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한 처녀. 융프라우. 그 길위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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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틀을 깨고 새로운 나를 만나보기 위해 떠나는 일. 누구나 항상 꿈꾸는 것. 그것은 바로 여행일 것입니다. 여행의 목적지는 각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우리 한국인들은 유럽을 많이 꼽습니다. 그곳은 수억년 변함없이 지녀온 태초의 대자연이 있고 고대로 부터 중세에 이르기 까지 살아있는 역사의 궤적이 그대로 남아있기에 매력이 넘치는 곳입니다. 말하자면 천연의 풍경과 오래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음식 등 우리와 현저하게 다름을 제대로 접할수 있는 곳이 바로 유럽여행입니다. 지리적으로도 한나라처럼 묶여져있는 유럽공동체(EU)를 통해 인접한 국가들을 이웃 마을 가듯이 이동과 방문이 가능한 편리함이 있습니다. 그러 가운데 유럽여행에서도 특별히 선호하는 나라들이 밀집한 지역이 있는데 바로 알프스를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곳입니다. 알프스에 기대어 살아온 스위스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여러 국가들이 밀접해 있는데 같으면서도 다른 그들만의 자연과 문화를 볼수 있습니다. 또 이들 국가들 중 죽기전에 꼭 가봐야하는 곳이 스위스임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화려한 자연 경관과 수려한 트레킹 코스에 그림같은 산촌의 목가적 서정이 가득한 곳.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체르마트나 인터라켄에는 우리 한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있습니다. 스위스의 대표적 세계 관광 도시인 이 두 도시. 세계 3대 미봉의 하나인 마터호른이 걷는 이들의 천국이라 배낭을 메고 찾아드는 이들이 넘쳐나고 유럽의 지붕이라 일컫는 융프라우요흐는 여행자들의 요람이라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많은 우리 젊은이들이 눈에 띕니다. 신이 심혈을 기울인 유럽의 보석이라는 찬사를 얻고있는 융프라우(Junfrau,4158m)를 위시한 아이거, 묀히봉이 포진하고 있는 알프스의 심장에서 라운드 트레킹을 위해 호반 산악도시 인터라켄(Interlaken)에 여장을 내립니다.    라운드 트레킹의 핵심인 그린델발트(Grindelwald)는 스위스 베른주의 알프스 산맥 베르너 오버란트에 위치한 인구 4천의 산악마을입니다. 아이거(Eiger)와 융프라우(Yungfrau)의 마을로 알려진 그린델발트는 아이거 북면과 묀히. 베터호른과 실트호른 등 만년설산과 첨봉이 포진한 산악 경관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알프스 3대 미봉의 하나인 융프라우 일대를 걷기 위해 매년 방문하는 나로서는 친근하기 이를데 없는 정든 곳입니다. 수많은 산악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아이거봉이 버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온하고 아름다운 산간마을로 만년설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평화스런 전원적 풍경을 동경하는 이들의 꿈의 목적지입니다. 그런 이 산악지대를 들어오기 위해서는 인터라켄을 통해야만 합니다. 인터라켄은 가늘고 길게 뻗어 있는 튠과 브리엔츠 이 두개의 큰 호수를 끼고 있는 수려한 호반 도시로 언제나 여행자들의 물결이 넘쳐나는 곳입니다. 최근에 들어서서는 관광도 인해전술처럼 해대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무례한 중국 땟놈들과 스위스 이민자의 퍼센테이지를 많이 차지하고있는 인도인들이 들끓는 곳입니다. 스위스 알프스 여행의 베이스 캠프격인 인터라켄에 도착하면 한곳에 숙소를 정해놓고 교통 패스를 구입해서 산악 열차와 케이블카 혹은 트램 심지어 페리 보트까지 이용하여 구석구석을 다 돌아볼 수 있습니다. 