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가 전해주는 또 하루 축복의 아침인사를 기분좋게 나누고 하루를 준비하는데 이제 종주는 절반을 넘겼고 오늘은 스위스로 들어가는 날입니다. 보나띠 산장을 떠나 평탄한 길을 두어시간 가다가 뚝 떨어져 하산길을 내리다가 페레 산장에서 다시 페레고개를 향해 가파른 오름길을 치고 오르게 됩니다. 완벽한 만년설 풍경에 눈길을 떼지 못하고 걷다가 넓은 야생화 군락지를 만납니다. 물기 머금은 야생화들을 보며 몇 개의 개울을 건너다 보니 어느새 비취빛 하늘과 눈부신 햇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펼쳐지는 Saxe산군의 풍경은 전체 TMB 트레킹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장관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몽블랑 산군 중 세번째로 높은 몽트 돌렌트라는 침봉이 나타나는데 저곳에서 3국의 국경이 나눠집니다. 계속해서 가파른 언덕을 넘어 계곡의 끝을 향해 걷고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인 페레 고개를 향하여 고도를 올립니다. 정점에 오르니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데 주변에 쌓인 잔설탓으로 냉기를 품고 있습니다. 올라올 때 수정같이 맑던 날씨가 이렇게 바람과 안개로 추워지니 대자연의 변화에 주눅이 들수 밖에 없습니다. 주변 조망을 감상할 틈도 없이 거센 바람이 밀어주는 하산길을 급히 내려오자 이내 또 다른 계절이 맞이합니다. 라필라목장으로 내려와 차한잔의 여유를 갖고 평화로운 스위스의 목초지를 통과해 꾸준한 내리막길을 편안하게 걸어 라 폴리(La Fouly)마을에 도착하여 오늘의 여정을 마감합니다. 이탈리아를 넘어 스위스로 들어온 이곳에서 그들의 삶을 읽을 수 있는 문화체험과 함께 더욱 깔끔해진 전통 스위스 음식도 맛보게 됩니다. 라 폴리와 샹페를 지나는 이 스위스 여정은 아름다운 산골 마을과 목조 주택들에게 눈길을 빼앗기며 우리의 걸음을 자연 더뎌지게 합니다. 9시나 되어야 어두워지는 산장의 밤. 애꿎은 술값만 더 축납니다. 알프스를 넘어오는 산뜻한 바람이 꽃향기를 실어오니 스위스의 청정 산촌마을 폴리의 싱그러운 아침을 맞이합니다. 오늘 구간은 더러 버스로 이동해 생략하기도 하는데계곡을 따라 걸으며 그렇게 오르내림이 없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여정으로 힐링의 시간을 향유하며 트레킹을 이어가면서 알프스가 간직한 자연의 모든것을 즐겨봅니다. 드문드문 포장도로를 따르지만 초반 마운틴 사이드의 솦속을 걷다가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스위스의 전형적인 시골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프라즈 산악마을에서 잠시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계곡을 따라 불어오는 향긋한 꽃향기 실은 바람이 인도하는데로 걷다보면 어느덧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아담한 호반 마을 상페에 들어가면서 작지만 예쁜 풍경을 선사하는 호수를 따라 걸으면 길위의 나그네들이 목을 축이라며 수도와 벤치를 설치해 두었은데 호숫가 짙은 녹음이 아래서 쉬어도 갑니다.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에 비치는 산과 마을의 풍경이 참으로 미려한데 알프스의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그 호숫가 잔디밭에 비스듬히 기대어 누워 뒤쳐진 동행들을 기다리며 잠시나마 하늘과 들과 촌락을 바라봅니다. 무엇보다 알프스는 자유롭습니다. 그 자유로움 속에는 생활이 있고 삶이 녹아 있어 소담스런 마을도 지나고 오래된 가옥들이 그 나이테만큼이나 색이 바래어 나지막하게 누웠고 바람막이 창들을 열어놓은 아래엔 어김없이 제라늄 화분이 놓여 있어 그 풍경을 더욱 빛내줍니다. 꿈의 길 이 언저리에서 저 알프스의 미봉들을 곁에 두고 누워 하늘을 보는 이 순간. 삶이 어찌 행복하지 않다 하겠습니까! 이제 종주는 종반으로 접어들고 알프 보빈을 향해 방향을 잡고 트레앙으로 이어집니다. 숲속 가파른 경사를 따라 제법 땀흘리며 오르고 포도밭이 널린 론 계곡(Rhone valley)과 마르티니(Martigny)마을로 들어갑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한참을 걸으면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보빈목장에 닿는데 고산평원을 걷는 길로 알프스 설산과 스위스 특유의 초원이 완벽하게도 조화롭습니다. 이렇게 수려한 알프스 산세와 자연미 넘치는 야생화가 함께하는 열흘간의 트레킹은 충분히 가치있는 도전입니다. 하루 두세번씩 만나는 산장과 카페들. 식사를 하지않더라도 음료수나 맥주를 마시며 빼어난 풍경속에서 쉬어가는데 오늘 지나는 보빈느 산장은 훌륭한 음식으로 나그네들간에 회자됩니다. 규모도 작고 다소 열악하며 일정을 맞추기가 애매해 숙박하기는 조금 그런데 맛깔나게 절인 하몽과 다양한 치즈의 맛이 호평을 받고 있어 점심시간에 맞춥니다. 론계곡과 스위스 마을을 바라보며 야생화의 향기를 마시며 점심을 즐기고 힘찬 오후 산행을 시작합니다. 완급의 조율도 없이 가파르게 난길 이리저리 흔들며 오르다 보면 마침내 발므고개 정상에 이르고 운명처럼 조우하게 되는 기막힌 설산 풍경하나. 360도 돌아가며 펼쳐진 대자연이 허락한 한폭의 명화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한결 바람이 한줌 평화를 선사하고 지나가며 내 영혼은 아늑한 안식으로 충만해집니다. 이런 대자연의 선물은 고된 걸음의 연속에 휴식을 건네며 다음 트레킹으로 넘어가는 보충 역할을 해주는 고마운 순간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요철의 산 길. 살아온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굴곡이 많았듯이 이 길도 지금처럼 단아하게 만들어질 동안 얼마나 오랜 시간이 아팠을까! 발아래는 저만치서 내가 걸어왔던 길이 실타래처럼 엉켜져 흔들리는데 이럴 때마다 묘하게 이는 감정. 저 길 위에서 품었던 온갖 희망과 좌절과 극복의 작지막 무거웠던 나만의 역사가 회억되기 때문입니다. 오롯이 내 두발로 걸어 올라와야만 얻을 수 있는 이 대자연의 값진 선물이자 보상입니다. 이어 포클라즈 지역을 넘으며 베르네즈 오블랜드와 꼼빈스 산군의 설봉들을 감상하고 이제 트리앙까지 꾸준한 내리막 길이 이어집니다. 분홍빛 교회로 유명하며 샤모니로 들어가는 도로변에 있는 소담스런 스위스 풍 마을로 주변 산들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가장 유럽다운 목가적 풍경. 그 속에 들어 설산들이 물결에 흔들리는 호숫가에서 잠시 야생화를 배게 삼아 누워 하늘을 우르르면 한 마음 가득 평화가 깃든답니다.
미주트래킹 여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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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Feb, 2022
by Mijutrek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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