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돌길. 마요르카 드라이스톤 루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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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법 고도를 높여 산마루 리지를 타고 열심히 걸어 Cuber 호수의 숨막히는 전망을 품고 Lluc까지 이어걷습니다. 소예르 도시를 벗어나 문화적으로 풍성한 볼거리가 있는 Binibassi와 Biniaraix라는 두 개의 작은 마을을 지나 본격적으로 돌길을 오르면 거의 수목이 없는 가파른 트레일을 따라 천미터고도를 올립니다. 정상에 오를 때까지 가지런하게 깔리고 쌓아놓은 드라이스톤 공법의 석축술에 감탄하며 오르면 곁에는 오렌지와 레몬나무가 동행하게 됩니다. 스페인의 남미 침략시 돌을 잘 다루던 잉카인들을 끌고와서 시켰을거야 하고 여길만큼 정교하게 돌을 쌓아 계단식 밭을 가지런히 조성하고 각 밭의 모서리에는 수로를 만들어 물을 공급하여 무화과, 수박, 토마토 등의 작물을 키워갑니다. 물론 오가는 나그네들 목을 축이라고 수도 꼭지를 간간이 설치도 해놓았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까지 돌을 쌓아 계단을 만들고 벽, 테라스, 심지어 가옥까지 지어 수백년동안 잘 유지할 수 있었는지 참 경이롭고도 궁금합니다.    도대체 끝나지않는 돌길이 산정 가까이로 이어지는데 묘한 도구를 끌고 내려오는 농부 하나를 만납니다. 아마 수확한 올리브나 농산물을 싣고 오는데 작은 손수레에다 동력을 가해 마치 바퀴가 탱크처럼 되어있어 계단도 유연하게 넘어갑니다. 노새를 이용하던 수단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풍경입니다. 우리처럼 종주하는 이들도 있지만 하루 산행을 즐기려는 이들로 행렬이 끊이지 않는데 그만큼 인기있는 구간입니다. 대체로 마주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모두 Cuber 호수로 택시같은 차량으로 이동해서 이길따라 내려오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길의 정상부는 GR221의 아름답고 도전적인 부분으로 거칠고 바람이 부는 먼 곳 풍경이 멋지게 펼쳐집니다. 마지막 계곡이 좁아지는 산마루를 지나 가파르게 오르막길을 따라가다 마침내 전망대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먹으며 호수이자 수원지인 Cuber 저수지의 멋진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이 구간은 또한 마요르카에서 두번째로 높은산인 Massanella(1,364m)과 곁의 Puig d' en Galileu(1,180m)가 함께하니 그 풍경을 상상할수 있을것입니다. 정신차리고 다소 내리막길을 걸어 적당한 피로감이 몰려올 때 마요르카의 주요 순례지 중 하나인 Lluc 수도원의 위풍당당한 복합 단지의 문으로 들어서게 섭니다. Lluc의 큰 장점은 유서깊은 이 수도원에서 하룻밤 머물며 뜨거운 국물과 쌀요리 및 빠에야같은 전통적인 마요르카 음식을 맛볼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구간인 Lluc 에서 출발해 Pollença로 가는 길만 남았습니다. 포엔카에서 하루 휴식하며 관광하리라던 당초 계획을 변경해서 오늘을 GR221에서 벗어난 Massanella(1,364m)를 오르는데 투자하기로합니다. 마요르카 섬의 최고봉은 Puig Major(1,436m)산인데 민감한 군사 시설이 있어서 일반인들의 접근을 통제하기에 오를 수 있는 최고봉은 이 산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머나먼 곳까지와서 바로 곁에 최고봉을 두고서도 답보하지 못한데서야 하는 오기가 발동한 것입니다. 그런데 날씨가 영 심상치 않습니다. 비가 가볍게 뿌리고 안개가 자욱합니다. 지중해에 떠있는 휴양지 마요르카가 그저 일년내내 온화할것이란 편견은 금물. 북부 Tramuntana 산맥지대는 바람의 땅이며 겨울이면 눈까지 쌓이는 전형적인 알파인 지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