순결한 소녀같은 산 융프라우 그 품 아래서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흩어진 스위스 알프스를 가슴에 품기 위해 브리엔츠 호수를 지치는 디너 크루즈에 몸을 실었습니다. 차분한 옥색 호수면에 비치는 융프라우 산군의 풍경. 와인잔속에 녹아듭니다.    빌터스빌(Wilderswil)에 잡아둔 숙소를 나서면 바로 역사가 있어 톱니바퀴로 오르는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 라운드 트레킹을 시작하는 슈니게 플라테로 올라갑니다. 스위스 민요의 가사만큼 아름다운 알프스의 정원으로 규정하는 식물원이 있는 곳입니다. 쉬니케 플라테에서 시작한 산행은 줄곧 아이거와 묀히, 융프라우로 연결되는 베르너 오버란트의 파노라마를 감상하며 걷는 길입니다. 종주를 시작하기 전에 역사 뒤로 펼쳐진 야외 식물원을 한바퀴 돌며 알프스 산록에 피어나는 모든 식생들을 모아뒀으니 에델바이스와 함께 대표 들꽃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향유합니다. 탁 트인 언덕위에서 대형 액자를 여럿 세워두었기에 융프라우 산풍경을 함께 넣어서 기념 촬영을 합니다. 기차역의 풀밭에선 여러명의 악사들이 둘러서서 알파인 호른(alpine horn, Alphorn)을 연주하는데 이 베르너 오버란트의 명봉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음악이 함께 하니 그 행복감은 극대치로 오르게 합니다. 기차 레일이 끝나는 지점에서 대망의 종주는 시작되고 오늘의 목적지인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 호텔인 파울호른(Faulhorn : 2,681m)으로 향해가는데 몸을 푸는 첫째날로 느긋하게 풍경즐기며 갈것입니다.    길은 푹파인 분지를 가운데 두고 완만한 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영봉들로 향하는 능선을 따라 알프스에 자생하는 온갖 야생화들이 그 배경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게 피어있습니다. 맨들레넨 산장(Männdlenen Hut : 2,344m)에 이르니 시장기가 돕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인터라켄의 두 호수가 옥색으로 곱게 나타납니다. 반대편에서 출발한 산객들이 벌써 내려오는 것이 보이고 산악 자전거를 탄 무리들도 속속 지납니다. 다시 길을 향해 걷는데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지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예보를 들어 예측은 했지만 너무 심하게 쏟아집니다. 주변 바위틈으로들 피신해서 우산으로 비를 가리며 모두 가까이 모여 체온을 유지합니다. 거의 한시간 넘게 뿌리던 비는 대충 그치고 구름이 바람에 쫓겨가고 파란 하늘이 드러납니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달팽이들이 새카맣게 황톳길이며 풀잎들에 맺혀있습니다. 비가 준 선물이라 여기며 즐거이 주어담아 저녁 안주거리로 가져갑니다. 오늘의 숙소가 저기 바로 보이는데 짧지만 깔딱고개를 올라야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물씬 풍기는 오래됀 산장에 들어서니 제법 매서운 6월의 바람이 먼저 맞이하고 다운 자켓을입고서 발코니에 나와서 풍경을 감상합니다. 오늘따라 매년 치뤄지는 아이거 트레일 러너 대회 때문에 산길에는 원색으로 무장한 산악 마라톤 선수들과 진행요원 그리고 응원하는 가족 친지들로 인간띠를 이었습니다. 맥주 한잔 나누면서 제법 트인 전망을 휘둘러보다가 가슨보든 안부(Gassenboden Saddle : 2,553m)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내일의 내리막길에 시선이 따라가는데 어느덧 서녘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어 갑니다. 베르너 오버란트 산군의 밤풍경. 쉴트호른에서부터 융프라우까지 한눈에 보이며 전망대로 올라가는 산악열차의 갱도 불빛이 아이거 북벽을 따라가고 그 너머 만년설산위로 별빛이 선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