아 보았다가 가슴이 싸하도록 멋진 풍경을 맞닥뜨리고 경탄하는 때가 있어왔을 것입니다. 앞만 보며 정신없이 살아온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삶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는 것처럼 가던 길 잠시 멈추고 한번씩 뒤돌아 확인해 보세요. 보석처럼 찬란한 풍경들을 놓칠수 있으니까요. 지나면 모두가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으로만 남는 추억이라고들 말하듯 지나온 풍경들도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름답습니다. 우리 인생 살아오면서 어디 죽고 싶도록 아팠던 기억이 왜 없었겠냐만은 흐르는 세월이 어루만져 이제는 되돌아보아도 그저 삶의 한 소중한 순간으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러기에 지금 헤어나기 힘든 순간에 놓여있다 하여도 삶을 포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나고나면 언젠가는 수습이 되고 또 더 지나고 나면 그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나온 자신의 모습을 추억의 장에서 담담한 마음으로 되돌아 볼수 있을테니까요. 오늘따라 설산 아래 들꽃들이 지천인 알프스의 산길을 걷는 우리 동행들의 모습이 참으로 미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만년설산 속으로 걸어둘어가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한시간 정도 짧은 오르막 내리막을 더 진행하면 본옴므 고개에 도착하고 오랜 세월 쌓아올린 돌탑 곁에서 버너불을 지핍니다. 이제 내리막 길만 남아있고 오늘 고된 하루를 내릴 샤피유 마을로 가는 길 그 끝이 보이지 않는데 아스라히 먼곳까지 이리저리 휘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